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트럼프가 벌인 '국경의 결투'…"불법 이민은 네 탓"
오는 11월 미 대선에서 재대결이 유력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텍사스주 국경에서 맞붙었다.
지난 29일(현지시간) 두 전·현직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같은 날, 같은 주를 방문하자 현지 언론들은 토론장이 아닌 국경을 배경으로 '연설 대결(dueling speech)'을 펼쳤다고 전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공화당에 의해 탄핵이 추진됐던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국토안보부 장관과 함께 텍사스주 남단에 있는 국경도시 브라운스빌을 찾았다.
국경순찰대(USBP) 대원들 앞에서 진행된 연설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공화당 내 강경파의 반대로 무산된 국경 강화 예산 등 패키지 법안을 가지고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했다.
바이든은 "미국 역사상 가장 강력하고 효율적이며 효과적인 국경 안보 법안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는데도 트럼프가 이를 막아섰다고 비난했다. 아울러 공화당과 트럼프를 향해 "이 문제를 가지고 정치를 하는 대신, 그냥 함께 모여 해결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트럼프, 불법 이민은 "조 바이든의 침공"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이 방문한 브라운스빌에서 자동차로 약 5~6시간 떨어진 또 다른 국경도시 이글패스를 찾았다. 이글패스는 공화당 소속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가 리오그란데 강 주변에 철조망을 설치해 논란이 됐던 곳이다. 국경 정책 강화를 지지하는 이들 사이에선 상징적인 장소다.
애벗 주지사와 국경 철조망을 직접 둘러본 트럼프는 연설에서 불법 이주민의 유입을 두고 "이것은 조 바이든의 침공"이라고 말했다. 중국이나 이란 예멘, 콩고, 시리아 등으로부터 수많은 사람이 들어오고 있는 것도 바이든의 정책 탓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불법 이민자의 유입 증가를 미국 내 범죄율 증가와도 연관 지었다. 최근 조지아대에서 발생한 여학생 살해사건 용의자가 베네수엘라 출신의 불법 이주민으로 드러난 것을 거론하며 "살인죄로 기소된 괴물은 불법으로 입국했으나 부패한 바이든에 의해 풀려난 이주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미국은 '바이든 표 이주자 범죄'(Biden migrant crime)로 넘쳐나고 있다"고도 공격했다.
바이든 측 "트럼프와 2분할 화면 환영"
이에 대해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은 "갑자기 대통령 스케줄에 무언가를 넣을 수 없다"며 이번 국경 방문 일정은 이미 계획됐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바이든 측에선 의도하진 않았지만 "(뉴스에서) 트럼프와 2분할 화면에 들어가는 것을 환영한다"는 분위기라고 NBC뉴스가 전했다.
이를 통해 트럼프와 정면 대결하는 그림을 만들고, 다음 주 의회 연두교서 발표를 앞두고 영향력도 끌어올리려 한다는 이야기다.
미국의 가장 중요한 문제 1위는 "이민"
불법 이민자 문제는 출범 직후부터 바이든 정부의 약점이었다. 팬데믹 기간 동안 강경하게 유지했던 국경 정책을 바이든 대통령이 완화하면서 기록적인 이민자 유입이 시작됐다고 공화당 측에선 비판해왔다.
지난달 27일 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들이 오늘날 미국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이민'(28%)이 1등을 차지했다. 정부(20%)나 경제 전반(12%), 인플레이션(11%), 인종차별(4%)이란 응답을 앞질렀다.
또 다른 여론조사(지난 1월 NBC 뉴스)에 따르면, 국경 보안을 더 잘 지킬 인물로 미국인들은 바이든(22%)보다 트럼프(57%)를 꼽았다.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선 기존 정책을 재고해서라도 국경·이민 이슈에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바이든 대통령의 텍사스행을 두고 "이번 대선의 중요한 이슈(국경문제)를 가지고 최대 라이벌인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정치적 도전장을 던지기 위해 결투 여행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김필규 특파원 phil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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