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얼라이브] “그는 기도의 사람… 성경 토대로 대한민국 건국 기초 세웠다”

윤중식 2024. 3. 2.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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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길·송길원 목사 124년 전 ‘이승만 성경’ 펴보니
홍정길(오른쪽) 밀알복지재단 이사장과 송길원 하이패밀리 대표가 지난 27일 경기도 양평 하이패밀리 갤러리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이 애송하던 갈라디아서 5장 1절 말씀을 가리키고 있다.


#레미제라블의 작가, 빅토르 위고가 한 말이다. “잉글랜드는 성경과 셰익스피어, 두 권의 책을 갖고 있다. 잉글랜드는 셰익스피어를 만들었지만, 성경은 잉글랜드를 만들었다.”

#1789년 4월 30일 미국 뉴욕, 미국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이 오른손을 성경 위에 올려놓고 있다. 뉴욕 재판소장이 헌법과 국민의 권리를 수행할 것을 맹세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워싱턴은 “예, 엄숙히 맹세합니다.”

#1948년 5월 30일 대한민국 제헌국회 개원식에서 이승만 임시 의장이 엄숙한 표정으로 마이크 앞에서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입을 뗀다. “이윤영 의원 나오셔서 기도를 올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세계 역사를 세우고 나라를 바꾼 성경 이야기가 어디 영국과 미국만일까. 대한민국을 바꾸어 놓고 대한민국 건국의 기초가 된 것은 뜻밖에도 성경이다. 이승만(1875~1965)은 대한민국의 건국 대통령이자 한국 역사상 최초의 기독교인 통치자였다. 1948년 8월 대한민국 정부를 발족시킨 이승만 대통령은 1960년 4월 하야할 때까지 12년간 대한민국을 통치했다. 이 기간에 그는 영부인 프란체스카 여사와 함께 조석으로 기도하고 성경을 읽었다. 그 손때 묻고 역사의 흔적이 새겨진 성경은 경기도 양평 하이패밀리(대표 송길원 목사) 공간 내 갤러리에 전시돼 있다. 윤보선 대통령의 공보수석을 지낸 장성철씨의 아들 장범(재미교회)씨가 기증했다.

가죽 성경 겉면 아래에 또렷이 박힌 이름 석 자, ‘SYNGMAN RHEE’(승만리)가 새겨있다. 당시 국내엔 피혁 기술이 없었기에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제작해 이승만에게 건넨 책이다. 한성교도소의 투옥 연도를 기준으로 하면 최대 124년 전 성경이 된다. 가죽이 너덜너덜해진 채로 교도소 5년 8개월과 경무대 12년을 고스란히 지켜보았을 성경이다.

이승만 대통령과 건국 1세대의 희생과 투쟁을 재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감독 김덕영)이 100만 관객을 돌파한 지난 27일 ‘성경의 벽’(K-바이블)으로 유명한 하이패밀리에서 홍정길(남서울은혜교회 원로 목사) 밀알복지재단 이사장을 만났다. 하이패밀리는 내년까지 현재 국가지원사업으로 기독교문화체험관을 설립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영성관광과 문화선교의 새 장을 열어보자는 논의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김경래 장로, 홍 이사장, 이동원 목사, 우창록·윤형주(조직위원장) 장로 등이 앞장서 기독교 새 시대를 열겠다는 취지다.

이승만 대통령은 1899년 옥중에서 기독교에 귀의했다. 그는 국내에서 기독교에 개종한 최초의 왕족 출신 기독교인으로서 19세기 말 한국에 입국해 전도했던 어느 외국인 선교사보다 더 많은 수의 동포를 기독교로 인도하는 데 성공한 전도자였다.

송 목사는 “이승만 대통령은 멸망 지경에 도달한 대한제국이 부흥해 미국이나 영국 같은 일등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기독교를 받아들여 이를 국기(國基)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면서 “한성교도소에서 성경을 읽으며 기독교 신앙을 심화하는 과정에서 한국 백성을 기독교로써 교화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이 대통령은 생각했다”고 전했다.

대한민국은 1945년 8월 15일 해방됐지만, 건국은 바로 이뤄지지 못했다. 소련은 북한 지역 총선거를 거부하고 공산정권을 세웠고, 미 군정 하에 남한만 총선거로 1948년 제헌 국회의원들을 선출했다. 제헌국회에서 이승만은 대통령에 선출됐다. 이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기본으로 하는 제헌헌법을 통과시켰다. 자유민주주의 공화국은 이승만이 ‘독립정신’에서 ‘자유를 존중하는 것은 나라를 세우는 근본이 되는 것’이라며 기본 이념으로 내세운 것이었다.

닳고 닳은 이 전 대통령의 성경, 겉면 아래쪽에 이름을 나타내는 ‘SYNGMAN RHEE’(승만리)가 박혀 있다.


진열장을 열고 성경을 조심스럽게 꺼내 든 홍 목사와 송 목사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펼쳐진 성경의 본분 첫 쪽은 갈라디아서였다. “그리스도께서 우리로 자유케 하려고 자유를 주셨으니 그러므로 굳세게 서서 다시는 종의 멍에를 메지 말라.”(갈 5:1)

홍 목사는 이 말씀은 오늘날 우리에게 3가지 명심해야 할 교훈을 준다고 했다. 첫째는 우리가 누리는 이 자유는 하나님의 은혜로 말미암은 것이고, 둘째는 그것을 빼앗고 우리에게 종의 멍에를 지우려고 하는 악한 세력이 존재한다는 것이며, 셋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은혜 위에 굳건히 서 있으면 그 누구도 우리의 자유를 다시 빼앗을 수 없다는 것이다.

홍 목사는 “일찍이 종교개혁가 루터는 타락한 인간의 이성과 논리는 율법적 의로움, 즉 가짜 의로움에 대해 위험성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면서 “영적인 자유를 스스로 포기하고 죄의 종이 되어 죄의 멍에를 스스로 메고자 하는 것이 인간의 육적인 이성과 논리인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이 말씀처럼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당신의 자유를 주신 상태이기 때문에 성령께 의지하면서 죄의 멍에, 곧 종의 멍에를 메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언제 처음 성경을 접했을까. 고 유영익(전 국사편찬위원장) 박사가 남긴 증언에 따르면 이승만 대통령이 첫 성경을 접한 때가 바로 한성교도소에 있을 때다. 송 목사는 이 대통령이 한성교도소에 갇혀 있을 때 언더우드와 아펜젤러에 의해 전해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요즘 영화 ‘건국전쟁’과 ‘기적의 시작’이 뜨고 있는데 이른바 이승만의 재조명에 대해 홍 목사는 최근 이틀 동안 많이 불편해 잠을 못 잤다고 했다. 한마디로 매니페스토(선언)를 읽고 본 느낌이라고 했다. “나무와 사람은 쓰러져 봐야 그 크기를 알 수 있다.” 홍 목사는 링컨 대통령을 조롱했던 스텐튼 국방장관이 자신이 한 말을 뉘우치면서 남긴 말이라고 했다. 홍 목사는 일화를 소개하면서 이틀 동안 우울감에 젖었다고 했다. 우리 이승만 대통령이 평생을 이 나라를 위해서 사셨는데 그 많은 일을 해놓고 비난을 많이 받아 매우 안타까운 생각이 들어서였다고 했다.

홍 목사는 하지만 천국 소망을 바라보면 다소 위안이 된다고 했다. 하나님의 일을 하는 사람들은 이 땅에 상급이 없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오히려 반대로 이 땅에서 칭찬 듣고 환대받는 사람은 이 세상에서 이미 상급을 받았기 때문에 하늘나라에 가서는 받을 것이 없다는 얘기를 했다. 홍 목사는 또 현실적으로도 너무나 많은 분이 아직도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인식을 바꾸지 않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홍 목사는 원래 예수 그리스도를 바로 믿는 사람은 핍박을 당한다고 성경에 쓰여 있기 때문에 조급하게 단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이승만 대통령의 가장 위대한 업적은 진정으로 그분이 성경에서 주님께서 선포하신 대로 우리에게 기반을 둔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세워주신 것, 이것은 절대로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통령은 평생을 성경과 기도로 살아낸 사람이다. 그는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종의 멍에’를 자주 인용했다. “잃었던 나라의 독립을 다시 찾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힘들었는지 우리 국민은 알아야 하며 불행했던 과거사를 거울삼아 어떤 종류의 것이든 노예의 멍에를 메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내가 우리 민족에게 주는 유언이다.”

홍 목사는 인간이 쓴 역사는 바뀌어도 성경의 역사는 변하지 않는 법이다. 언젠가는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도 바로 정리될 날이 올 것이라고 했다. “반드시 됩니다. 역사는요, 반드시 제대로 돌아가게 돼 있어요. 비겁한 이들이 역사수정주의라고 말을 하는데 역사는 계속 수정되는 게 맞아요. 과거의 틀에 박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발전은 없어요. 건국전쟁도 안 보고 틀렸다고 말하는 거지요.”

현재 하이패밀리에는 이승만 대통령의 성경만이 아니라 노태우·이명박 대통령의 성경도 있다. 김영삼 대통령 성경도 기부될 예정이다. 역대 대통령의 성경을 모아 전시해 나라를 위해 기도하는 영성 공간으로 거듭나길 소망하고 있다. 홍 목사와 송 목사는 이승만 대통령의 영혼이 살아있는 성경을 제자리에 돌려놓으면서 이 대통령의 기도문을 낭독했다. “이제 저의 천명이 다하여감에 아버지께서 저에게 주셨던 사명을 감당치 못하겠나이다. 몸과 마음이 너무 늙어버렸습니다. 바라옵건대, 우리 민족의 앞날에 주님의 은총과 축복이 함께 하시옵소서. 우리 민족을 오직 주님께 맡기고 가겠습니다. 우리 민족이 굳세게 서서 국방에서나 경제에서나 다시는 종의 멍에를 메지 않게 하여 주시옵소서.”

양평=글·사진 윤중식 종교기획위원 yun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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