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석천의 컷 cut] 스스로의 감을 믿되 의심하라

2024. 3. 1. 00:1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권석천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감(感) 잡았어?” “진짜 느낌이 와?”

예감, 직감, 육감, 호감, 반감, 거부감, 불안감…. 우린 감과 감 사이를 오가며 산다. 감 없이는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다. 모든 정보와 자료를 모으고 합리적으로 분석한 다음에 움직이면 타이밍을 놓쳐버리기 때문이다.

드라마 ‘살인자ㅇ난감’(넷플릭스)에는 이탕(최우식)과 송촌(이희준)이란, 두 명의 살인자가 등장한다. 평범한 청년이었던 이탕은 적중률 100%의 감으로 흉악범을 응징한다. 연쇄살인범이거나, 보험살인범이거나, 여학생을 성폭행해 자살로 몰고 간 자들이다. 반면 송촌은 주먹구구로 ‘나쁜 놈’을 골라낸다. 그래서일까. 그는 늘 범행에 앞서 반성문을 쓰라고 강요한다.

컷 cut

송촌이 이탕을 만났을 때 궁금해한 것도 ‘(대상자를 고를 때) 확신이 있는지’다. “너는 나랑 다르냐? 다르다고 생각해? 확신이 있어?” 두 사람을 추적하는 형사 장난감(손석구)에게도 감은 중요하다. 그는 후배 형사에게 연신 “증거 있어?”를 묻지만 실제론 감에 따라 움직일 때가 많다. 이탕의 정체를 알아차린 것도 그의 감이다.

이 드라마에서 ‘살인’이란 키워드를 빼고 생각해보자. 보통의 우리는 이탕과 송촌 중 어느 쪽에 가까울까? 답은 송촌이다. 어떤 사람과 처음 만나면 감이 온다. 그런데 그 감이 엉터리일 때가 많다. 호감이 갔는데 영 아닌 경우도 있고, 거부감이 들었는데 의외로 괜찮은 사람인 경우도 있다.

스마트폰에 AI(인공지능)까지 등장한 시대에도 우린 낮은 성능의 감으로 현실을 살아간다. 어쩔 수 없이 감에 따를 수밖에 없지만 너무 의지해서도 안 된다. 끊임없이 의심해야 한다. ‘감이 사람을 잡는다’는 걸 잊지 말고, 혹시 편견은 아닌지, 기분 탓은 아닌지, 그릇된 정보 때문은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 그렇게 감을 벼리지 않는다면 우린 둔감한 사람, 난감한 사람이 되고 만다.

권석천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