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근친혼의 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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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족 간 결혼을 금지하는 근친혼의 범위는 오랜 논쟁거리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근친혼은 금기사항인데 그 범위는 시대와 문화에 따라 달랐다.
중세에는 근친혼의 금지 범위가 12촌으로 확대됐다.
법무부가 확정된 방안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근친혼의 범위는 사회적으로 충분한 논의와 여론 수렴을 거쳐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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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족 간 결혼을 금지하는 근친혼의 범위는 오랜 논쟁거리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근친혼은 금기사항인데 그 범위는 시대와 문화에 따라 달랐다. 유럽에서는 초대교회 시절 4촌 이내가 근친혼의 경계였다. 중세에는 근친혼의 금지 범위가 12촌으로 확대됐다. 동양에서는 고대 중국 주나라의 예법이 아버지의 성이 같으면 혼인을 금지시켰다. 조선시대에는 동성동본 결혼이 허락되지 않았다. 동성동본 금혼이 깨진 건 1997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이후다. 동성동본이라도 8촌 이내가 아니면 결혼이 가능해졌다.
근친혼이 장려되거나 묵인되던 시절도 있었다. 고대 이집트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의 마지막 군주인 클레오파트라는 남동생과 결혼한 뒤 왕국을 공동통치했다. 근친혼은 이집트 왕실의 전통이었다. 혈통을 중시한 유럽 왕실에서도 근친혼이 많았다. 왕족은 아니지만 ‘음악의 아버지’라 불리는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첫 번째 부인이 그의 6촌 누나였다. 고대 한국사회도 근친혼 사례가 드물지 않다. 고구려는 형이 죽으면 동생이 형수를 아내로 맞이하는 형사취수 제도가 있었고, 신라 김유신은 자신의 조카딸과 결혼했다.
한국의 근친혼이 엄격해진 것은 집성촌과 유교 문화의 영향이 크다. 같은 성씨의 씨족이 모여 사는 마을에서 고조부까지 제사를 지내는 집안이 많다 보니 8촌 이내는 가족이나 마찬가지였다. 이제는 8촌 금혼도 흔들리고 있다. 헌재는 2022년 8촌 이내 결혼을 제한하는 것은 합헌이지만, 모르고 결혼한 경우까지 무효로 하는 건 과잉이라고 판단했다. 정부와 국회는 올해 안에 민법을 고쳐야 한다.
그런데 법무부가 법 개정을 위해 용역을 맡긴 보고서에는 친족 간 혼인 금지 범위를 4촌으로 축소하는 방안이 담겼다. 그러자 성균관과 유림이 “가족이 해체되고 도덕이 무너질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법무부가 확정된 방안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근친혼의 범위는 사회적으로 충분한 논의와 여론 수렴을 거쳐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겠다.
전석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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