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파묘'…글로벌 시대 속 흥행 포인트, 한반도 역사·정서 통했다 [D:영화 뷰]

류지윤 2024. 3. 2.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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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묘'가 잠시 주춤하던 한국 영화의 흥행 흐름을 화끈하게 되살렸다.

3월 2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파묘'는 이날 오전 누적 관객수 454만 8868명을 달성하며 10일 만에 450만 관객을 돌파했다.

'서울의 봄'은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운명적인 전환점이 된 사건인 1979년 12월 12일 군사 반란 당시를 그린 작품으로, 누적 관객 수 1300만 명을 넘어섰으며, 역대 한국 영화 중 극장 매출 4위, 관객 수 6위에 오른 흥행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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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묘', 개봉 9일 만에 400만 돌파
입소문 타고 흥행 추세 상승곡선

'파묘'가 잠시 주춤하던 한국 영화의 흥행 흐름을 화끈하게 되살렸다.

'파묘의 성공은 오컬트 장르의 한계를 넘어 과거의 역사와 현재를 잇는 메시지를 녹인 정서적 소통이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지난해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신드롬적인 인기를 구현했던 '서울의 봄'에서도 보였던 흐름이다.

3월 2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파묘'는 이날 오전 누적 관객수 454만 8868명을 달성하며 10일 만에 450만 관객을 돌파했다. 개봉 첫 날인 지난 달 22일 33만 명의 오프닝 스코어로 시작해, 첫 주말 193만 명을 동원해 200만 관객을 돌파했다. 특히 첫 주말 토요일 77만 명보다 일요일 81만 명 관객이 관람하며 입소문을 탄 영화들의 흥행 루틴을 보여줬다. 보통 또한 28일 평일 관객 38만 명으로 첫 주보다 더 높은 관객 동원력을 과시했다.

장재현 감독은 전작 '검은 사제들' '사바하'를 통해 K-오컬트 영역을 확장했다. 과학적으로 해명할 수 없는 신비적ㆍ초자연적 현상 등을 소재로 한 오컬트 영화는 대중이 즐기기보다는 마니아들이 즐긴다는 인상이 강했다. 하지만 장 감독은 '검은 사제들'에서 엑소시즘을, '사바하'에서 종교, 철학을 주제로 내세우며, 취재력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와 '고증' '미장센' '스타 배우 기용'으로 오컬트를 대중 가까이에 가져다 놨다.

이번에는 옮기거나 고쳐 묻기 위하여 무덤을 파내는 행위인 '파묘'를 내세워 음양오행, 무속신앙과 결합해 또 한 번 자신의 장기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영화는 이야기를 분절시켜 오컬트 장르 안에 일제강점기의 트라우마를 위로하는 내용으로 귀결됐다.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인들이 우리나라 명산에 혈침, 즉 쇠말뚝을 박아서 민족의 정기를 끊으려 했다는 설이 있다. 이는 의견이 분분해 사실 여부가 가려지지 않았지만 장 감독은 이 가설을 영화적으로 해석해 현재와 연결시켰다. 이 부분이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이지만, 흥행이 말해주듯 많은 관객들이 '파묘'의 메시지에 공감을 보내고 있다.

여기에 영화 개봉 후 등장인물들의 이름인 김상덕(최민식 분), 고영근(유해진 분), 이화림(김고은 분), 윤봉길(이도현 분)이 독립운동가들에게서 비려왔다는 사실과 주인공들의 차 번호를 1945, 1919, 0815로 설정한 디테일들이 관객들에게 발견되면서 N차 관람과 해석하는 재미를 낳고 있다.

이는 '서울의 봄' 흥행 코드와도 닮아있다. '서울의 봄'은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운명적인 전환점이 된 사건인 1979년 12월 12일 군사 반란 당시를 그린 작품으로, 누적 관객 수 1300만 명을 넘어섰으며, 역대 한국 영화 중 극장 매출 4위, 관객 수 6위에 오른 흥행작이다.

'서울의 봄'은 실제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했지만 9시간 동안 벌어진 일들은 다이내믹함으로 만들어졌다. 역사를 재현하는 다큐멘터리가 아닌, 실존 인물들의 이름을 바꿔 현대사의 어두운 시기를 바라보던 김성수 감독의 관점과 상상력이 더해졌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12.12 군사 반란에 관심을 가지며 근현대사 자료와 영화들을 찾아보기 시작했으며 당시 진압군과 반란군이었던 실제 인물들의 근황을 찾아 SNS에서 공유됐다.

당시에도 입소문이 원동력이 돼 개봉 주보다 개봉 2주 차 더 많은 관객을 동원하는 추이를 만들어냈으며, 열기가 식지 않아 27일 동안 박스오피스 정상을 수성했다.

글로벌 시대 속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들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서울의 봄'과 '파묘'의 흥행으로 결국 국내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인 건, 역사와 민족 의식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국내 관객들이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역사의 가장 아팠던 상처들이 현재와 연결돼 관객들에게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 정서까지 아우르며 현재 가장 트렌디한 영화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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