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구호트럭 몰린 주민에 이스라엘군 총격…최소 104명 사망"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구호품 트럭에 몰려든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향해 총격을 가해 최소 104명이 사망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공격하지 않았다고 부인한 가운데, 대규모 인명 참사로 인해 휴전 협상에도 악재가 될 전망이다.

29일 오전 가자시티 서쪽에 도착한 구호품 트럭에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몰려든 모습. 사진 이스라엘군 영상 캡처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께 가자시티 서쪽 나부시 교차로에서 구호품을 실은 트럭 30여대가 오자 수천 명의 주민이 몰려들었다. 이때 사람들이 너무 가까이 다가서자 이스라엘군이 군중을 향해 발포했다는 목격자의 증언이 나왔다. 또 알자지라 방송은 이스라엘군이 구호품을 기다리던 주민들을 공습했다고 보도했다.

하마스 측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번 사건으로 최소 104명이 사망했으며, 760명이 다쳤다고 집계했다. 아울러 너무 많은 부상자가 한꺼번에 이송되면서 알시파 병원 등 가자시티 주요 의료기관들이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애초 이스라엘군은 공습 사실은 없다고 부인하면서 사상자 대부분이 구호 트럭에 치이거나 서로에게 짓밟혀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대거 구호 트럭에 몰려드는 항공 촬영 영상을 공개했다.

그러나 이후 이스라엘군 소식통은 일부 군중이 구호 업무를 조정하던 이스라엘군에게 다가와 위협을 가했고, 그 과정에서 이스라엘군이 발포했다고 인정했다. 이스라엘 군인들은 당시 공중에서 경고 사격을 하고, 지상에선 군대에 가까이 다가오는 사람들의 다리를 향해 총을 쐈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전했다. 다만 이스라엘군은 이로 인한 사상자는 10여명만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하마스는 성명을 통해 이번 사건으로 인해 휴전과 인질 석방을 위한 회담이 실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마스는 "지도부가 진행하는 협상은 우리 주민의 희생을 대가로 삼지 않는다"며 "협상 실패에 대한 책임은 이스라엘에 있다"고 강조했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