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하자보수 대신 돈으로 해결하겠다는 건설사

권현지 2024. 2. 29.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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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하자 문제로 지난달 시공사에 소송을 건, 경북 안동시 수상동 '안동 코오롱하늘채' 입주민의 토로다.

입주민들은 시공사의 합당한 보수공사로 하루빨리 불편이 사라지길 바랄 뿐이다.

시공사와 입주민 간 하자 분쟁은 이 단지만의 일이 아니다.

특히 국내 아파트 대부분은 완공 이전에 입주자를 정하는 선분양 방식으로 공급돼 입주 후 발생하거나 발견되는 하자를 지속적으로 보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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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받자고 소송한 것이 아니에요. 불편함 없이 살 수 있게 시공사가 할 일을 해달라는 겁니다"

아파트 하자 문제로 지난달 시공사에 소송을 건, 경북 안동시 수상동 ‘안동 코오롱하늘채’ 입주민의 토로다. 이 단지 주민들은 4년 전 입주 당시부터 지금까지 지하 주차장 누수로 불편함을 겪고 있다. 시공사의 보수공사에도 누수는 계속됐다.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고쳐야 하는데 비용을 아끼기 위해 그때그때 땜질식 처방을 했다는 것이 주민들의 설명이다. 누수 구역은 현재까지 60여 곳에 이른다. 지하 주차장뿐만 아니라, 개별 가구 침실에서도 누수가 일어나면서 입주민의 불만은 더욱 커졌다. 전체 421가구 중 95%(398가구)가 소송에 뜻을 모았을 정도로 피해는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하자보수 요청에 시공사가 보인 태도는 입주민의 불만을 더욱 커지게 했다. 코오롱글로벌은 ‘추가 보수공사는 없으며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겠다’는 공문을 보냈다. 돈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입주자들이 소송에서 이긴다 해도 하자 문제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많게는 수십억 원으로 추정되는 보수비용을 감당하기에 손해배상금은 턱없이 모자라다. 입주민들은 시공사의 합당한 보수공사로 하루빨리 불편이 사라지길 바랄 뿐이다.

시공사와 입주민 간 하자 분쟁은 이 단지만의 일이 아니다. 경기 수원시 ‘금호 리첸시아 퍼스티지’에서는 하자 문제로 두 달 가까이 입주가 미뤄지고 있다. 금호건설은 가까스로 시로부터 사용승인을 받았지만, 수분양자들이 나서서 사용승인을 취소하라고 시위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아파트 품질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시공사들이 이들의 눈높이를 좇아오지 못하면서 비슷한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해 비싼 돈 들여 입주한 아파트에서 물이 새거나 바닥이 터져 있다면 속이 상할 수밖에 없다. 특히 국내 아파트 대부분은 완공 이전에 입주자를 정하는 선분양 방식으로 공급돼 입주 후 발생하거나 발견되는 하자를 지속적으로 보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아파트를 직접 시공한 건설사에 하자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면 입주민들은 어디서 하자를 보수받을 수 있나. 사실 아파트 하자 문제가 소송전으로 비화하면 결국 입주자, 건설사 모두가 손해다. 입주자들은 소송이 끝날 때까지 불편을 겪어야 하고 막대한 소송 비용을 충당해야 한다. 건설사도 보수비용에 소송비까지 더해져 손실이 불어난다.

시공사의 역할은 비단 아파트를 짓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입주 후 하자 보수까지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 시공 문제에서 비롯된 주민 피해를 외면하는 건설사는 끝내 소비자들에게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권현지 기자 hj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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