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펄끓는 美‧日 증시…나스닥 훈풍에 닛케이는 장중 4만선 접근
미국과 일본 증시 상승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미국 나스닥 지수는 2년 3개월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일본 주식시장은 ‘닛케이 4만’ 시대를 목전에 뒀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나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9% 상승한 1만6091.92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 2021년 11월 19일(1만6057.44) 기록한 최고치를 2년 3개월 만에 갈아치웠다. 이날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12% 오른 3만8996.39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52% 상승한 5096.27을 각각 기록했다.
미국 증시는 인공지능(AI) ‘대장주’로 꼽히는 엔비디아 등의 강세를 앞에서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금리 인하 기대감이 옅어지며 오름세가 주춤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발표된 미국 물가지수가 시장 예상치에 부합하자 미국 증시는 다시 상승 흐름을 보였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1월 에너지‧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8% 상승했다. 전달(2.9%) 보다 상승 폭이 둔화했다. 1월 기준으로 최근 3년 동안 가장 낮은 오름폭이다. 전월 대비로는 0.4% 올랐는데 시장이 예상한 수준이었다.
PCE 물가지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결정 시 가장 중시하는 물가 지표다. 1월 PCE 물가지수 발표 이후 물가상승률 안정세가 지속하리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며 금리 인하 기대감이 재차 커졌다. 크리스 자카렐리 인디펜던트 어드바이저 얼라이언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국 CNBC 방송에 “이번 발표로 강세론자들이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게 됐다”며 “이들 강세론자들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다시 높아져 Fed가 금리 인하를 연기할 것을 우려해왔다”고 설명했다.
미국 증시 호조를 이날 일본 증시가 고스란히 이어받았다.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1일 전 거래일보다 1.9% 오른 3만9910.82에 거래를 마쳤다. 기존 종가 기준 최고치인 지난달 27일(3만9239.52) 지수를 사흘 만에 뛰어넘으며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닛케이지수는 장중 한때 3만9990을 찍으며 4만 선에 근접했다. 역시 지난달 27일 기록한 장중 최고치(3만9426.29)를 훌쩍 넘어섰다.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미국 나스닥 지수가 사상 최고치로 장을 마감한 것이 닛케이지수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라고 분석했다.
반도체 장비업체 도쿄일렉트론(4.1%), 반도체 설계업체인 ARM 지분의 90%를 보유한 소프트뱅크그룹(1.47%)등 반도체 기업 주가가 호조세를 보였다.
닛케이지수는 올해 거침없이 오르며 ‘거품 경제’로 불리던 당시인 1989년 12월 29일 기록한 장중·종가 사상 최고치를 지난달 22일 모두 갈아치웠다. 이후에도 멈추지 않고 4만선 돌파를 가시권에 뒀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일본 증시 상승 이유에 대해 “미국의 양호한 경제 성장과 같은 우호적인 대외 환경 속에 엔화 약세 영향 등으로 일본 수출 기업의 실적이 예상보다 크게 개선됐다”라며 “지난해 도쿄거래소가 증시 부양책을 발표한 이래 증시 체질 개선에 대한 투자자의 기대가 고조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미‧일 증시의 거침없는 랠리와 견줘 크게 소외됐던 한국 증시의 경우 지난달 상승률은 양호한 모습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주요 20개국(G20)의 주요 지수 종가를 지난 1월 말과 비교한 결과 코스피는 5.82% 상승해 24개 지수중 8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코스닥은 7.97% 올라 중국 상해종합지수(8.13%)를 제외하면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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