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 농사꾼인 저, 마늘 반 이상이 얼어죽어버렸네요

강재규 2024. 3. 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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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가 예정된 올해 마늘 농사... 시행착오를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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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규 기자]

제가 지금 생활하고 있는 김해시 진영읍 양지마을에 전원주택을 지어 이사를 온 것이 지난 2017년 10월 추석 연휴 무렵이니, 벌써 이곳에서 텃밭을 가꾸어온 지가 만 6년이 지나 7년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여기로 이사를 오기 몇 해 전부터 미리 마련해 둔 빈터에서 농사를 지었으니, 농사 경력은 만 6년을 훨씬 넘습니다. 많은 이들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힘들고 어려울 때면, '잘 안 되면 시골에 들어가 농사나 짓지 뭐'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저는 그 말에 결코 동의하지 않습니다. 어릴 적 부모님을 도와 농사일을 거들 때 느낀 힘듦은 보병부대에서 군장을 짊어지고 2박 3일 동안 잠 한숨 자지 않고 100-200km를 행군할 때의 그 고통과 같았습니다. 농사일이란 사회에서 실패한 사람들이 마지막 도피처로 선택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물론 농사의 많은 부분이 기계화된 오늘날은 예전 농사와는 많이 다르겠지만 여전히 농사의 본질에서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웬만한 농사일, 할 줄 안다고 자부했는데

제 고향은 시골이어서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하시는 대부분의 농사일을 지켜보면서 자연스럽게 익혔습니다. 그래서 웬만한 농사일은 할 줄 안다고 자부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께서는 무슨 농사일이든 자녀들에게 해보도록 가르쳤습니다. "나중에 사용하지 않더라도 배워서 나쁠 것 없다"고 하시며 자녀들이 직접 일을 해보도록 기회를 주셨습니다. 그래서인지 특별히 못하는 일이 별로 없습니다. 닭과 토끼를 잡는 일까지 모두 경험한 바 있어 지금도 아무런 주저 없이 그런 일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부모님께 농사일을 배운지도 너무 많은 시간이 흘렀고, 당시 농사일도 제가 주도적으로 했던 일이 아니라서인지 지금 하는 텃밭 농사가 어렵고 또 서툴기 짝이 없습니다. 기억을 더듬으며 떠올려 보려 해도 잘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보리나 밀 씨앗을 넣을 때 이랑과 골을 만들어서 퇴비를 골에다 뿌린 후 그 위에 씨앗을 뿌리고 흙을 덮어야 하는지 그 방법을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감자를 심을 때도 마찬가집니다. 모두 어릴 적 부모님을 도와서 해봤던 일인데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 작년 11월 12일 마늘 상태 씨 마늘을 심은 뒤 물을 준 이후의 모습
ⓒ 강재규
   
어릴 적 우리 고향에서는 양파 농사를 짓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텃밭을 가꾸면서부터 자급자족을 위해서 양파와 마늘을 심었습니다. 양파와 마늘 농사도 여전히 서툴지만 노하우는 조금씩 쌓여가고 있습니다.

첫해에는 마늘쫑이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영양분이 부족했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다음 해에는 마늘쫑이 올라와 뽑아서 반찬을 만들어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런데 수확해서 저장할 때 마늘 밑동 부분이 썩었습니다. 마을 어르신께 이유를 물었더니 봄 무렵에 약을 한 번 쳐야 한다고 하시더군요. 지금은 양파와 마늘 농사는 어느 정도 노하우가 쌓여 잘 할 수 있다고 자부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마늘 농사는, 벌써부터 실패가 예정된 것 같습니다. 작년에 수확했던 마늘의 양이 적어서 김장하는데 사용하고 나니 씨 마늘이 부족해, 시장에서 씨 마늘을 비싸게 사서 심었습니다. 미리 땅을 소독하고 퇴비와 밑 비료를 뿌려 땅을 일구어 이랑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시장에서 구매한 씨 마늘을 소독까지 해서 정성을 다해 심었습니다.

마늘을 심으려는데 씨앗을 넣는 시기가 늦었다고 몇몇 주민들이 지나가며 얘기들을 했습니다. 작년과 재작년 마늘 심은 시기를 나의 블로그에서 확인을 했는데, 제 생각엔 그렇게 늦은 편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께름칙해서 마늘을 심은 후 자주 물을 주었습니다. 그랬더니 싹이 트고 잘 자랐습니다.
 
▲ 새하얀 서리 내린 마늘밭 서리를 맞은 웃자란 마늘싹
ⓒ 강재규
   
그런데 어쩌면 그게 화근이었던 것 같습니다. 씨앗을 넣고 스스로 싹이 트도록 기다렸으면 문제가 없었을 텐데, 마늘이 웃자라 겨울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많이 얼어 죽었습니다. 마늘 씨앗 넣는 시기가 늦었다고 얘기한 이웃 사람들도 사실은 전문 농사꾼은 아니었습니다. 귀가 얇아서 그냥 흘려보내지 못한 서툰 농사꾼인 나의 잘못입니다. 올해는 5분의 3의 마늘이 얼어 죽어버렸습니다.
 
▲ 지난 겨울 추위에 얼어 죽은 마늘 5분의 3의 마늘이 강한 추위에 얼어 죽었다.
ⓒ 강재규
   
서툰 농사꾼이지만 속이 쓰린 것은 피할 도리가 없습니다. 마음은 아프고 쓰리지만, 뒤늦게 후회해도 돌이킬 수 없다는 사실을 압니다. 그래서 쉽게 받아들이고 다음을 기약하는 것이 일반적인 농부의 자세입니다. 이것도 좋은 경험이자 공부입니다. 다음에는 똑같은 시행착오를 하지 않을 수 있다면, 이번 실수가 의미 없었던 일은 아니겠지요.

농사일에는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지 않는 겸허한 자세와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농사는 사람의 노력 10%, 자연의 도움 90%가 합쳐져야 비로소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얘기가 빈말이 아님을 직접 경험으로 배우고 있습니다.

오늘도 귀촌이나 귀농을 꿈꾸고 있는 분들에게 아마추어 농부가 겪은 이상과 같은 시행착오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농사일에 대한 필자가 했던 시행착오를 공유해 귀촌, 귀농을 희망하시는 분들이 농사일 시행착오를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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