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밤바다 '파란 불빛'…신비로운 절경 뒤 숨은 무서운 정체
파도가 부서지는 자리에 푸른 빛이 도는 밤바다의 신비로운 풍경. 주로 해외에서 볼 수 있던 신비로운 현상이 국내서도 자주 나타나면서 이런 모습을 담은 사진이 공모전에 올라왔다. 기상청이 주최한 ‘제41회 기상기후 사진·영상 공모전’ 사진 부문 출품작 ‘푸른빛 물결’ 얘기다.
기상청은 1일부터 10일까지 공모전 수상작 선정을 위한 온라인 국민투표를 진행한다고 발표하면서 대상(1점)·금상(1점)·은상(2점)·동상(3점) 후보작 7점을 공개했다.
푸른빛 물결은 충청남도 서천군 비인해변에서 촬영됐다. 파도가 푸르게 빛나는 모습은 ‘야광충’ 세포에 있는 루시페린이라는 발광 물질이 물리적 충돌 과정에서 발광하며 나타난 것이다. 야광충은 1㎜ 길이의 플랑크톤 일종으로, 우리나라 바다가 따뜻해지면서 최근 몇 년 사이 급증했다.
지난해 서해에서는 5월부터 8월까지 야광충이 빛나는 모습이 자주 관측됐다. 문제는 야광충 이상 증식하면 바다에 적조 현상을 만드는 데 있다. 근방 물속 산소량이 부족해지고 암모니아 농도가 증가한다. 인근 양식장에서 자라는 어류의 대량 폐사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최근 온난화로 인한 수온 상승, 연안의 부영양화로 야광충 대량 발생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기상청은 작품 설명에서 “지난해는 온난화로 인한 적조 현상이 화제였다. 전에는 흔히 볼 수 없던 야광충의 모습도 유난히 쉽게 볼 수 있었는데, 보기에는 신비롭고 아름답지만, 그 뒤에 감춰진 기후 변화는 걱정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이밖에도 후보작에는 4계절 기상 현상이 모두 뚜렷한 우리나라의 자연 절경을 담은 사진, 폭우와 폭설 영향으로 나타난 도심의 모습을 담은 사진 등이 포함됐다. 기상청은 본인 인증을 거쳐 7개 작품 중 1점에 한 번 투표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공모전에는 사진 부문 3462점, 영상 부문 221점 등 총 3683점이 출품됐다. 기상청은 “전문 심사위원단이 1, 2차 평가를 거쳐 사진 부문 37점, 영상 부문 3점 등 총 40점의 입상후보작을 결정했고, 이 중 사진 부문 상위 7개 작품은 심사위원 점수(50%)와 국민투표 결과(50%)를 합산해 최종 순위를 결정한다”고 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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