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계 삼겹' 규제 나선 정부 "지방 1㎝ 이하로, 펼쳐서 포장하라"

김기환 2024. 3. 1.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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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 데이'를 앞둔 지난달 29일 서울 청계광장 인근에서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가 돼지고기를 할인 판매하고 있다. 연합뉴스

돼지 살코기와 지방 부분이 3번 겹쳐져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삼겹살’. 3월 3일 일명 ‘삼겹살 데이’를 앞두고 비계 삼겹 논란이 불거지자 정부가 규제에 나섰다. '지방 두께를 1㎝ 이하로 하고, 삼겹살 단면이 보이도록 펼쳐서 포장하라'는 게 규제 핵심인데, 소비자가 지방 줄인 맛을 받아들일지가 관건이다.

1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농식품부는 최근 육가공 협회와 대형 마트 축산업자에게 “대형 마트에서 판매하는 소포장 삼겹살 껍데기에 붙은 지방 두께를 1㎝ 이하, 오겹살은 1.5㎝ 이하까지 제거하라”고 권고했다. 지방 함량뿐 아니라 소비자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기존처럼 삼겹살을 구부려 포장하는 대신 모든 삼겹살 단면을 보이도록 펼쳐서 투명 용기에 포장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삼겹살 품질 관리 매뉴얼’이란 이름의 가이드라인에는 이 밖에도 삼겹살 부위별 지방특성 정보, 권장 포장 방식과 지방 부위 눈속임 판매(일명 ‘밑장 깔기’)를 지양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김정욱 농식품부 축산정책관은 “8일까지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합동으로 돼지고기 가공·유통업체를 점검·지도하고 미흡한 업체는 운영·시설자금 등 지원사업 선정에서 페널티를 부과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삼겹살 규제는 최근 ‘비계 삼겹살’ 논란이 배경이다. 지난달 인천 미추홀구에서 고향사랑기부금 납부자 답례품으로 보낸 삼겹살의 3분의 2가 지방으로 채워졌다는 불만이 나왔다. 매년 삼겹살 데이마다 ‘반값 삼겹살’로 홍보한 상품 일부가 지방이 많이 낀 눈속임 삼겹살이라 불매 운동이 벌어졌다.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국내 대형마트 3사가 삼겹살 단면을 인공지능(AI) 장비로 검수하는 등 대책을 마련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인천 미추홀구에서 고향사랑기부금 납부자가 답례품으로 받은 삼겹살.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한국인의 돼지고기, 그중에서도 삼겹살 사랑은 유별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 1월 펴낸 ‘농업전망 2024’에 따르면 지난해 소고기·돼지고기·닭고기 등 3대 육류의 1인당 소비량은 60.6㎏으로 추정됐다. 지난해에 이어 2년째 육류 소비가 1인당 쌀 소비량(56.4㎏)을 넘어섰다. 육류 중에서도 돼지고기 소비가 소고기의 2배 수준으로 1위다. 또 돼지고기 소비의 절반 이상이 삼겹살이다.

하지만 지방 함량과 조직감, 성숙도 등에 따라 1++(일명 ‘투뿔’)부터 3등급까지 등급을 매긴 소고기와 달리 돼지고기는 등급제를 적용하기 어렵다. 가장 핵심인 지방 함량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가 다양해 획일적인 기준을 설정하기 어려워서다. 기준을 정한다고 하더라도 도축 단계에서 지방 함량을 평가할 수 없고, 5만여개 소분 업체가 가공하는 과정에서 결정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게다가 삼겹살 지방에는 “맛있는 것은 몸에 나쁘다”는 속설이 딱 적용된다. 학계에선 지방 함량이 높다고 무조건 질 나쁜 고기로 규정하는 것을 경계한다. 국내산 돼지고기는 지방 함량이 높지만, 지방 두께가 얇고 규격도 균일한 수입산보다 가격이 비싸다. 어느 정도 지방이 껴 있어야 맛있기 때문이다.

허선진 중앙대 동물생명공학과 교수는 “(지방 함량이 적은 부위를 선호한다지만) 막상 조리하면 지방 함량이 높은 부위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가 압도적으로 높다”며 “지방을 과도하게 줄이면 결국 돼지고기 풍미만 줄어든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유통업체의 얄팍한 상술이 과도하게 확대 재생산돼 획일적인 국산 삼겹살 지방 함량 규제로 이어지면 지방 함량이 높은 이베리코 돼지고기 등 수입산과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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