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반일정서 녹여낸 흥행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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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은 극장가의 대표적인 비수기다.
그런데 장재현 감독의 영화 '파묘'의 인기몰이가 심상치 않다.
그런데 파묘를 한다거나 굿, 무속 신앙과 장례 등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많은 소재와 설정 등은 모두 한국의 토속적인 신앙들이다.
영화 '파묘'는 풍수와 무속신앙과 같은 한국적 문화, 반일감정의 국민정서 그리고 오컬트라는 새로운 장르를 통해 한국 영화의 활로를 찾는 과정과 노력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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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은 극장가의 대표적인 비수기다. 그런데 장재현 감독의 영화 ‘파묘’의 인기몰이가 심상치 않다. 개봉 1주일 만에 손익분기점인 330만명을 돌파했으며 삼일절 휴일을 앞두고 400만 관객을 목전에 두고 있다. 영화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미스터리 작품이다. 우리에게 익숙치 않는 오컬트 영화(occult film) 장르인 이 영화의 흥행코드는 무엇일까.
무당인 화림(김고은 분)과 화림을 따르는 법사 봉길(이도현 분)은 거액의 의뢰를 받고 미국 LA로 향한다. 초호화 저택에 살고 있는 의뢰인은 자신의 아이를 비롯해 집안사람들이 자꾸만 의문의 유전병을 앓고 있으며 현대의학으로는 치료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화림에게 해결해 줄 것을 부탁한다. 화림은 집안 조상의 묫자리가 원인임을 눈치 챈 후, 한국으로 돌아와 풍수사 상덕(최민식)을 찾아 협업을 제안하고 상덕과 오랜 동료인 장의사 영근(유해진 분)이 합류해 팀을 꾸린다. 상덕은 묫자리가 나쁘다며 대살굿을 진행하면서 파묘 작업에 돌입한다. 일이 잘 마무리되는 듯 했으나 묫자리에 예상치 못한 비밀이 담겨 있었고 네 사람은 미지의 존재들과 본격적으로 대적하게 된다.
한국형 오컬트 장르를 구축해냈다. 오컬트 영화란 유령과 악마, 영혼과의 교신, 점, 사후세계 등 초자연적인 현상이나 신비스러운 일, 불가해한 일들을 다루는 영화장르로 유명한 작품으로는 ‘엑소시스트’ ‘오멘’ ‘컨저링’ 같은 영화들이 있다. 국내에서는 퇴마사들과 악마의 사투를 다루는 ‘퇴마록’이 있으나 본격적으로 오컬트 영화장르의 지평을 연 감독은 ‘검은 사제단’과 ‘사바하’를 연출한 장재현 감독이다. 장감독은 이번에 영화 ‘파묘’를 통해 호러 마니아층보다 좀더 대중을 타깃으로 삼아 한국형 오컬트 장르의 무궁무진한 확장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과학과 이성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오컬트 장르에 판타지 요소까지 더해진 영화는 세대를 불문하고 세대 층에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한국의 정서를 잘 녹여냈다. 영화는 기이한 병과 불길한 기운이 깃든 집안에 문제가 조상에 묫자리에 있다고 보고 묘를 파고 관을 들어낸다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런데 파묘를 한다거나 굿, 무속 신앙과 장례 등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많은 소재와 설정 등은 모두 한국의 토속적인 신앙들이다. 풍수지리라는 무속신앙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처음 보는 도구들의 사용처, 굿판의 현실적인 진행 과정 또한 한국적 정서를 잘 나타내고 있다.
반일정서를 흥행전략으로 삼는 것 또한 특징이다. 영화에서 벌어지는 사건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한국의 역사적 비극과 치욕에서 기인한다. 나라를 판 대가로 큰 부를 얻어 대를 이어 호의호식하는 친일파, 식민지 시기 조선 민족의 정기를 끊기 위해 주요 명당자리에 쇠말뚝을 박은 일제의 행위 등 영화는 일제가 남긴 뿌리 깊은 상흔을 다루며 해묵은 부조리를 무속신앙으로 단죄한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 화림과 봉길도 독립운동을 한 이화림과 윤봉길의 이름을 따온 것이다. 이러한 입소문은 3.1절 휴일과 맞물리며 관객을 더욱 유인할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 등으로 영화나 드라마의 방영 매체가 다양화되고 영화시장 국제화가 급속히 진전되면서 영화산업 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없으면 한국영화는 생존의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영화 ‘파묘’는 풍수와 무속신앙과 같은 한국적 문화, 반일감정의 국민정서 그리고 오컬트라는 새로운 장르를 통해 한국 영화의 활로를 찾는 과정과 노력을 보여준다.
양경미 / 전) 연세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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