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한 순간의 기억만 남긴다면, 그건 언제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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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장편 영화 〈원더풀 라이프〉가 동명 소설로도 출판됐다.
영화와 마찬가지로 이 책은 '죽고 나니 주어진 7일의 시간, 천국으로 가기 전의 중간지대인 림보에 머물면서 영원히 머물 단 하나의 기억을 골라야 한다면?'하고 덤덤하게 물어온다.
죽은 이들이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많은 기억을 버린 다음 고른 단 하나의 기억은 인생의 화려한 정점보다 평범한 일상의 소중한 순간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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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영]
▲ 원더풀 라이프 |
ⓒ 서커스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장편 영화 〈원더풀 라이프〉가 동명 소설로도 출판됐다. 영화와 마찬가지로 이 책은 '죽고 나니 주어진 7일의 시간, 천국으로 가기 전의 중간지대인 림보에 머물면서 영원히 머물 단 하나의 기억을 골라야 한다면?'하고 덤덤하게 물어온다.
사실 이건 7일은커녕 몇 년을 고민해도 쉽사리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매번 답이 달라져도 좋으니 진지함과 부담을 덜고 가볍게 대답해보자'고 마음먹어도 여전히 어렵다.
더구나 술을 좋아하는 나에게 이 질문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안줏거리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적당히 취해서 기억 몇 개를 서슴없이 고르기도 했는데, 정신을 차리고 나면 '뭘 골랐더라' 싶었다. 그럴 때면 '나에겐 뇌리에 선명히 박히고 심장에 깊숙이 꽂히는 인생의 장면이 아직도 없나 보다' 하고 서글퍼하기도 했다.
소설에서도 사람들은 기억을 선뜻 고르지 못한다. 선택을 바꿔 기억을 다시 고르기도 하고 일부러 고르지 않고 미루기도 한다. 7일이 지나도 기억을 고르지 못한 사람은 림보에 남아 이후에 새로 들어오는 죽은 이들을 안내하게 된다. 죽은 이들이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많은 기억을 버린 다음 고른 단 하나의 기억은 인생의 화려한 정점보다 평범한 일상의 소중한 순간에 가깝다.
아마 나도 비슷한 선택을 하지 않을까. 삶은 상과 벌, 기록으로 나열되는 것이 아니라 기억과 감각으로 채워지는 것이라 믿는다. 살아야만 한다면, 당장의 성공과 실패로 삶의 이력을 기록하기보다는 더 많은 감각을 느끼고 싶다. 되도록 자주 감동하는 순간을 새기고 싶다. 그렇게 삶에서 아름다운 순간을 켜켜이 쌓아나가고 싶다.
이 소설이 던지는 질문 때문이 아니더라도 죽음이라는 필연 앞에 한 번쯤은 대답해야 할 바로 그 질문. 그렇게 단 하나만 가져갈 수 있는 기억을 만들기 위해서, 가능한 모든 감각을 살려서 나는 살아간다.
내 의지 없이 시작된 삶이지만 마지막은 내 의지대로 마칠 수 있길 바라며, 삶이 끝날 무렵에는 누구보다 행복하게 기억을 음미할 수 있도록. 죽을 날을 생각하면 오히려 더 열심히 살아지고 싶어지는 역설이 그렇게 오늘도 나를 살게 한다.
덧붙이는 글 | 글 민선영 참여연대 아카데미느티나무 활동가. 이 글은 참여연대 소식지 〈월간참여사회〉 2024년 3월호에 실립니다. 참여연대 회원가입 02-723-4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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