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 비계도, 고객 리뷰도 AI에 분석시켜보니
이마트는 지난해 말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리뷰 분석 시스템을 도입했다. 앱에서 월평균 80만 개 넘게 쏟아지는 고객 리뷰를 일일이 확인하고 대응하기 어려워서다. AI는 상품에 대한 의견을 분석하고, 부정적인 리뷰가 급증하면 담당 바이어에게 알람을 준다. 실제로 ‘피코크 강릉식 짬뽕 순두부’에서 “비린 맛이 난다”는 의견이 많이 나온다는 Ai의 분석에 따라, 해산물을 줄이고 야채 함량을 늘려 리뉴얼했더니 매출 20%가 증가했다.
AI 시대에 유통·식품 기업도 소비자 편의성을 높이는 서비스에 AI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생활 속에 AI가 스며드는 가운데 기업들이 물류 인프라뿐 아니라 소비자 접점에 AI를 전면 배치해 만족도를 높이려는 것이다.
롯데마트는 최근 삼겹살 품질 검수를 위해 신선품질혁신센터에 AI 선별 시스템을 도입했다. AI 장비가 삼겹살의 단면을 분석해 살코기와 지방을 확인하고, 지방 비중이 30%가 넘으면 걸러낸다. 지난해 3월 3일 ‘삼겹살 데이’ 때 지방이 많은 일부 제품이 논란이 되자 AI 기술을 활용해 소비자 신뢰도 높이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스타벅스는 지난달 AI 매장 관리시스템을 도입했다. 손님이 몰릴 때 반납대에 컵이 쌓여 불편하다는 불만이 많았는데, 이제 폐쇄회로(CC)TV로 영상 정보를 수집한 AI가 층별 상황을 1층 직원 모니터에 알려준다. 서울 명동남산점에서 테스트 중인데 오는 4월까지 점포 10곳으로 확대 적용한다. 시간대별 방문 고객 수와 연령 등 정보도 AI로 분석할 수 있어 향후 매장 운영 전략에 활용할 계획이다.
생성 AI를 활용해 새로운 레시피도 만든다. SPC는 최근 배스킨라빈스 혁신매장의 문을 열었다. 챗GPT를 통해 아이디어를 구상한 새로운 맛의 아이스크림을 매달 선보일 계획이다. 우선 이달 처음으로 ‘오렌지 얼그레이’ 맛을 내놓는다. SPC 관계자는 “소비자 구매 데이터를 기반으로 3월에 반응이 좋았던 ‘과일’이란 키워드를 뽑았고, 최근 트렌드로 떠오르는 ‘티 베이스’를 도출해 AI로부터 ‘오렌지+얼그레이’라는 답변을 얻어냈다”고 설명했다.
특히 생성 AI는 맞춤형 추천 서비스에 유용하다. 11번가는 AI를 활용한 초개인화 추천 서비스 ‘Ai홈’을 도입했다. 고객의 검색·구매 이력 등을 바탕으로 관심 상품을 예측하는데, 머신러닝(기계학습) 기술을 활용해 추천의 정확도를 높였다. 예를 들어 두 고객이 같은 라면 상품을 살펴봤다 하더라도 한 고객에게는 짜장라면을 추천하고, 다른 고객에겐 캠핑용 미니버너를 추천하는 식이다.
유통 업계에서 AI 서비스 경쟁은 확대될 전망이다. AI를 어디에,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생산성은 물론 소비자 만족도를 좌우할 수 있어서다. 특히 오랜 기간 쌓인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AI를 고도화하는 작업에 속도가 날 것으로 보인다. 고객 소비 분석에 최적화한 AI 시스템을 도입하면 더 섬세한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하고, 초개인화 기술이 마케팅의 성패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기술력 보완은 과제다. 아직 도입 초반이다 보니 인력과 투자를 확대해야 하는 점도 부담이다. 한 식품 기업은 지난해부터 농산물 선별 과정에 AI 도입을 시도했으나 1년째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 회사 관계자는 “AI로 농산물의 등급을 매기는 시스템을 검토했는데, 자체 기술로는 완전 자동화가 어려워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고 토로했다.
미국 월마트가 생성 AI 도입을 위해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잡은 것처럼, 국내 유통 기업도 정보기술(IT) 기업들과 협업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AI 태스크포스(TF)를 만든 롯데쇼핑은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와 업무협약을 맺고 유통업에 특화한 AI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AI가 방대한 데이터를 계속해서 학습해야 하므로 구체적인 서비스를 론칭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최선을 기자 choi.sun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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