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의 그늘…지난해 4분기 실질 근로·사업소득 동반 감소
지난해 4분기 가구당 월평균 실질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이 모두 전년 동기보다 줄었다. 소득계층별(5분위) 소비지출의 경우 하위 20%만 감소했다. 고물가 현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저소득층이 집중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연간지출 포함)’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02만4000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9% 불었다. 그러나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소득은 0.5% 증가하는 데 그쳤다. 구체적으로 실질 근로소득(-1.9%)과 사업소득(-1.7%)이 2021년 1분기 이후 11분기 만에 동반 하락했다. 소득보다 물가가 더 오른 탓이다. 정부는 실질 사업소득 감소와 관련해 “인건비·원자재 가격 상승이 주요 원인”이라고 봤다.
지난해 4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액은 283만3000원으로 5.1% 증가했다. 물가를 고려한 실질 증가율은 1.6%다. 실질 지출 증가율은 6개 분기 연속 소득 증가율을 웃돌았다. 고물가로 소득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소비지출이 늘어나는 속도가 빠르다는 이야기다.
소득 계층별로 소비지출을 살펴보면, 하위 20% 가구의 지출액은 128만3000원으로 1.6% 내려갔다. 반면 나머지 4개 분위 가구는 모두 증가했다. 소득 상위 20% 가구의 경우 491만2000원으로 7.9% 늘었다. 또한 소득 하위 20% 가구는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을 제외한 흑자액이 -29만1000원을 기록하며 적자 살림을 보였다. 저소득층은 절약하는 데 한계가 있는 생필품 등 소비지출 비중이 큰 상황에서 고물가 충격을 전면에서 맞은 모양새다.
작년 주거·수도·광열 지출 역대급 ↑…엔데믹에 ‘경험소비’도 급증
전 계층의 가구당 소비지출을 지난해 연간으로 넓혀 보면, 월평균 279만2000원으로 전년대비 5.8% 증가했다. 실질 상승률은 2.1%다. 특히 주거·수도·광열 지출이 역대급으로 증가한 게 돋보인다.
주거·수도·광열 지출은 33만원으로 9.2% 불었다. 현행 조사방법으로 집계를 시작한 2019년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 조사방법을 고려하지 않으면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역대 최대 증가 폭을 나타냈다. 전기·도시가스 등 주거용 연료비(16.1%), 월세 등 실제주거비(8.6%)가 많이 늘어난 영향이다.
‘경험소비’에 대한 지출이 많이 증가한 것도 특징이다. 경험소비란, 소유보다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다. 오락·문화 지출이 20만1000원으로 18.9% 올라갔다. 12대(大) 비목 중 가장 큰 증가율이다. 세부적으로 단체여행비가 4만9000원으로 192.8% 폭증한 영향이 주효했다. 단체여행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완화되기 시작한 2022년에도 258.7% 증가했는데, 코로나19 ‘엔데믹(일상적 유행)’이 선언된 지난해에도 급증세가 이어졌다는 이야기다. 지난해 지출액은 코로나19 사태 전인 2019년(18만원)을 넘어선 것이기도 하다. 여행과 관련 있는 음식·숙박 지출도 42만7000원으로 7.6% 불어났다.
반면 경험소비와 관련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분야에 대해선 허리띠를 졸라맨 모양새다. 식료품·비주류음료, 주류·담배, 의류·신발, 가정용품·가사서비스, 통신의 경우 전부 실질증감률이 ‘마이너스’를 보였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다른 소비는 줄여도 여행 등 경험소비를 즐기려고 하는 트렌드에 따라 소비 품목의 양극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세종=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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