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MZ가 정치 꺼리는 이유... '여의도 2시 청년'을 보라 [소셜 코리아]

이동수 입력 2024. 2. 29.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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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코리아] 현 구조에서 청년에게 정치는 인생 건 도박... 기회비용 줄일 환경 조성해야

한국의 공론장은 다이내믹합니다. 매체도 많고, 의제도 다양하며 논의가 이뤄지는 속도도 빠릅니다. 하지만 많은 논의가 대안 모색 없이 종결됩니다.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는 이런 상황을 바꿔 '대안 담론'을 주류화하고자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근거에 기반한 문제 지적과 분석 ▲문제를 다루는 현 정책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거쳐 ▲실현 가능한 정의로운 대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소셜 코리아는 재단법인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상생과 연대의 담론을 확산하고자 학계, 시민사회, 노동계를 비롯해 각계각층의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기사에 대한 의견 또는 기고 제안은 social.corea@gmail.com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기자말>

[이동수]

이준석 대표 징계 문제로 국민의힘이 한창 시끄러웠던 2022년 여름, 정치권에서 '여의도 2시 청년'이라는 단어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오후 2시가 어떤 시간인가. 평범한 2030이라면 직장이나 학교에서 본업에 매진하고 있을 시간이다. 그러나 오후 2시는 정치권의 각종 이벤트가 주로 열리는 시간대이기도 하다. 국회 홈페이지에는 국회에서 진행되는 행사, 간담회, 기자회견 등의 일정이 공개되어 있다. 그 시간을 보면 대체로 오후 2시 또는 오전 10시인 걸 확인할 수 있다. 시민이 아닌 정치인·언론인 등 관계자들의 일정에 맞춘 까닭이다.

보통의 청년들은 연차를 내지 않는 한 그런 이벤트에 갈 수 없다. '여의도 2시 청년'은 그런 데 참여하는 청년들을 비방하기 위해 쓰인 경멸적 단어다. 사회생활을 하지 않고 정치권 행사를 어슬렁거리는, '정치 낭인'의 새로운 표현이다. 하지만 이 단어가 주는 문제의식은 결코 가볍지 않다.

제21대 국회가 개원했을 당시 40대 미만 국회의원 비율은 4.3%였다. OECD 회원국 중 가장 낮다. 그나마도 제20대 국회(1%)보다 많이 늘었다. 수많은 언론과 전문가들이 서울대·50대·남성 위주로 구성된 국회를 비판하면서 이 수치를 자주 인용했다. 하지만 그 근본적인 원인을 묻는 목소리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다. 도대체 왜 청년들은 정치에 도전하지 않는가?

문제는 선거비용이 아니라 진로의 기회비용
 
 2023년 6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당시 대표와 장예찬 중앙청년위원장 겸 청년최고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중앙청년위원회 발대식이 열렸다.
ⓒ 국민의힘
 
질문을 바꿔보자. 정치에 참여하는 청년들의 직업은 뭘까? 여기서 직업이란 포털사이트에 표기되는 '정당인' 따위의 타이틀 말고, 사전적 의미 그대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종사하는 일'을 뜻한다. 무슨 위원장이니 부대변인이니 하는 자리는 대부분 무급 봉사활동이다. 정당법상 정당의 유급 사무직원은 중앙당과 시·도당이 각각 100명을 넘을 수 없다(제30조).

운이 좋아 잘 풀리면 매체에 글도 쓰고 방송에 얼굴도 비추며 '전업'이 가능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밥벌이를 병행하며 정치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정규직 일자리를 갖고선 오전·오후에 마음대로 시간을 내기가 어렵다. 결국 전문직이거나 금수저가 아닌 한, 평범한 청년들에게 출마는커녕 정당 활동도 언감생심이다.

청년들이 정치하기 어려운 이유로 선거비용을 꼽는 이들이 많다. 선거는 말 그대로 돈 잔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발간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총람'에 따르면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지역구 후보자들의 1인당 평균 선거비용 지출액은 광역의원이 약 4500만 원, 기초의원이 약 3500만 원이었다. 같이 치러진 국회의원 보궐선거의 경우 선거구 인구수에 따라 조금씩 달랐지만 대체로 1억 5천만 원에서 2억 원이 소요되었다. 공식 비용만 이렇다.

하지만 청년 정치인들에게 선거비용은 부차적인 문제다. 나라에서 비용을 보전해 주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 제122조의2는 후보자가 당선되거나 유효투표 총수의 15% 이상 득표한 경우 선거비용 전액을 보전해 주도록 하고 있다. 10% 이상 15% 미만 득표하면 절반을 돌려받는다. 물론 10% 득표율도 어려운 군소정당 후보들에게는 이것도 부담인 게 사실이다. 그러나 거대 정당 타이틀을 달고 나오는 이들은 상당수가 이 비용을 돌려받는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광역의원 후보자의 90.7%가, 기초의원 후보자의 80.3%가 선거비용 보전 제도의 혜택을 받았다(지역구 기준).

설령 보전받을 수 없더라도 선거비용 몇천만 원은 큰 장벽이 되지 못한다. 인생이라는 기회비용에 비한다면 말이다. 청년들이 정치에 뛰어들기 힘든 근본적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남들은 다 취업해서 경력 쌓고 있을 시기에 정치 활동을 한다는 건 사실상 직업인으로서의 커리어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 이건 경력과 자산을 어느 정도 쌓은 뒤 정치에 도전하는 기성세대와는 비교할 수 없는 압박을 청년들에게 준다. 사회에 첫걸음을 내딛는 시기, 정치에 도전했다가 자칫 실패라도 하면 인생 자체가 꼬여버린다.

요즘 많이 완화되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한국 사회에는 강력한 연령 규범이 작동하고 있다. '신입사원의 나이는 몇 살이 마지노선'이라는 인식도 그중 하나다. 그 시기를 놓치면 기회는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대학 졸업하고 정치 활동 몇 년 하다가 30대 중반이 다 돼서 취업을 준비한다면 소위 말하는 양질의 일자리는 얻기 어렵다. 정치 활동은 경력으로 쳐주지도 않는다. 아니, 오히려 감점 요인이다. 경직된 노동시장은 패자부활전마저 불허한다. '한번 좋소(중소기업을 비하하는 멸칭)는 영원한 좋소'라는 말이 있지 않나. 첫 직장의 수준이 이후 일자리들의 수준도 결정짓는 한국 사회에서 첫 일자리를 포기하고 정치에 뛰어든다는 건 인생의 모든 진로를 건 도박과 다르지 않다.

불투명한 평가와 불확실한 보상이 인재 막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2023년 2월 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국청년위원회 발대식에서 참석자들과 "청년의 힘으로 총선승리" 손피켓을 들어 보이고 있다
ⓒ 연합뉴스
 
인생을 바칠 각오로 정치권에 진입한다고 해도 눈앞에 펼쳐지는 건 막막한 미래다. 모든 게 불확실하고 불투명하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정당은 늘 청년 인재 양성을 강조하지만 막상 이를 위한 노력은 조금도 하지 않는다. 정치학교는 간헐적으로 열리는 이벤트에 그친다. 그 내용도 당내 유명 정치인들의 대중 강연으로 채워진다. 실질적 역량을 갖추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당마다 존재하는 청년 조직은 별도로 배정된 인력과 예산이 없는 대외활동에 지나지 않는다. 청년들은 여기에 자기 돈을 써가며 참여하는데, 그럼에도 미래 정치의 파트너가 아닌 조직 동원의 객체로 취급당한다.

정치 활동을 하는 청년 중 적지 않은 수가 호구지책으로 국회 보좌진의 길을 걷는다. 청년들에게 정치 활동을 병행할 수 있는 밥벌이 수단이란 사실상 보좌진 정도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버티는 것도 녹록지 않다. 채용은 인맥으로 알음알음 이뤄지는 경우가 허다하고 근로 조건은 근로기준법의 치외법권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열악하다. 무엇보다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 모든 게 '케이스 바이 케이스'다. 인턴으로 들어갔다가 잘 풀리면 몇 개월 만에 9급 이상으로 승진하기도 하지만, 운이 나쁘면 30대가 되어서도 기약 없는 인턴만 하다가 계약 만료 기한인 22개월이 다 돼 국회를 떠나야 한다.

인생을 걸고 도전하는 일인데 그 결과를 좌우하는 게 노력이나 실력이 아닌 운이라면, 유능한 이들은 그 분야에 진입하길 꺼릴 것이다. 그 점에 있어선 정치만한 분야도 없다. 정당에서 활약하고 보좌진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건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는 누구 눈에 띄었는지가 입신양명을 결정한다. 정작 지난 선거들만 보더라도 당에서 오래 활동한 청년들보다 외부에서 급조한 '청년 인재'들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는가.

기껏 인생을 바쳐 도전했는데 자력으로 성취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면 그 분야에 도전할 '진짜 인재'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정체성·스토리 중심의 설익은 인재 영입으로 이슈를 만들어 보고자 했던 정치권의 인사는 유감스럽다. 번번이 낙하산이 내려오는 회사는 임직원들의 의욕을 북돋을 수 없다. 노력과 능력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정당의 빈약한 인사 시스템,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청년 인재 영입 때문에 청년들은 실력을 키우기보다는 "줄을 잘 서야겠다"는 나쁜 교훈만 얻게 된다.

의원 한두 명보다 정치권 전반에 청년 많아져야

청년 표심을 잡기 위해 청년을 내세우겠다는 정치권의 전략은 일차원적이다. 청년들은 자신들을 대변해 줄 정치인을 찾고 있을 뿐, 정체성이 같다는 이유로 청년 정치인을 지지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과거 이력도 불분명하고 능력도 미덥지 않은 인물을 내세우면 "저 사람이 뭔데 우리를 대표하느냐"는 반감만 사게 된다.

지금보다 청년 국회의원 수가 늘어나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제20대 국회에서 3명에 불과하던 2030 국회의원이 4년 뒤 13명으로 증가했지만 21대 국회가 그만큼 청년들의 지지를 받고 청년들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힘썼다고 보긴 어렵다. 오히려 막말이나 코인 논란 등으로 각종 구설에 오르기만 했을 뿐이다. 현재 각 당 지도부에서 활동하는 청년 정치인들이 보편적인 청년의 정서를 대변하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뽑아놨는데 진영의 스피커 노릇만 하고 있다면 그 숫자가 얼마든 청년들의 지지를 받긴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정치 전반에서 활약하는 청년들이 많아질 필요는 있다. 정책 추진 과정에서 당사자들의 요구를 보다 효과적으로 반영하기 위해서다. 개인이 맞닥뜨리는 문제나 사안의 우선순위는 세대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2030의 생활상을 잘 모르는 세대가 만드는 2030 세대 정책은 필연적으로 정책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를 가져온다.

예컨대 취업준비생이나 인턴에 대한 노동 착취는 2000년대에도 만연했던 일이지만 2010년대 중반 열정페이·헬조선 등의 용어가 대두되고서야 정치권에서 다뤄지기 시작했다. 얼마 전에는 트위치(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가 한국 시장 철수를 발표하며 망 사용료가 청년들 사이에서 큰 논쟁거리로 부상했는데, 정치권에서 아무 대응이 없자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불만이 표출되기도 했다.

세대 간 엇갈리는 이해관계를 현명하게 조정하기 위해서도 청년의 대표자들은 필요하다. 그동안 우리 사회의 갈등이 조정되는 과정에서는 특정 집단, 일부 연령대의 입장이 과다 대표되었던 게 사실이다. 지지부진한 연금 개혁이나 지역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지연되곤 했던 청년임대주택이 대표적 사례다. 최근 발표된 철도 지하화 공약처럼 수십조 원이 소요될 정책들을 정당들은 여야를 불문하고 아무 거리낌 없이 내놓고 있는데, 논의 과정에서 정작 그 청구서를 받아 들 미래 유권자를 대변할 사람이 없다는 건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청년의 대표자들을 어떻게 뽑아야 할까? 정체성과 화제성에 집착해 청년 당사자들도 공감하지 못하는 인물을 영입하고 내세우는 기존의 방식으로는 40%를 넘나드는 2030 무당층의 마음을 되돌릴 수 없다. 경험·능력·인성을 두루 갖춘 청년 정치인을 등용할 때 비로소 청년들도 그 권위를 인정할 것이다. 그런 인물이 등장하려면 우선 유능한 인재들이 많이 유입될 만한 환경을 조성하는 게 급선무다. 특히 정치 참여에 따르는 진로 선택의 기회비용을 줄여야 한다. 가장 중요한 건 정치권에서 일하면서 생계를 영위하고 커리어를 쌓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지난 1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더불어민주당 전국청년위원회 주최로 '청년후보자 혁신공천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 연합뉴스
먼저 정당법상 유급 사무직원 수 제한을 완화하는 게 방법일 수 있다. 사무처 당직자 채용을 늘림으로써 유능한 청년들이 정당에 들어가 일하고 경험을 쌓을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일자리 현장보다 훌륭한 교육의 장이 어디 있겠는가. 같은 맥락에서 정무직 당직자들에게 고정 급여를 지급하는 것도 필요하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현재 우리나라 정당은 청년위원장·청년대변인 등 정무직 당직자들을 '무급 열정페이'로 부리고 있다. 그러니 취업해야 하는 보통의 20~30대 청년들은 정치권을 외면하고 생계 걱정 없는 '여의도 2시 청년'들만 남게 된다. 이런 구조에서는 결코 유능한 인재를 확보할 수 없다.

국고보조금 일부를 정책연구소에 할애하고 있는 것처럼 당내 청년 조직에 보조금 일부를 배정하도록 강제하는 방안도 있다. 청년 조직에 독립 예산이 있다면 청년들이 상근자로 일하며 정치에 참여할 수 있고, 무엇보다 당에 종속되지 않은 채 독립적으로 정책·현안 등에 목소리를 낼 수 있다. 비슷하게는 민간 정책 싱크탱크에 대한 후원을 용이하게 해 이를 통해 청년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넓히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렇게 정치 영역에서 일하며 경험과 능력을 쌓은 청년들이 전면에 나설 때, 비로소 그들에게 권위가 실리고 일반 청년들에게도 환영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청년들에게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며 출마를 요구했지만, 왜 이들이 정치에 참여하지 않는지 그 구조적 원인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았다. 이게 길 가는 사람을 붙잡고 "우리 회사 사장 공모에 지원해 보라"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출마해서 배지를 다는 것만이 정치인 건 아니다. 유능한 청년들이 직업으로서 정치인을 꿈꾸고, 실제로 이 분야에 뛰어들어 역량과 경험을 쌓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할 때 우리 정치도 발전할 수 있다. 이제는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을 바꿔야 할 때다.
 
 이동수 / 청년정치크루 대표
ⓒ 이동수
 
필자 소개 : 이 글을 쓴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는 30대 정치평론가입니다. 2016년 진영논리를 넘어 일상을 바꾸는 정책을 만들자는 취지로 청년정치크루를 결성한 뒤, 고용·주거 등 청년들이 당면한 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해 왔습니다. 현재 한국일보·조선일보·부산일보·신동아 등의 매체에 세대와 정치 관련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저서로 <캐스팅 보트>, <진보도 싫고, 보수도 싫은데요> 등이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에도 게재됐습니다. <소셜 코리아> 연재 글과 다양한 소식을 매주 받아보시려면 뉴스레터를 신청해주세요. 구독신청 : https://socialkorea.stibee.com/subscri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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