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모르는 주부 걸렸다…여성 폐암 86%가 비흡연자, 왜

이민영 2024. 3. 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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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가하는 여성 폐암


부동의 암 사망률 1위인 폐암 발병 지도가 변화하고 있다. 폐암과는 거리가 멀다고 여겨져 온 비흡연 여자 환자 증가가 두드러진다. 여자 폐암 발생은 2021년 1만 명을 넘어섰다. 한국중앙암등록본부 폐암 병기 조사사업 결과에 따르면 여자 폐암 환자의 85.5%가 비흡연자다. 폐암은 65세 이상 여자에게 대장암 다음으로 많이 발생하는 암이다.

여자 흡연율이 6% 전후로 유지되고 있음에도 폐암 진단이 증가한 건 과거 간접흡연에 따른 청구서란 해석이 나온다. 집에서 아버지·남편이 대수롭지 않게 담배 피우던 시절에 연기를 들이마신 여성이 나이 들어 폐암 진단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계영 건국대병원 정밀의학폐암센터장(호흡기-알레르기내과)은 “고령의 여자 폐암이 많은데 무방비다. 폐암은 생각도 못 하고 있다가 기침·통증으로 아파서야 병원에 오니 이미 3, 4기가 많다”고 말했다. 남자 흡연율은 1998년 66.3%, 2005년에는 51.7%였다. 2005년 조사한 19세 이상 비흡연 여자의 간접흡연 노출률은 24.1%다.

그래픽=양유정 기자 yang.yujeong@joongang.co.kr

간접흡연만이 비흡연 폐암 원인은 아니다. 대한폐암학회가 비흡연 여자 폐암의 위험요인을 조사해 발표(2018)했는데 원인은 복합적이었다. 가스레인지 앞에서 굽고 튀기는 요리할 때 발생한 유해물질을 흡입한 것이 폐암에 영향을 미쳤다. 폐암 발병 위험은 간접흡연을 2년 이상했을 때 1.64배, 기름 요리를 주 4회 이상한 경우 3.67배였다. 환기가 잘 안 되는 공간에서의 요리(1.4배)와 연기 때문에 시야가 흐려질 정도의 환경(2.6배)이 관련 있었다.

식습관에서는 육식 위주의 식사와 주 2회 이상 음주가 관련 있었다. 고기를 자주 먹으면 조리 과정에서 나오는 발암성 물질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음주 장소에서는 간접흡연이 발생하기 쉽다. 미세먼지와 같은 환경 문제, 평균 수명 증가도 원인이다.

비흡연 여자 폐암에서 나타나는 암 조직 특성은 흡연 환자와 차이가 있다. 독한 담배 연기를 직접 흡입하면 폐 중심부가 발암물질에 많이 노출된다. 반면 간접흡연 연기와 대기오염·요리 등에서 발생한 유해물질은 입자가 작고 발암 능력이 세지 않다. 폐 깊숙이까지 침투한다. 나뭇가지처럼 뻗은 기관지 말단인 허파 꽈리(폐포)에서 암 씨앗이 자란다. 초기에는 허파 꽈리를 따라 천천히 자라는 경향이 있다. 무증상(17.7%)인 환자가 흡연 환자(9.8%)보다 많다. 이계영 교수는 “흡연자 폐암은 담배 속 40여 가지 물질 때문에 암이 강하고 유전자 변이가 복잡하다. 하지만 비흡연 여자 폐암은 유전자 변이가 비교적 단순하다. 표적항암제 효과가 좋은 EGFR 유전자 변이가 흔히 관찰돼 생존율도 좀 더 좋다”고 말했다.

폐암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비흡연 여자 폐암에 경각심을 가질 때가 됐다. 폐암 전문가들은 조기 진단의 도구로 건강 분수령인 50세가 되면 저선량 가슴 CT(LDCT)를 한 번쯤 받아보길 권한다. 이계영 교수는 “폐암 환자의 90%가 흡연자인 서양과 달리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만·중국 등 아시아권은 비흡연 여자 폐암 빈도가 낮지 않다. 50대 여자는 폐경 시 생애 전환기 건강검진에 저선량 가슴 CT(LDCT)를 추가하고, 5년마다 해 보길 권한다”고 말했다.

저선량 가슴 CT는 2~3㎜ 크기의 작은 결절도 찾아낼 만큼 민감하다. 다만 암을 변별하는 정확도는 낮다. 10명 중 2명 정도에서 뭔가 보인다는 이상 소견이 나오는데, 이 중 암은 2~3%에 불과하다. 대다수는 암과 무관하다. 과거 앓았던 폐 질환의 흉터거나 염증성·양성이다. 불필요하게 두려워하지 말고, 참고 자료로 활용하면 된다.

이 교수는 “LDCT 결과는 추적 관찰을 시작하는 계기거나 나중에 이상 소견이 있을 때 비교 대상이 되는 유용한 데이터다. 흉부 X선 촬영으로는 비흡연 여자 폐암에서 주로 나타나는 말초성 폐암, 경계선이 반투명 유리처럼 뿌연 결절(간유리 음영)을 조기에 찾는 데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일상에서는 환기의 기술을 익히고 적극적으로 실천하면 좋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밀폐된 실내 오염 물질이 폐에 전달될 확률은 실외 오염 물질보다 약 1000배 높다고 추정한다. 실내 환기가 잘 안 되면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 라돈 등 오염 물질 농도가 짙어진다. 폐가 다 발달하지 않은 영유아·어린이와 폐 기능이 떨어지는 노인, 심뇌혈관 질환자, 호흡기·알레르기 질환자는 실내 오염 물질에 취약하다.

집에서 미세먼지가 다량 생성되는 공간은 주방이다. 특히 기름을 이용해 구이나 튀김 요리를 하면 찜·삶기를 할 때보다 미세먼지와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더 발생한다. 환경부 연구결과에 따르면 ‘삶기’와 비교했을 때 ‘굽기’는 초미세먼지가 7배, ‘튀기기’는 2배 이상 발생한다.

요리할 때는 자연 환기와 함께 주방 레인지후드를 켜고 요리가 끝난 후에도 최소 30분 이상 켜두는 것이 좋다. 레인지후드는 실내의 오염된 공기를 빨아들여 밖으로 배출시키는 역할을 한다. 창문을 열지 않은 밀폐된 공간에서 레인지후드만 가동하면 압력 손실이 발생해 가동 효과가 떨어진다.

청소기·히터·TV·컴퓨터 등 전기·전자 제품을 사용할 때도 다양한 오염 물질이 배출된다. 전자·전기 제품을 사용하는 공간도 환기가 필요하다. 환기는 오전 9시~오후 6시에 하루 3번 이상 자연 환기하는 것이 좋다. 늦은 저녁이나 새벽에는 오염 물질이 대기에 정체돼 있다. 미세먼지가 많은 날에도 짧게나마 환기하는 게 좋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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