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명문정당'은 없다

소종섭 2024. 2. 29.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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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20일, 충남 논산 화지시장을 방문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이렇게 발언했다.

"민주당의 이재명이 아니라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만들어가겠다." 당장 민주당 안팎에서는 "민주당을 이재명 사당화하겠다는 것이냐"는 비판이 거셌다.

따지고 보면 이에 앞서 2017년 문재인-이재명의 대선후보 경쟁, 그 이후 벌어진 이른바 '혜경궁김씨' 트위터 실소유주 논란 등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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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20일, 충남 논산 화지시장을 방문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이렇게 발언했다. "민주당의 이재명이 아니라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만들어가겠다." 당장 민주당 안팎에서는 "민주당을 이재명 사당화하겠다는 것이냐"는 비판이 거셌다. 한동안 잊혔던 이 말이 요즘 민주당 안팎에서 다시 회자되고 있다. 공천이 진행되면서다.

이재명 대표는 “변화에는 반드시 소리가 날 수밖에 없다. 반발하고 항의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무시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균열은 날로 커지고 있다. 서울 중성동갑에서 뛰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공천에서 배제된 것이 도화선이 됐다. 이른바 '친문(친 문재인)' 세력들이 잇달아 공천에서 배제되면서 '친문 세력화'가 논의되는 상황이다. 탈당해서 '친문연대'를 만드는 방안, 새로운미래에 합류하는 방안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지난 2월 4일 문재인 전 대통령이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이 대표에게 "명문(이재명·문재인)정당"을 말한 게 무색할 정도다. 공교롭게도 그 뒤부터 원심력이 더 커졌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

이 대표는 "시스템과 투명한 심사로 좋은 후보들이 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의도적인 게 아니고 시스템에 의해서 하기 때문에 자신도 어쩔 수 없다는 변명이다. 공허한 말이다. '친문에서 친명으로의 세력 교체' '잠재적 대선 경쟁자 제거' 등이 공천 배경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그런데 이것만이 아닌 것 같다. 새삼 주목되는 것은 이 대표와 '친문'의 악연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만난 한 전직 의원은 흥미로운 얘기를 들려줬다. "2019년에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표를 만난 적이 있다. '친형 강제입원' 사건과 관련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항소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은 뒤였다. 1심에서 무죄였는데 항소심이 이렇게 나오자 이 대표는 당시 청와대 실세였던 임종석 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이 막후에서 검찰을 움직였을 가능성 등을 거론하며 격앙됐었다"는 것이다. 이 대표로서는 만약 대법원에서 형이 최종 확정되면 도지사직도 잃고 피선거권도 제한되는 절체절명의 상황이었다.

2018년 9월에도 미묘한 순간이 있었다. 평양 남북정상회담 방북단 명단에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과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포함됐지만, 이재명 경기지사는 제외됐다. 따지고 보면 이에 앞서 2017년 문재인-이재명의 대선후보 경쟁, 그 이후 벌어진 이른바 '혜경궁김씨' 트위터 실소유주 논란 등도 있었다. 양측의 갈등은 그때부터 싹트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칼자루를 '문재인'이 쥐고 있었다면, 지금은 '이재명'이 쥐고 있다는 게 다를 뿐이다.

그때의 일을 기억할 이 대표는 어쩌면 2022년 7월 5일 임 전 실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도 기억하고 있지 않을까. “기본과 상식을 벗어난 행동을 보면 창피함을 느낀다. 같은 식구가 이런 행동을 하면 화가 나고 창피하고 부끄러워서 어디라도 숨고 싶다. 대선 이후 민주당 당대표와 대선후보의 행동이 그러했다.” 그래서 '명문정당'은 없다.

소종섭 정치사회 매니징에디터 kumk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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