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버블 우려에도 '불장' 이유는?…"제도 마련 서둘러야"
비트코인이 원화 시장 기준 사상 최고가를 넘어서면서, 가격 거품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올해 비트코인을 둘러싼 환경이 과거보다 우호적이라 이런 과열 양상은 더 심해질 수 있다.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도 정비도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원화 시장 비트코인 한 때 9000만원 터치
29일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은 이날 9000만원까지 치솟으며 1억원 진입을 눈앞에 뒀다. 전날 업비트에서 거래된 비트코인 가격은 원화 시장 기준 직전 전고점(2021년 11월 9일)인 8270만원을 약 27개월 만에 넘어섰었다. 하지만 이날 다시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불장’을 이어갔다.
달러 시장 기준으로도 비트코인은 역대 최고가 경신을 눈앞에 뒀다. 28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 기준 약 27개월 만에 6만 달러 벽을 넘어선 비트코인은 29일(현지시간) 6만3000달러(약 8400만원) 선까지 가격이 오르면서, 전고점(6만9000달러)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일부 달러 시장 거래소에서는 6만4000달러(약 8530만원) 선까지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기도 했다.
4년에 한 번 반감기 올해 도래
가격 과열 우려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에 대한 시장 전망은 긍정 일색이다. 우선 4년마다 한 번씩 오는 ‘반감기’가 올해 4월 도래한다는 점이 가장 큰 호재다. 비트코인은 공급량을 조절하기 위해 4년마다 채굴량이 반으로 줄어들도록 설계돼 있는데 이를 반감기라고 한다.
반감기가 오면 비트코인 공급량이 줄어 그만큼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 실제 과거 반감기가 온 3번의 시기(2012년·2016년·2020년) 전후에 모두 큰 폭의 비트코인 가격 상승이 있었다.
현물 ETF 승인에 정책 리스크도 줄어
줄어든 정책 리스크도 최근 비트코인 가격 상승세를 부추긴다. 과거 비트코인은 다른 암호화폐와 마찬가지로 제도권 인정 여부가 이슈가 되면서, 가격 상승세를 이어 가지 못했던 경우가 많다. 지난 2018년 박상기 당시 법무부장관이 암호화폐 금지법을 준비한다고 발표하면서, 가격이 큰 폭으로 내린 적이 있다. 2021년에는 은성수 당시 금융위원장이 암호화폐 거래소 폐쇄 발언을 하면서 역시 가격이 급락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미국 증권거래소(SEC)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하면서 정책 리스크를 덜었다. 오히려 현물 ETF 출시로 수요 증가까지 기대하게 됐다. 현물 ETF를 운용하려면 운용사가 비트코인을 직접 보유해야 하는데, 이 경우 수요가 늘 수밖에 없어서다. 실제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10일 미국 SEC의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 승인 이후 이달 20일까지 총 10개 ETF에 투자금 50억2000만 달러가 순유입됐다.
금리 인하도 호재…“비트코인 2억 갈 수도”
여기에 올해 미국을 중심으로 기준금리 인하가 유력해진 점도 비트코인 과열을 불렀다. 기준금리 인하가 본격 시작하면 그만큼 유동성이 늘어 암호화폐에 대한 투자수요도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시장 반응도 긍정적이다. 미국 투자은행 번스타인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비트코인이 ETF 주도하에 FOMO(매수 못 한 두려움) 랠리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올해 신고점을 경신하고 2025년 최대 15만 달러(2억원)까지 상승할 가능성 있다”고 했다.
다만 비관론도 존재한다.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후에 기관 투자자의 신규 자금이 가격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주장은 근거가 부족하다”고 했다.
과열 우려…“제도 정비 서둘러야”
비트코인 가격 상승이 앞으로 암호화폐 시장 전체로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과거 사례를 비춰볼 때 이런 암호화폐 과열이 예상치 못한 악재를 만나 투자자에게 큰 손해를 안긴 사례가 많다. 특히 암호화폐는 가격 변동성이 크고, 주식 등에 비해 투자자 보호 장치가 미흡해 관련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우선 지난해 국회 문턱을 넘은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1단계’를 올해 7월부터 시행할 준비를 하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자에 대한 보호 근거가 법률로 처음 규정된 만큼,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감독 및 단속 등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1단계 법안은 불공정 행위의 감독과 처벌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암호화폐 발행과 유통, 자금조달 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담은 2단계 법안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또 2025년으로 미뤄진 암호화폐 과세와 현물 ETF에 대한 결론도 마무리 지을 필요가 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암호화폐는 다른 자산에 비해 변동성이 큰 데다, 시가 총액이 작은 일부 ‘마이너 코인’은 익명성에 기댄 시세조종 등의 우려에 늘 노출돼 있어 문제”라면서 “투자자 보호는 물론 암호화폐 과세나 ETF 논란 등을 해결할 제도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고 짚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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