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개선 방향은…업종·규모별 차등 의무 ‘현실적’
업종·규모별 차등 의무 ‘현실적’
전문가들은 업종이나 규모별로 ‘맞춤형 의무’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극히 현실적인 관점에서다. 중대재해 발생으로 사업주가 장기 징역이나 큰 액수의 벌금형에 처해질 경우 영세 기업이 이를 견디고 존속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규모가 작은 기업이나 상대적으로 산업재해 발생 가능성이 적은 업종은 불필요한 서류 작업을 줄이고 위험성 평가 기준도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정대원 법무법인 율촌 중대재해센터 변호사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는 재해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의무를 추려 효율적이면서도 간단하게 이행할 수 있는 맞춤형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법을 개정하면 좋겠지만 시행령 개정만으로도 가능해 보인다”고 제언했다.
중대재해 전문인 박찬근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역시 “자영업자에게는 중대재해법의 위험성 평가 기준을 완화하는 기준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는 실정”이라며 “법 개정이 안 되더라도 감독 기관 가이드라인 정도는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영업자·소상공인에 대한 정부 지원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들어봄직하다. 안전사고 예방에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인 만큼, 정부 입장에서 추가 재원 지원이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현재 정부는 모든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을 대상으로 산업안전 진단 지원에 나선다는 방침을 세웠다. 사업장이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이행과 관련한 자가 진단을 돕고 부족한 사업장에는 컨설팅·교육·기술 지도를 연계 지원하는 대책이다. 하지만 여기 필요한 인력과 예산에 대해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 확대 적용 사업장이 83만개 넘게 늘어난 현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사각지대’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노동 전문인 이한결 더드림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현행법에는 정부가 중대재해 예방 사업에 드는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예산의 범위에서 지원할 수 있다는 ‘임의 규정’만 규정돼 있을 뿐, 구체적인 지원 규모나 범위는 전혀 정해진 것이 없다”며 “비용 마련이 여의치 않은 영세 사업체에 대해서는 지원을 의무화하고 지원 예산의 구체적인 규모를 명확히 한다면 법 이행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중대재해법 유예 가능성은 아직은 열려 있다. 워낙 뜨거운 이슈인 만큼, 총선 전 마지막이 될 2월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중대재해법 개정안 통과 여부를 놓고 힘겨루기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정부·여당은 지난 1월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중대재해법 확대 적용을 2년 유예하는 개정안 통과를 추진했지만 야당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7호 (2024.02.21~2024.02.2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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