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의힘, 현역·중진 불패가 물갈이 공천인가

2024. 3. 1.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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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 정도 진행된 국민의힘 총선 공천이 현역과 중진 의원들의 '기득권 지키기'가 돼 가고 있다.

현역·중진들이 많이 포함된 게 나름 '시스템 공천'의 결과라지만, 신진 정치인과 청년, 여성이 대거 배제되는 시스템은 고장난 시스템일 뿐이다.

여당의 남은 지역구 공천과 위성정당 비례대표 공천에서만큼은 과감한 현역 물갈이와 신진 인사 등용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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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3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례대표 위성정당 ‘국민의미래’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절반 정도 진행된 국민의힘 총선 공천이 현역과 중진 의원들의 ‘기득권 지키기’가 돼 가고 있다. 그동안 큰소리쳐온 쇄신 공천이니, 물갈이 공천, 신진 등용 약속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28일까지 집계된 여당의 공천 확정자 155명 중 40대 이하 청년 후보는 20명이다. 지난 총선 때는 이 비율이 19.6%였다. 여성도 9%에 불과하다. 청년과 여성이 다 좋은 후보는 아니겠지만 정치에 새 바람을 일으킬 만한 인물 자체가 안 보인다. 반면 대구·경북(TK)과 부산·울산·경남(PK) 등 전통적인 여당 텃밭에선 42명의 공천이 확정됐는데 32명이 현역이고, 3선 이상도 8명이다. 또 38명(약 90%)이 50대 이상이다. 역시 여당세가 강한 강원에서도 공천 확정자 5명 중 4명이 50대이고, 충청권도 19명 중 18명이 50대 이상이고 5선만 3명이다. 이러니 당내에서조차 “꼰대 정당을 만들려 하느냐”는 탄식이 나오는 것일 테다.

공천이 이렇게 된 건 쇄신이나 물갈이보다는 공천 갈등을 최소화하고 현역 의원을 통해 일단 안전하게 선거를 치르겠다는 속내가 반영됐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수도권이라면 모를까 깃발만 꽂으면 당선된다는 영남 텃밭에서조차 쇄신 없이 현역 불패, 중진 불패가 공천룰이 되다시피 한 건 이해할 수 없는 처사다. ‘이재명 사당화’를 꾀한다는 비판을 받는 더불어민주당조차 친명 핵심이자 5선인 안민석, 변재일 의원 등을 공천탈락시키는 중진 물갈이에 나선 것과도 대조된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연일 민주당 공천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지만, 제 눈의 들보부터 들여다봐야 하지 않겠나.

이런 식의 공천으로는 여당이 캐스팅보터인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어렵다. 현역·중진들이 많이 포함된 게 나름 ‘시스템 공천’의 결과라지만, 신진 정치인과 청년, 여성이 대거 배제되는 시스템은 고장난 시스템일 뿐이다. 여당의 남은 지역구 공천과 위성정당 비례대표 공천에서만큼은 과감한 현역 물갈이와 신진 인사 등용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뜸해진 현역들의 불출마 선언도 계속 이어져야 한다. 거대 양당이 끝까지 감동 없는 공천을 한다면 소수당들만 대박을 터뜨릴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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