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디캠 사비로 사는 경찰… 현장 도입은 언제쯤

백재연 2024. 3. 1.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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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악구의 한 지구대 소속 A경장은 지난해 6월 머리에서 피를 흘린 채 쓰러진 사람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각종 사건사고 일선에 있는 경찰도 소방관처럼 출동 시 보디캠을 지급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부 경찰관은 사비로 보디캠을 구매해 '셀프 신변보호'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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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취자 폭행·피의자 거짓진술 등
구급대원 보디캠으로 증빙하기도
법 바뀌었지만 예산 반영은 아직


서울 관악구의 한 지구대 소속 A경장은 지난해 6월 머리에서 피를 흘린 채 쓰러진 사람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그는 정신을 잃은 주취자를 발견했다. A경장이 주취자에게 인적사항을 묻자마자 대뜸 손이 날아왔다. A경장은 주취자에게 오른쪽 뺨을 맞았고, 함께 출동한 구급대원은 왼쪽 목과 아래턱을 가격당했다. 결국 주취자는 공무집행방해와 소방기본법위반 혐의로 체포됐다. 당시 폭행 증거로 쓰인 건 구급대원 몸에 달려 있던 보디캠 영상이었다. 보디캠이 없던 A경장은 소방 측의 영상으로 겨우 증거제출을 할 수 있었다.

각종 사건사고 일선에 있는 경찰도 소방관처럼 출동 시 보디캠을 지급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고나 사건 당시 상황을 정확히 기록하고, 공무에 나선 경찰이 억울한 누명을 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경찰청은 2015년부터 2021년까지 6년 동안 ‘웨어러블 폴리스캠’으로 불리는 보디캠 100대를 시범운영했지만 정식 도입되진 않았다. 경찰청 관계자는 29일 “(당시) 개인정보 관련 규정이 강화되면서 정식 도입은 무산됐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대신 증거 확보를 위한 휴대전화 촬영기기 PDA(개인 휴대용 단말기)를 보급하고 있지만, 현장 경찰은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입을 모은다. 보통 경찰 조끼 좌측 상단 주머니에 보관하는 PDA는 긴급상황이 생기면 주머니에서 꺼내 카메라를 켜야 해 번거롭다. 한 경찰관은 “한시가 급할 때는 사실상 사용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경찰 순찰차 블랙박스나 주변 증언만 가지고는 당시 상황을 복기하는 데 한계가 있다. 서울 금천구 모 파출소 소속 팀장은 “경찰차 전면 블랙박스가 후면보다 더 잘 찍히는데 긴급상황이 전면에서만 발생하리란 보장이 없다”며 “시민들에게 목격자 증언을 요청하지만 협조나 동의를 잘 안 해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일부 경찰관은 사비로 보디캠을 구매해 ‘셀프 신변보호’에 나서고 있다. 서울 관악구 모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B경사는 보디캠을 6년째 착용하고 있다. B경사는 과거 공무집행방해로 체포한 피의자의 거짓 진술로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B경사가 피의자에게 미란다 원칙을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시 B경사와 함께 출동한 동료가 착용 중이던 보디캠 영상으로 피의자의 거짓 진술을 밝힐 수 있었다. B경사는 이 사건을 계기로 보디캠을 구입했다고 한다.

소방의 경우 2014년부터 순차적으로 보디캠을 도입했다. 구급대원들이 폭행당했을 때 증빙자료로 사용하기 위함이다. 소방청에 따르면 2023년 12월 말 기준 전국 119구급차가 소유하고 있는 보디캠은 총 5764대다.

경찰은 내년부터 보디캠 활용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경찰청 관계자는 “최근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보디캠을 쓸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며 “올해 예산에 관련 내용이 반영될 경우 내년부터 정식 구매가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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