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리기 시작한 목소리 [친절한 쿡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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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상반된 교육 기사 두 건이 같은 날 화제를 모았습니다.
하나는 쿠키뉴스에서 작성한 '"지각하지 말라"는 교사도 신고여전히 아동학대에 속수무책'라는 제목의 기사입니다.
또 하나는 지난 24일 JTBC가 보도한 '쇠몽둥이' 폭행 교사 사건을 인용한 기사들입니다.
만약 두 개의 기사 중 하나만 봤다면, 교사나 학생·학부모를 자연스럽게 비판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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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상반된 교육 기사 두 건이 같은 날 화제를 모았습니다. 하나는 쿠키뉴스에서 작성한 ‘“지각하지 말라”는 교사도 신고…여전히 아동학대에 속수무책’라는 제목의 기사입니다. ‘지각하지 말아라’ ‘쓰레기를 제대로 버리라고 했다’ ‘수학여행 후 영화를 보여주지 않았다’는 등 40여가지 이유로 아동학대 고발을 당했다는 한 초등학교 교사의 이야기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정당한 생활지도를 했어도, 보복하기 위한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가 남발되는 학교 현장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지난 24일 JTBC가 보도한 ‘쇠몽둥이' 폭행 교사 사건을 인용한 기사들입니다.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된 교사는 초등학생의 허벅지를 몽둥이로 4~5차례 폭행해서 피멍이 들게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교사는 지난해 서이초 사건을 언급하며 “이제 (교사가 학생에게) 체벌해도 된다”거나 “난 내년에 전출 가니까 신고해도 돼”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엄벌 탄원서와 진정서를 법원에 제출했지만, 수사가 진행되지 않아 답답한 학부모의 입장을 전하고 있습니다.
해당 기사들에 달린 댓글도 상반됩니다. 전자의 기사엔 학부모 신상을 공개하라거나 선생님이 아이들을 잘 가르칠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교권 보호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거나, 과거 폭력적이었던 교사들과 지금의 교사들은 다르다는 이야기도 많습니다. 반대로 후자의 기사엔 지금 교권이 추락한 원인이 폭력 교사들에게 있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수십년 동안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폭력을 휘둘러 온 것이 문제라거나, 아동학대나 학생 인권을 보호하는 제도가 이래서 생긴 것이라고 지적하는 이야기가 주를 이뤘습니다.
만약 두 개의 기사 중 하나만 봤다면, 교사나 학생·학부모를 자연스럽게 비판하게 됩니다. 하지만 두 개의 기사를 연이어 보면 어느 한쪽을 편들기 어렵게 됩니다. 상반된 두 상황 중 무엇이 더 큰 문제인지, 어느 쪽을 더 비판하는 게 옳은지 판단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결국 자신이 믿고 싶은 이야기에 더 귀를 기울이고, 그렇지 않은 진실을 외면하기 쉽겠죠.
대부분 사안엔 양면성이 있습니다. 자신이 보고 싶은 정보나 믿고 싶은 이야기만 듣는 확증 편향에 빠지면, 전혀 다른 사안이 모두 진실이라는 걸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하지만 불편한 진실도 외면하지 않고 모두 받아들일 때, 세상은 더 옳은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그래서 사회에 발생한 갈등을 완벽히 조정하는 일은 어렵습니다. 양쪽의 입장을 이해하는 건 쉽지만, 그 안엔 의견과 입장이 조금씩 다른 한명 한명의 이야기가 수없이 존재하니까요.
희망적인 건 그동안 몰랐던 한명 한명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는 사실입니다. 교권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국민들은 학생 인권 문제와 교권 보호 문제를 나란히 놓고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과도하게 보호한 학생 인권으로 발생한 문제, 언제든 폭력적으로 돌변하기 쉬운 교권으로 발생한 문제를 한 번에 보게 됐습니다. 수십년 전 교사들의 폭력에 상처 입은 시민들도 요즘 교사들이 그 당시와 다르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여전히 폭력 교사가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고요. 몰랐던 문제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걸 많은 사람이 알게 됐습니다. 그럼 지금보다 조금은 더 나아질 가능성이 커진 것 아닐까요. 앞으로도 숨죽여 고통받은 누군가들의 목소리가 더 주목받길 바랍니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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