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노' '반국가 세력' 사라졌다…말수 줄인 尹, 확 달라진 화법
“김대중 대통령이 사법시험 합격자 수를 2배로 늘렸다. 그때도 ‘(증원 규모가) 많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주재한 제6회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확대’ 입장을 재차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윤 대통령은 그런 뒤 “과거에 100명 이하로 뽑다가, 300명, 500명 늘렸다가 김 대통령 때 1000명을 뽑았다”며 “변호사 숫자가 늘어나니까 법률 전문가들이 사회 모든 분야에 자리를 잡아서 법치주의 발전이 급속도로 진행됐다”고 평했다.
윤 대통령의 이날 ‘DJ의 사법고시 예시’는 화제를 모았다.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윤 대통령의 의지가 확고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고, 언론도 관련 발언을 비중 있게 다뤘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사시 합격자 수를 확대할 때 반대가 거셌지만 결국 옳은 길이 아니었느냐”며 “윤 대통령은 2000명 확대에서 물러날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의 화법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신 주요 현안이 있을 때마다 나오던 “격노했다”는 보도는 눈에 띄게 줄었다. 의대 증원 사안을 다룰 때도 현장을 이탈한 의료진과 각을 세우기보다 ‘건강권 보호’라는 헌법적 책무에 초점을 맞춘 메시지를 내고 있다. 지난해 틈날 때마다 꺼내던 ‘공산 세력’, ‘반국가 세력’과 같은 이념적 표현도 사라졌다.
윤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회의에서 발언 비중도 달라졌다는 평가다. 어느덧 15회째를 맞은 민생토론회나 국무회의 때 윤 대통령은 ‘듣는 입장’보단 ‘말하는 입장’에 주로 있었다. 그래서 준비된 원고 없이도 길게는 40여분 동안 회의 마무리 발언을 하곤 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최근 마무리 발언 시간이 10분 내외로 짧아졌다. 대신 윤 대통령이 회의 참석자들의 발언을 듣고 직접 메모하는 모습이 언론에 자주 노출되고 있다.
윤 대통령의 즉석에서 해결사가 되는 모습도 자주 목격되고 있다.
민생토론회 중 기업인이나 시민의 의견을 듣고 부처 공무원에게 곧바로 지시를 내리는 장면이 잦아지고 있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충남에서 미래산업을 주제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기업인의 어려움을 청취한 뒤 정부 부처 관계자들에게 “기업 입장에서 불편한 것이 있으면 국토부에서 (기준을) 더 완화시켜 줘야 한다”며 “내가 이렇게 얘기했으면 국토부와 기재부에도 지시한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그런 뒤 기업인과 공무원을 향해 “(민원한대로) 추진하면 됩니다. 오케이?”라며 기업 민원을 즉각 해결했다.
지난달 21일 울산에서 열린 그린벨트 관련 민생토론회에서도 규제 해제를 요청하는 시민에게 “잘 사는 데 불편하면 풀건 풀어야죠. 걱정하지 마십시오”라고 안심시켰다. 지난해 12월엔 군부대 의무대가 의료기관으로 등록되지 않아 야간에 아픈 자녀 진료가 어렵다는 군인의 하소연을 듣고선 “(의료기관 등록이) 법률 개정하고 이런 일이 아니잖아요. 바로 합시다”라며 속전속결 개정 지시를 내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행동하는 정부’라는 슬로건에 걸맞게 윤 대통령의 지시에 맞춰 부처에서도 속도감 있게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윤 대통령의 변화와 최근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국민적 지지 여론이 결합되며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7∼29일 전화 면접 방식으로 조사해 지난 1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윤 대통령 직무 수행을 긍정 평가하는 비율은 39%로 나타났다. 일주일 전 조사에 비해 5%포인트 올랐고, 2022년 6월 5주차 조사에서 43%를 기록한 이후 20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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