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보다 비싼 '2만원 계란찜'…계란값 떨어지는데 뭘 넣었길래

방제일 2024. 2. 29.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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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 물가 상승에 '슈링크플레이션' 꼼수도
소비자물가 상승률 다시 3% 웃돌 가능성 있어

물가가 지속해서 치솟고 있는 가운데 사이드메뉴 단골이던 계란찜이 2만원짜리가 등장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계란찜 가격 근황'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한 음식점에서 계란찜을 무려 2만원에 판매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크기가 크거나, 값비싼 재료가 들어간 것도 아니었다. 더구나 축산물품질평가원을 보면 계란 산지가격(특란 30개 기준)은 2월 1일 5105원에서 지난 2월 26일 4653원으로 개당 약 15원가량 하락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계란찜 가격 근황'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사진출처=온라인 커뮤니티]

해당 게시물을 접한 누리꾼은 "계란찜은 서비스로 나가는 메뉴 아니냐", "2000원이 아니고 2만원?", "물가는 이렇게 오르는 데 내 월급만 제자리지", "2만 원 확실하냐. 직원 실수로 0 하나 더 붙인 거 아니냐", "금가루나 황금알 넣은 거면 인정"이라며 황당한 반응을 보였다. 한 누리꾼은 해당 가게가 위스키를 파는 술집이라고 밝히며 계란찜에 새우 및 다른 재료가 들어가 비싼 것이라고 판단하긴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또 얼마 전에는 수년간 1000원이던 공깃밥을 3000원에 판매한다는 음식점이 나와 논란이 일기도 했다.

도매가 내렸는데 계속 오르는 삼겹살 1인분 가격

아울러 돼지고기 도매가격이 지난해 9월 이후 5개월째 내림세이지만 외식 물가는 더 올라 서민들의 한숨이 더 커지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 1월 외식 물가가 골고루 올랐지만, 특히 삼겹살이 크게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삼겹살 200g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했을 때 시장 가격은 지난해 9월 30일에서 올해 1월 31일 사이에 5340원→4704원으로 내렸지만, 식당 가격은 같은 기간 1만 9253원→1만 9429원으로 상승했다. 2022년 1월 1만 6983원과 비교하면 2년 만에 14.4%나 올랐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식당 중에는 삼겹살 1인분을 2만원에 판매하는 곳도 등장해 조만간 평균 가격도 2만원대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출처=아시아경제DB]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식당 중에는 삼겹살 1인분을 2만원에 판매하는 곳도 등장해 조만간 평균 가격도 2만원대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식당 고기 가격이 계속 오르자 '슈링크플레이션' 꼼수도 등장했다. '줄어든다'라는 뜻의 슈링크(shrink)와 물가 상승을 말하는 '인플레이션'이 합쳐진 단어로 소비자를 눈속임하는 수법이다. 실제로 일부 업체에서는 가격은 그대로 두고 1인분을 200g이 아닌 120g으로 줄여 판매해 비판받았다. 비슷한 사례가 늘어나자 한국소비자원은 슈링크플레이션 신고접수 페이지를 별도로 만들어 참가격 사이트에 팝업을 띄워 알리고 있다.

정부, 물가상승률 상승 폭 커…3% 웃돌 수도

이달 초 통계청은 1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13.15(2020=100)로 1년 전보다 2.8% 올랐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7월(2.4%) 이후 6개월 만에 2%대로 내려왔지만, 여전히 2%대에 완전히 안착했다고 보기엔 이르다. 농산물과 기름값이 오름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전체 물가 조사 대상 품목 458개 중 농축산물과 과실류 가중치는 전체 1000 중 각각 75.6와 14.6으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새해 들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로 떨어졌지만 상반기 다시 상승 폭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12일 통계청은 지난 달 식료품 물가는 1년 전보다 6.0%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 폭(2.8%)의 두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식료품 물가 상승세는 둔화하고 있지만 속도가 느린 탓에 넉 달째 6%대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 가운데, 정부가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대해 다시 3%를 웃돌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29일 김병환 차관은 앞서 지난달 2%대로 떨어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시 3%를 웃돌 가능성이 있다면서 범부처 물가 안정 노력을 강조했다. 김 차관은 "추세적 물가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는 2%대 중반까지 하락했다"면서도 "전반적인 둔화 흐름 속 농산물·석유류 등 변동성이 큰 품목들의 영향으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작황 부진 등에 따른 사과 및 배 가격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유가도 배럴당 80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김 차관은 "2월 물가상승률은 1월 기록한 2.8%보다 상승 폭이 커지면서 3%를 웃돌 가능성도 있다"며 "각별한 경각심을 가지고 물가안정 노력을 강화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국은행은 당분간 물가 최대 변수로 농산물 가격과 국제유가를 꼽았다. 이달 초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물가 상황 점검 회의'에서 "유가 불확실성이 커진 점과 농산물 물가가 높은 수준을 보이는 점에서 당분간 둔화 흐름이 주춤해지면서 일시적으로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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