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핵관도 운동권도 컷오프…여야, 서로 때릴 포인트 사라졌다

김기정, 전민구 2024. 3. 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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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공천 작업이 중ㆍ후반부로 접어들면서 서로가 공세를 위해 설정했던 공천 프레임이 흔들리고 있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해 ‘86(80년대 학번ㆍ60년대생) 운동권 공천’, 반대로 민주당은 국민의힘에 ‘용핵관(용산 대통령실 출신 핵심관계자) 낙하산 공천’이 될 것이라고 날을 세워왔다. 하지만 여당의 용핵관은 고전하고, 야당의 운동권 주류는 배제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해 12월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예방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29일 현재 국민의힘은 전체 253곳 지역구 중 159곳의 후보를 확정했다. 공천을 신청한 용산 참모 출신 38명 중 25명의 공천 결과도 나왔는데, 본선 진출을 확정 지은 후보는 모두 10명이다. 이중 이원모(경기 용인갑) 전 인사비서관을 비롯한 8명은 단수ㆍ전략 공천을 받아 본선에 직행했다. 15명은 경선 대상에 포함됐는데, 이중 결과가 발표된 사람은 모두 9명이다. 김은혜(경기 성남분당을) 전 홍보수석 등 2명만 경선에서 이겼고, 나머지 7명은 전ㆍ현직 의원과의 경쟁에서 졌다.

대통령실 기획비서관을 지낸 박성훈 전 해양수산부 차관과 김성회 전 종교다문화비서관을 포함한 8명은 경선 기회조차 갖지 못한 채 공천배제(컷오프)됐다. 경북 영주-양양-봉화에 공천을 신청한 임종득 전 국가안보실 2차장 등 7명의 신청 지역은 공천 심사가 보류된 상태다.

김은혜 전 대통령실 홍보수석비서관이 2월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공천 신청자 면접 심사에 참석하고 있다. 28일 경선에서 승리한 김 전 수석은 경기 성남분당을 공천을 받았다. 뉴스1

운동권 출신 현역 의원이 대거 재공천을 받을 것으로 전망됐던 민주당 공천 결과도 예상 밖 흐름이다. 민주당 86 그룹의 상징이자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3기 의장을 지낸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자신의 옛 지역구인 서울 중-성동갑 출마를 원했으나 컷오프됐다. 의정활동 ‘하위 20%’에 포함된 4기 의장 출신 송갑석(광주 서갑) 의원은 ‘득표 20% 감산’이란 페널티를 받고 조인철 전 광주시 문화경제부시장, 박혜자 전 의원과 3자 경선을 한다. 1기 의장 출신 이인영(서울 구로갑) 의원도 컷오프 위기에 몰렸다.

김근태(GT)계에선 성균관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기동민(서울 성북을) 의원이 컷오프됐고, 인재근(서울 도봉갑)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했다. ‘하위 10%’에 포함된 노동운동가 출신 홍영표(인천 부평을) 의원도 이날 컷오프됐다.

이같은 공천 결과에 대해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는 “국민의힘은 공천 잡음을 최소화하면서 ‘쌍특검법’ 재의 통과를 막기 위해 현역 물갈이에 적극적이지 않았고, 민주당은 친문 세력을 대거 숙청하는 당 주류 교체에 나서다 보니 이런 경향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28일 더불어민주당의 공천배제 재고 촉구 기자회견 후 국회 소통관에서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여야의 공세 포인트도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86 운동권 청산’을 외쳤던 국민의힘은 최근 들어 민주당의 ‘비명 횡사’ 공천을 집중 공격하고 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당사 출근길에서 “이재명 대표는 자기 당권을 이용해 잠재적 경쟁자인 임종석을 무리하게 찍어내고 있다”며 “이게 쇄신이냐. 이재명 개인을 위한 숙청 아니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이름을 ‘재명당’으로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용핵관 낙하산 공천’을 주장했던 민주당은 최근엔 여당의 “쇄신없는 공천” 비판에 방점을 찍고 있다. 안규백 전략공천위원장은 “국민의힘은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공천으로 역동성이 굉장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현역 불패, 현역 물갈이 없는 국민의힘 무음 공천은 결과적으로 망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기정ㆍ전민구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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