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17세 제자와 11회 성행위 30대 유부녀 여교사 유죄 확정

최석진 2024. 2. 29.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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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 확정
피해 학생 경찰 진술 번복했지만 신빙성 없다고 판단

자신이 기간제 교사로 근무하는 고등학교의 남학생에게 먼저 접근한 뒤 수차례 부적절한 성관계를 가진 30대 유부녀 여교사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해당 교사는 학생과 동의 하에 성관계를 맺었기 때문에 '성적 아동학대'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29일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아동학대처벌법 )상 아동복지시설 종사자 등의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A씨(여·사건 당시 31)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아동학대 재범예방강의 수강과 5년간 아동관련기관,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 및 장애인관련기관 취업제한을 명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원심판결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구 아동복지법 제17조 2호의 '성적 학대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라고 A씨의 상고를 기각한 이유를 밝혔다.

2022년 3월부터 같은 해 7월까지 대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근무했던 A씨는 2022년 5월 중순부터 같은 해 6월 22일까지 당시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던 B군(남·당시 17세)과 총 11차례에 걸쳐 성관계를 하거나 유사성행위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번 사건은 A씨의 외도를 눈치챈 남편이 국민신문고를 통해 민원을 제기하고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카카오톡 대화를 공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A씨의 남편은 자정이 넘도록 연락이 닿지 않던 A씨로부터 병원 응급실에 입원했다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고 급하게 병원으로 찾아가 의사로부터 '난소 낭종 파열'이라는 진단명을 듣고 A씨의 외도를 의심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A씨의 남편은 A씨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과 녹음 내용, 차량 내비게이션에 찍힌 모텔의 CCTV 영상 등을 확보해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동복지법 제17조(금지행위) 2호는 '아동에게 음란한 행위를 시키거나 이를 매개하는 행위 또는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성희롱 등의 성적 학대행위'를 금지하고 있고, 같은 법 제71조(벌칙)는 이를 위반한 자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다. 아동복지법상 '아동'은 18세 미만의 자로 정의된다.

한편 아동학대처벌법 제10조 2항 2호는 초·중등학교 교장이나 교사를 아동학대범죄 신고의무자로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7조(아동복지시설의 종사자 등에 대한 가중처벌)는 아동학대 신고의무자가 보호하는 아동에 대해 아동학대범죄를 범한 때에는 그 죄에 정한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해서 처벌하도록 정했다.

검사는 A씨의 행위가 이 같은 가중처벌 조항이 적용될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의 피보호 아동에 대한 성적 학대행위라고 보고 아동학대처벌법 조항을 적용해 기소했다.

재판에서 A씨 측은 검사가 공소장에 기재한 공소사실 중 사실관계는 전부 인정했다. 다만 A씨와 변호인은 A씨가 B군과 성관계를 할 당시 B군이 온전히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었기 때문에 A씨가 B군에 대해 성적학대를 가했거나, B군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이 사건 당시 피해자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을 정도의 성적 가치관과 판단능력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은 이와 같이 피해자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온전하게 행사할 수 없음을 이용해 피해자와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성관계를 가졌다고 할 것인바, 이러한 피고인의 행위는 아동복지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성적 학대행위에 해당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앞서 2020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아동·청소년은 성적 가치관을 형성하고 성 건강을 완성해가는 과정에 있으므로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적 침해 또는 착취행위는 아동·청소년이 성과 관련한 정신적·신체적 건강을 추구하고 자율적 인격을 형성·발전시키는 데에 심각하고 지속적인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며 "따라서 아동·청소년이 외관상 성적 결정 또는 동의로 보이는 언동을 했더라도, 그것이 타인의 기망이나 왜곡된 신뢰관계의 이용에 의한 것이라면, 이를 아동·청소년의 온전한 성적 자기결정권의 행사에 의한 것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수사 단계에서 B군의 진술이 번복됐지만, 재판부는 B군의 바뀐 진술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봤다.

B군은 2022년 7월 4일 진행된 첫 번째 경찰 조사에서 ▲A씨가 먼저 SNS를 통해 생일 축하 DM을 보냈고, 커피를 마시자고 제안해 외부에서 만나는 등 A씨가 먼저 접근했고 ▲A씨가 SNS 대화 도중 자자고 하며 성관계를 먼저 제안해 거부했지만, 계속해서 자자고 했고 ▲2022년 5월 14일 차로 자신을 데리러 와 계속 안 된다고 하는 자신을 막무가내로 호텔로 데리고 갔고 ▲집에 간다고 하면 A씨가 화를 낼 거 같았고 ▲A씨가 옷을 벗고 콘돔을 끼라고 했는데 거부하면 화를 낼 것 같은 무서움이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당시 B군은 "처음에 위와 같이 성관계할 때는 무섭고 그랬는데, 한 번 하고, A씨가 계속 잘해주니까 점점 A씨가에게 호감이 생겨 계속 연락을 주고받고, 지속적으로 성관계를 했다’는 취지로도 진술했다.

재판부는 "위와 같은 피해자의 진술은, 그 주요 내용이 구체적이고, 진술 내용이 논리와 경험칙에 비춰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고,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없어 그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한편 B군은 2022년 7월 12일 두 번째 경찰 조사에서 180도 바뀐 진술을 했다.

당시 B군은 2022년 5월 7일 A씨의 차 안에서 자신이 먼저 성관계를 제안해 성관계를 했고, 이후 매주 성관계를 지속하며 자신이 성관계를 주도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같은 B군의 번복된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봤다.

그 같은 판단의 근거로 재판부는 ▲B군이 최초 경찰 조사 시 피해 사실을 구체적으로 진술했고, 그 진술의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점 ▲B군이 먼저 성관계를 제안한 주체에 대해 진술을 번복했으나, 결국 둘 사이에 호감이 생겨 만남 및 성관계를 지속했다는 점은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는데, 이처럼 서로 호감이 있는 상태에서 B군이 1차 조사 때 굳이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를 찾기 어려운 점 ▲B군은 위와 같이 진술을 번복하며, 최초 경찰 조사 시 '거부했음에도 불이익이 두려워 성관계를 했다'고 진술한 이유에 대해 '경찰 조사받으러 온 게 갑작스럽고 무서워서 말을 실수한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했으나, 그 번복 경위나 취지가 불분명한 점 ▲피고인의 휴대전화 카카오톡 메시지에 따르면 B군이 아버지의 권유로 진술을 번복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점 등을 들었다.

경찰이 확보한 증거에 따르면 A씨와 B군의 아버지는 1차 경찰 조사 이후 연락을 시작해 2차 경찰 조사 이후까지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았는데 A씨가 지인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중에는 '애 아빠 연락 와서, 다시 가서 진술시킨다네'라는 메시지가 확인됐다. 또 A씨가 피해자 B군의 진ㄴ술과 관련해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을 B군의 아버지에게 메시지로 보내자 B군의 아버지가 A씨에게 '피해자가 재진술에서 확실하게 합의된 관계라는 사실을 진술해야겠네요. 성적결정권도 스스로 행사할 수 있을 정도로 성숙했음을 수사관이 인정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피해자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라는 표현을 분명히 기술하겠습니다. 무슨 내용인지 잘 이해했습니다'라고 답장을 보낸 사실도 드러났다.

1차 경찰 조사 이후인 2022년 7월 9일 오전 A씨가 직접 B군을 만나 2차 조사를 대비해 말을 맞춘 정황도 드러났다.

한편 재판부는 A씨의 행위를 아동에 대한 '성적 학대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A씨 측 주장에 대해 "성행위에 이른 일련의 과정 등을 고려해 보면, 피고인은 피해자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온전하게 행사할 수 없는 상태임을 인식한 채 피해자의 심리적 취약 상태를 의도적으로 이용해 성관계에 나아간 것으로 충분히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피해자의 소극적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것이고, 피고인의 원심 판시 범죄사실 기재와 같은 성적 행위는 성적 도의관념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건전한 성적 가치관의 형성 등 완전하고 조화로운 인격 발달을 현저하게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임이 명백하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A씨는 1심 유죄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2심 법원의 판단도 같았다.

대법원도 이 같은 2심 법원의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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