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슈퍼콘만 안 올랐지…판결문 담긴 아이스크림값의 비밀
아이스크림 만드는 회사끼리 짬짜미를 해 아이스크림값을 올렸다면, 회사뿐 아니라 각 회사 임원도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빙그레 시판사업 담당 상무였던 최모 씨와 롯데푸드에서 빙과부문장을 지냈던 김모 씨에게 지난달 28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전 롯데제과 빙과영업본부장 남모씨와 전 해태제과 영업담당이사 박모씨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받았다.
이번 판결은 공정거래위원회가 2019년 10월 조사에 나서 찾아낸 2016년~2019년 가격 담합 혐의에 대한 것이다. 당초 공정위는 회사들만 고발하려 했으나, 검찰은 개인에 대한 처벌도 필요하다고 봤다. 2022년 10월 4대 회사 임원 한 명씩을 재판에 넘긴 검찰은 지난해 11월 결심에서는 징역 1년~1년 6개월의 실형을 구형했다.
지난 1년여간 사건을 심리해 온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이준구 판사는 “빙그레를 포함한 국내 4대 아이스크림 제조사들이 가격 인상 등 영업 전반에 걸쳐 계속적·반복적으로 담합행위를 한 것”이라며 “공동행위는 3년이 넘는 장기간에 걸쳐 이뤄졌고 횟수도 적지 않으며 모든 아이스크림 제품에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판결문에는 2010년대 후반 아이스크림값의 비밀이 담겼다. 빠삐코·폴라포 같은 튜브류 아이스크림이 800원에서 1000원으로 오른 건 2017년 6월의 일이다. 구구콘·부라보콘 등 콘 아이스크림은 2018년 1300원에서 1500원으로, 2019년 1500원에서 1800원으로 올랐다.
네 곳 아이스크림사 임원들의 ‘2016년 2월 고양시 백숙집 회동’과 ‘2017년 8월 강서구 호텔 회동’이 낳은 결과였다. 처음엔 슈퍼 등 소매점에 파는 아이스크림값을 올리고 소매점 지원율(기준가 대비 할인된 금액의 비율)의 상한을 제한했고, 다음엔 편의점 마진율을 내려 사실상 납품가격을 인상하고 2+1 행사상품을 대폭 줄였다.
아이스크림 시장의 86%를 점유하는 4개 회사가 만든 ‘합의된 가격 수준’은 경쟁을 없앴다. 이마트 ‘아이스크림 골라담기’ 같은 행사로 해 합의된 가격보다 낮게 납품해야 할 상황이 생기면 서로 협의했다. 경쟁 입찰 땐 사다리를 탔다. 임직원 복지 차원에서 매년 160만개 아이스크림을 구매해 온 현대차는 ‘최저가 순으로 3개 회사’를 선정했다고 생각했으나, 사실은 4개사가 짜고 만든 순서였다.
빙그레는 이번 재판 과정에서 가장 격렬히 다퉜다. 최 상무는 최초 합의가 있은 ‘2016년 2월 회동’에 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판사는 “나머지 피고인들이 최 상무도 참석했다고 하는데 이들이 허위로 진술할 만한 사정이 없다”며 “제조 4사 임원들이 처음 만나 합의하는 자리에 빙그레 임원이 참석하지 않았단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최 상무는 공정위 조사가 시작된 이듬해인 2020년 경영기획 담당 상무로 승진했다.
빙그레는 일부 무죄를 선고받기도 했다. 이 판사는 ‘콘류 1500원 담합’과 ‘샌드류 1800원 담합’엔 빙그레가 끼지 않았다고 봤다. 2018년 말 타사가 콘 아이스크림값을 1300원에서 1500원으로 올리자 할 때 빙그레는 이미 슈퍼콘을 1600원에 팔고 있었기 때문이다. 슈퍼콘은 몇 달 뒤 결국 1500원으로 가격이 내려가긴 했는데, 유명인을 써서 광고도 열심히 했는데 점유율에서 밀려 가격을 내린 거란 내부자 진술에 근거해 법원은 ‘경영상 판단’으로 이해했다. 또 2019년 5월 1500원에서 1800원으로 오른 붕어싸만코와빵또아에 대해선 기존 제품을 ‘떡’붕어싸만코와‘부드러운’빵또아로 업그레이드한 결과로 봤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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