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교수1000명 증원”…전공의 상당수 미복귀

황수연, 채혜선, 문상혁, 남수현 2024. 3. 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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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넘어간 데드라인


전공의 복귀 데드라인인 29일 정부의 막판 설득에도 불구하고 전공의 상당수는 여전히 복귀를 거부하고 있다. 이날 정부는 국립대 의대 교수 1000명을 늘리겠다고 발표했고, 보건복지부 차관이 직접 전공의와 만나 대화에 나섰다. 하지만 전체 전공의의 절반이 넘는 인원이 몰린 서울의 빅5 주요 병원 전공의 대다수는 복귀하지 않았다. 정부가 데드라인 이후에도 복귀를 거부하는 전공의들에게 사법처리를 예고한 만큼 강대강 대치 국면이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의학교육의 질을 제고하기 위해 지방의 9개 거점국립대 의대 교수를 2027년까지 1000명 늘리겠다”고 했다. 현재 10대 거점국립대 교수 인원 정원은 1200~1300명(2023년 교육부 조사) 수준이다. 이를 2배 가까이인 2200~2300명으로 늘려 임상·교육·연구역량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서울대 교수 증원까지 더해지면 전체 증원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의대 교수는 대부분 전문의로 채용되는 만큼 이번 조치는 국립대병원 인력 구조를 전문의 중심으로 개편하려는 의도가 담겼다. 복지부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소속 의사 중 전공의 비율은 지난해 46.2%에 달한다. 다른 빅5 병원도 40% 안팎이다. 임금이 낮은 전공의들이 열악한 근무 여건 속에서 의료시스템을 떠받치는 구조인 셈이다. 더구나 이번처럼 전공의가 집단행동에 나설 경우 ‘의료대란’으로 이어지는 구조적 취약점도 드러났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의사 증원과 교수 증원이 함께 추진돼 질 높은 교육과 수련을 제공하고 전문의 중심 병원 운영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차관은 이날 서울 여의도 건강보험공단 서울강원지역본부 6층 대회의실에서 전공의들과 비공개 간담회도 열었다. 박 차관이 전날 전공의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자”면서 긴급히 마련한 자리였다. 하지만 참석한 전공의는 극소수였다. 복지부 관계자는 “참석자는 한 자릿수”라고 말했다. 류옥하다 전 가톨릭중앙의료원 인턴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대화하러 나오라고 한 다음 날 동료 전공의의 부모님, 아내, 남편, 아기가 있는 집에 경찰과 함께 찾아와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며 겁을 줬다”면서 “우리 운명을 우리에게 맡겨 줬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복지부 차관과 대화, 전공의는 외면…“참석자 한 자릿수”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건강보험공단 서울본부에서 열린 정부와 전공의 사이의 대화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달 28일(오후 7시 기준)까지 100곳 수련병원 사직서 제출자는 소속 전공의의 80.2%인 9997명이다. 이탈률은 72.8%(9076명)로 전날(27일) 73.1%보다 소폭 내렸다. 40개 의과대학에선 누적 휴학 신청률이 26.9%(5056건)로 집계됐다.

전국 주요 수련병원 100곳의 복귀 전공의는 데드라인 전날(28일 오전 11시 기준)까지 294명이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27일부터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들의 수가 감소하고 있다”면서 “복귀 마지막 날인 만큼 환자 곁으로 돌아와 주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일부 병원에서는 복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지만 분위기를 전환할 정도의 흐름은 아니라는 게 현장의 이야기다. 병원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데드라인인 29일 늦은 시각까지도 뚜렷한 복귀 움직임은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빅5 병원의 한 관계자는 “일부가 돌아왔다고 들었는데 졸국(전공의 수련 과정 졸업)하는 연차다. 저연차들 중 복귀자는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병원에선 전공의들이 복귀 관련 절차나 불이익 여부 등을 문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이 대화에 참석한 한 전공의.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이날 회의에 전공의가 “최소 1명 이상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대치가 길어지면서 환자 피해도 늘고 있다. 정부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는 수술 지연 15건 등 총 19건의 피해가 새로 신고돼 누적 323건(28일 오후 6시 기준)으로 늘었다. 진료를 제때 못 받아 유산한 사례도 접수돼 정부가 현장 조사를 벌이고 있다.

한국백혈병환우회 등 9개 단체가 모인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이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냈다. 안기종 대표는 “2014년에도, 2020년에도 전공의 집단행동이 10일 지나면 환자에게 안전사고와 의료사고가 발생했다”며 “심각한 피해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대형 병원을 찾은 환자들은 불안감을 호소하며 정부와 의료계가 대승적으로 타협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경남 진주에서 대장암 항암 치료를 위해 서울 세브란스병원을 찾은 김규순(74)씨는 “정부가 강압적으로 무작정 돌아오라가 아니라 서로 대화를 해야 할 때”라고 했다.

정부는 이날 데드라인이 끝나는 대로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과 사법절차를 시작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이날 오후 한 종편 뉴스에 출연해 “(과거 의사 단체행동에 대한) 구제 조치가 의료개혁을 지연시켰다”며 “이번에는 구제해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는 “내일(1일)부터 수련병원 인턴과 레지던트, 전임의가 사라질 것”이라며 “대화에 앞서 증원 정책 철회부터 하라”고 반발했다.

황수연·채혜선·문상혁·남수현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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