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거리로 "안녕하십니까?"... '6일째 전국행진' 세월호 유가족들
[김보성 kimbsv1@ohmynews.com]
▲ 세월호참사 10주기 전국시민행진단이 삼일절인 1일 부산 광복로에서 부산역 광장으로 행진하고 있다. |
ⓒ 김보성 |
"2014년 그날 국가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그 차가운 바다에서 왜 304명이 목숨을 잃었는지 정확한 이유를 10년이 지난 지금도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계속 싸워갈 것입니다. 그것이 안전한 사회로 갈 수 있는 발판이기 때문입니다."
삼일절인 1일 오전 부산 중구 일대에 노란 깃발이 나부꼈다. 강한 바람까지 불면서 체감온도가 영하로 떨어졌지만, 꽃샘추위조차 이들의 집결을 막진 못했다. 사람들은 손에 움켜쥔 팻말과 글귀를 더 굳세게 들어 보였다.
곳곳에서 시민을 만나 '안녕'을 묻는 유가족들
이날 세월호참사와 이태원참사 유가족, 부산 40여 개 시민사회단체 회원 등 200여 명(주최 측 추산)이 광복로로 모여들었다. 부산은 지난 25일부터 출발한 4·16 세월호참사 10주기 전국시민행진의 6일 차 도착지다. 제주에서 출발했던 유가족들은 여러 지역을 거쳐 이날 부산을 찾았다.
▲ 세월호참사 10주기 전국시민행진단이 삼일절인 1일 부산 광복로에서 부산역 광장으로 행진하고 있다. |
ⓒ 김보성 |
발언을 넘겨받은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의 말도 같았다. 아들을 잃은 이창훈씨 역시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는 무엇 때문에 대도심 한가운데서 그렇게 많은 희생자가 나와야 했는지 반드시 알고 싶다고 했다.
"참사에서 국가는 없었습니다. 지자체, 경찰, 소방관 등 아무도 없었습니다. 우리가 정말 원하는 건 진상규명 한 가지밖에 없습니다."
세월호와 이태원, 오송이 다르지 않다던 이씨는 대통령을 향해 쓴소리를 날렸다. 유가족의 강한 반대에도 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를 통과한 이태원참사 특별법을 수용하지 않았다. 취임 후 다섯 번째 거부권 행사였다. 이씨는 이런 결과를 바란 게 아녔다. 그는 "거부권 대통령을 거부한다"라고 외쳤다.
▲ 세월호참사 10주기 전국시민행진단이 삼일절인 1일 부산 광복로에서 부산역 광장으로 행진하고 있다. |
ⓒ 김보성 |
"아픔, 슬픔, 분노 또 죄책감 등으로 당시 촛불을 들었습니다. (중략) 앞으로도 우리는 참 많이 눈물을 흘려야 할 것 같습니다. "
유가족이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는 현실을 말한 윤 단장은 '기억 투쟁'이 필요하다고 관심을 당부했다. 동시에 "이 추위를 뚫고 많은 이들이 행진하고 있다. 우리 또한 끝까지 같이 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저마다 준비한 이야기를 마친 이들이 거리로 나서며 가장 앞에 내민 건 '안녕하십니까?'라는 말이었다. 이들은 이러한 글귀가 적힌 펼침막을 든 채 10년 동안 힘을 보탰던 시민들을 만나며 서로의 안녕을 묻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들은 부산지역 행진 코스인 부산역 광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 등 세월호참사 10주기위원회, 4·16가족협의회, 4.16재단 등이 마련한 이번 행진의 최종 종착지는 서울이다. 세월호 목적지였던 제주도를 떠나 희생자 수습이 이뤄졌던 진도 팽목항, 세월호 선체가 있는 목포에 이어 이번 부산, 앞으로 대구, 전주, 세종, 대전을 거쳐 서울 중구 세월호 기억공간으로 향한다.
▲ 세월호참사 10주기 전국시민행진단이 삼일절인 1일 부산 광복로에서 부산역 광장으로 행진하고 있다. |
ⓒ 김보성 |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