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모인 전 세계 차세대 리더 "기후 위기는 실존적 위협"
차세대 글로벌 인재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슈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후 위기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재정을 투입해 해결해야 할 시급한 문제로도 기후 변화를 막기위한 에너지 자원 개발이 꼽혔다.
한국국제교류재단(KF)이 29일 개최한 ‘KF-ISF(국제전략포럼) 펠로 차세대 라운드테이블’에서 나온 설문결과다. 이 행사는 세계 각국 차세대 리더들이 모여 글로벌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열렸다.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젊은 한국인 리더를 중심으로 선발된 ‘KF 글로벌 펠로’와 에릭 슈밋 전 구글 최고경영자(CEO)가 설립한 ISF의 펠로 3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는 지난 25일부터 닷새간 열린 ‘2024 ISF 글로벌 서밋’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김기환 한국국제교류재단(KF) 이사장은 개회사에서 “KF 글로벌 펠로 프로그램이 올해 첫발을 뗐다”며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 등에서 활동하는 12명의 KF 글로벌 펠로들이 이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하고 있으며 KF 글로벌 펠로와 ISF 펠로가 글로벌 이슈와 관련해 활발한 토론을 하는 기회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슈는 많고 자원은 적다’는 주제로 열린 라운드 테이블에선 KF 글로벌 펠로와 ISF펠로를 대상으로 사전에 시행한 설문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세계가 직면한 가장 실존적인 도전과 위협을 물었더니 전체 응답자 54명 중 가장 많은 22명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후 변화'를 꼽았다. 그 다음으로 12명이 '어려움에 처한 글로벌 사우스'(남반구를 중심으로 한 신흥국·개발도상국)를 선택했다. 이외에 '인공지능(AI) 혁명'(10명), '핵과 대량살상무기(WMD) 확산'(8명), '불법 이민 중단'(2명) 등의 답변이 나왔다.
각국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해결해야 하는 문제 1순위로는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한 새로운 에너지 자원 개발 지원'(23명)이 꼽혔다. 이와 관련, 조사 결과 발표를 맡은 이정민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당장 기후 변화를 위해 더 많은 돈을 투입하는 것과 관련해선 세계 모든 정부가 각자 딜레마에 빠져있는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지금 기후 변화와 싸우지 않으면 향후 기회비용은 어마어마하게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후 펠로들이 가장 시급한 문제로 꼽은 기후 변화 등을 주제로 한 자유 토론이 이어졌다. 토론 과정에선 이 행사에 자문 역할로 참여한 인사들이 조언했다. 김원수 전 유엔 사무차장 겸 고위군축대표는 "기후 문제에는 두 가지의 불공정함(injustice)이 존재한다"며 "첫째는 기후 위기 책임이 적은 가난한 나라들이 더 많은 고통을 지게 된다는 것이고, 둘째는 기후 위기로 인해 더 많은 영향을 받을 젊은 세대의 권한이 기성세대보다 적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승희 삼성전자 사장은 지난해 태평양 섬나라인 투발루를 방문했던 경험을 소개하며 "지구온난화로 인해 자국 영토가 서서히 물에 잠기고 있는 투발루에 있어 기후 문제는 국민 생사가 걸린 시급하고 엄중한 문제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는 2050년까지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 에너지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민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후 문제에 있어 실질적이고 긴밀한 협력을 이끌어낼 시스템 마련이 중요하다"며 "파리기후변화협약이 있지만 협력 속도보다 기후 변화 속도가 더 빠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아론 매니암 전 싱가포르 정보통신부 부장관은 "시장을 더 환경 친화적으로 전환할 방법은 무엇인지, 각국 상황에 맞는 네트워크는 어떻게 수립할지 등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F 글로벌 펠로와 ISF 펠로 사이에서도 "기후 위기가 심각해질수록 여성 등 취약층에 대한 고통이 가중된다", "탄소 배출세를 더 확대해야 한다" 등 의견이 다양하게 제기됐다.
이어진 '주요 패러다임 변화에 대한 준비'라는 주제의 라운드 테이블에서는 AI 기술과 관련한 토론이 이뤄졌다. 펠로들은 "AI와 관련해 우리가 그리는 미래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충분한 사회적 대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AI에 대한 적절한 관리·감독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남기태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 교수는 "AI는 우리의 삶을 바꾸는 문제이고 기후 변화, 에너지 이슈와도 직결돼 있기 때문에 보다 진중한 대화가 필요하며 정부와 빅 테크 기업 간 협력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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