'카네기홀 데뷔' 임윤찬, 쇼팽 에튀드 25-1을 두 번 연주한 이유
박수 갈채 이어지며 앙코르 4곡이나 연주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지난달 21일(현지시간) 연주자들의 꿈의 무대 중 하나인 뉴욕 카네기홀 무대에 데뷔했다.
임윤찬은 프레데리크 쇼팽(1810~1849)의 에튀드(연습곡) 27곡 전곡을 연주하는 흔치 않은 무대를 선보였다. 뉴욕타임스(NYT)는 리뷰 기사에서 극도로 어려운 쇼팽의 에튀드 27곡 전곡을 자신감 있고, 유연하게 연주했다며 눈부신(dazzling) 무대였다고 평했다. NYT는 특히 앙코르 연주 때 박수갈채가 이어졌다며 에튀드 작품번호(Op) 25-1 '에올리언 하프'를 두 차례 연주한 사실에 주목했다.
쇼팽은 19살 때인 1829년 에튀드를 작곡하기 시작해 약 10년간 에튀드 27곡을 작곡했다. 초기 12곡에 작품번호 10번을 붙여 1833년에 출판했다. 1837년에도 에튀드 12곡에 작품번호 25를 붙여 출판했다. 이어 1839년에 별도의 작은 에튀드 3개를 작곡했다.
임윤찬은 쇼팽이 가장 늦게 작곡한 에튀드 3곡을 가장 먼저 연주했다. NYT는 쇼팽이 1839년 작곡한 에튀드 3곡을 전주곡처럼 들려준 뒤 Op. 10번의 12곡을 연주했다고 전했다. 임윤찬은 중간 휴식(인터미션) 뒤 남은 Op. 25번 12곡을 연주했다.
이어지는 앙코르 연주도 모두 쇼팽의 곡이었다. 통상 앙코르는 1~2곡 정도를 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날 임윤찬은 앙코르로 무려 4곡을 연주했다.
임윤찬은 앙코르 첫 곡으로 쇼팽의 녹턴 20번을 연주했다. 이어 이탈리아 작곡가 빈첸초 벨리니(1801~1835)의 오페라 '노르마' 중 가장 유명한 아리아인 '정결한 여신(Casta Diva)'을 쇼팽이 피아노곡으로 편곡한 작품을 연주했다. 이어 쇼팽의 녹턴 Op. 9-2를 연주했다.
앙코르 세 곡을 연주하는 경우도 드문데 박수갈채는 이어졌다. 객석에서 연주 요구가 이어진 것이다. NYT는 이미 설득력 있는 앙코르 세 곡을 연주했는데 박수갈채가 계속됐고 결국 임윤찬이 다시 피아노 앞에 앉았고 흔치 않은 문자 그대로의 앙코르 연주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프랑스어 앙코르는 '다시, 한 번 더'라는 뜻인데 임윤찬이 본 공연 때 연주한 쇼팽의 에튀드 25-1 '에올리언 하프'를 다시 연주한 것이다. NYT는 불과 40분 전에 연주한 곡을 다시 연주했는데 훨씬 꾸밈없고 자연스러운 연주를 들려줬다고 설명했다.
임윤찬의 국내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목프로덕션의 이샘 대표는 "임윤찬의 앙코르 레퍼토리는 많은데 에올리언 하프를 굉장히 아끼는 것으로 알고 있고 그래서 선곡한듯 하다"고 말했다.
에올리언 하프는 임윤찬이 지난 1월29일 서울 명동 애플 매장에서 열린 애플뮤직클래시컬 론칭 기념행사에서 연주한 곡이기도 하다. 당시 쇼팽의 에튀드 3곡을 연주했는데 첫 곡으로 '에올리언 하프'를 연주했다.
카네기홀 데뷔 무대에서 연주한 앙코르곡 중 정결한 여신은 지난 1월25일 얍 판즈베던 서울시립교향악단 음악감독의 공식 취임 연주회 때 들려준 앙코르 곡이기도 하다. 당시 임윤찬은 서울시향과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를 협연했고 앙코르로 정결한 여신 한 곡을 연주했다.
임윤찬은 오는 4월19일 유니버설뮤직 산하의 클래식 레이블 데카(Decca)에서 녹음한 첫 스튜디오 앨범 '쇼팽: 에튀드' 발매한다. 그는 유니버설뮤직을 통해 "쇼팽 에튀드 안에는 대지의 신음, 나이 든 이의 회한, 사랑의 편지, 그리움과 먹먹함 그리고 자유 같은 여러 감정이 있다"며 "에튀드를 연습하지 않았던 시기에도 에튀드의 노래들이 내 마음속에서 계속해서 깊어지고 있었다"며 쇼팽 에튀드에 대한 애정을 나타냈다.
한편 임윤찬은 내년에도 카네기홀에서 독주회를 한다. 내년 4월25일 오스트리아 작곡가 안톤 베베른(1883~1945)의 피아노 변주곡과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연주한다. 이에 앞서 내년 3월6일에는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협연한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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