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혁 기자의 ‘예며들다’] “흙으로 돌아간다” 대사에서 창조섭리·구원관을 떠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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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줄. 같은 DNA로 엮인 공혈(共血)의 집단. 흙에서 만물이 생성되고 모두 다시 흙으로 돌아간다. '풍수지리' 하면 미신이니 사기니 하며 말하는데, (중략) 전국 상위 1%들에게 풍수지리는 종교이자 신앙이다."
지관(地官) 김상덕이 어느 재력가 회장의 모친 묘를 이장해주고 난 뒤 이렇게 읊조린다.
영화 '파묘'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하게 된 김상덕(최민식 분)과 장의사(유해진 분), 무속인(김고은 분)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초자연적 현상) 미스터리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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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줄. 같은 DNA로 엮인 공혈(共血)의 집단. 흙에서 만물이 생성되고 모두 다시 흙으로 돌아간다. ‘풍수지리’ 하면 미신이니 사기니 하며 말하는데, (중략) 전국 상위 1%들에게 풍수지리는 종교이자 신앙이다.”
지관(地官) 김상덕이 어느 재력가 회장의 모친 묘를 이장해주고 난 뒤 이렇게 읊조린다. 죽어서 땅에 매장된 사람은 결국 썩어 흙으로 돌아가고, 물을 만난 그 흙에서는 또다시 하나의 생명이 태어난다. 이 같은 자연의 이치를 설명한 김상덕의 내레이션으로 영화 ‘파묘’는 본격적인 서사를 시작한다.
영화 ‘파묘’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하게 된 김상덕(최민식 분)과 장의사(유해진 분), 무속인(김고은 분)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초자연적 현상) 미스터리 영화다. 최근 개봉한 이 영화는 특유의 호기심을 유발하는 미스터리 장르물의 특성과 배우들의 열연으로 한창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 영화를 만든 장재현 감독은 크리스천으로 교회 집사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흙으로 돌아간다”는 김상덕의 대사는 크리스천이라면 친숙하게 다가온다. 성경을 관통하는 하나님 창조의 섭리이자 육신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영혼의 구원관이 담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영화에서 관심을 끄는 건 한국 특유의 장례문화다. 예전부터 돌아가신 조상을 선산 등 땅에 매장하는 풍습을 지닌 한국 사람들은 무엇보다 어떤 땅과 명당에 조상을 모셔야 자손 대대로 번창할 수 있을지를 놓고 고심해 왔다. 그리고 이 같은 미신은 현재를 살아가는 많은 크리스천의 마음속 깊은 곳에도 은연중 자리 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교식 제사 의례인 사십구재에 큰 의의를 두고 이를 지키고 따르거나 명절마다 선산을 찾아 조상을 그리워하는 것 이상의 제사를 지내며 조상의 명복이 온전히 남겨진 후대의 정성 여하에 달려 있다고 여기는 식이다.
이 같은 모습에서 한국교회 교인 특유의 신앙관을 엿본다. 과거 어느 신학대 예배설교학 교수는 “한국교회의 성장 배경에는 열정적인 한국교회의 예배 습관이 자리 잡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교회가 부흥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새벽기도 철야기도 통성기도 산기도 등 토착적 기도 형태가 자리 잡은 점과 원산·평양 대부흥운동의 영향으로 감정적 격앙과 성령 체험이 강조됐던 점 등을 꼽았다.
세례와 성례전 등 초대교회에서 중요히 여긴 예식이 한국에 정착하면서, 이른바 토착화하며 일부는 기복적이며 무속적인 신앙으로 변질했고 이를 바탕으로 한 신앙이 한국교회 부흥에 일부 이바지했음은 부인하기 힘들다. 실제로 한국교회에는 마치 옛 조상들이 이른 새벽 맑고 정결한 정화수를 떠놓고 각자의 신에게 빌었던 것처럼 새벽기도를 그런 식으로 여기는 행태가 남아 있다.
하지만 한국인 특유의 정(情)을 기반으로 공동체성을 중시한 한국교회 특유의 장례문화는 오히려 장려하고 그 의미를 되새겨봄 직하다. 최근 가족의 장례를 치렀다. 아내의 할머니 장례는 그분이 다니셨던 교회와 장인어른이 섬기는 교회 교인들의 도움으로 치러졌다. 목회자와 교인들은 이른 새벽부터 장례 일정이 마칠 때까지 빈소를 지키며 유가족을 위로했고, 할머님의 마지막 천국 가는 길을 진심 어린 기도와 찬송으로 배웅했다.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와 ‘죽은 이의 영혼이 천국에서 영원히 안식할 것’이라는 성경 속 하나님의 가르침이 그대로 녹아든 현장이었다.
그 속에서 한국교회가 이 땅을 딛고 서서 앞으로 살아갈 다음세대에 물려줘야 할 생명과 죽음에 대한 인식, 구원관, 공동체성을 엿볼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지관 김상덕의 영화 속 외침이 새롭게 다가온다. “땅이야 땅, 우리 손주들이 밟고 살아가야 할 땅이라고!”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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