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로 자전거 추월하다 사망사고 낸 트럭 운전자…실형 면한 이유 [디케의 눈물 188]

박상우 2024. 2. 29. 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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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 1차로 주행하던 자전거 추월하다 접촉 사고…피해자 사고 발생 나흘 만에 숨져
법조계 "운전자 과실 크고 결과 중해 안타깝지만…자전거, 위법하게 1차로 주행해 사고"
"재판부, 유족과 합의했고 자전거 운전자 과실 크다고 본 것…항소심도 실형 선고 가능성 낮아"
"피고인 나이 70대 고령인 것도 양형에 영향…유족, 갓길 주차 차량들에 손해배상 청구 가능"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gettyimagesBank

1차선 도로를 달리던 자전거 운전자를 추월하다가 사망 사고를 낸 70대 트럭 운전자에게 금고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피해자 유족과 합의한 점, 사고 당시 자전거가 1차선 도로를 주행한 점 등을 참작해 형량을 정했다. 법조계에서는 피해자가 사망한 만큼 유족과 합의가 되지 않았다면 실형이 선고됐을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또한 자전거 운전자가 갓길에 주차된 차량을 피하다 1차선 도로를 주행한 사정이 있던 만큼 유족은 해당 차량들에게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법 형사 8단독 김용신 부장판사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 기소된 A(71)씨에게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8월 28일 오전 10시께 전남 한 경찰서 앞 편도 2차선 도로에서 자신의 트럭을 몰다가 앞지르려다, 자전거 운전자 B씨와 접촉 사고를 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B씨는 갓길 주차 차량을 피해 1차선에서 달리고 있었고, A씨는 전방 상황을 제대로 살피지 않은 채 B씨를 앞질러 갔다.

이 과정에서 A씨가 몰던 트럭의 조수석 측 적재함이 B씨 자전거의 왼쪽 손잡이와 충돌했고, B씨가 넘어졌다. 머리 등을 크게 다친 B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았으나 나흘 만에 숨졌다. 다만 재판부는 "범행으로 인해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지만 A씨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며 "합의한 유족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고 자전거 운행이 사고 원인이 되기도 한 점 등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gettyimagesBank

문유진 변호사(법무법인 판심)는 "이 사건은 트럭 운전자가 앞서가는 자전거 운전자를 보았지만 무리하게 차선을 변경해 결과적으로 사망사고로 이어진 것으로 트럭 운전자의 과실이 매우 크고 결과가 너무 중하여 안타깝다"면서도 "그러나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자전거 운전자는 자전거도로가 설치되지 않을 경우 도로 우측 가장자리에 붙어서 통행해야 한다. 사건의 피해자는 위법하게 1차선으로 주행하다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자전거가 1차선을 달리고 있던 점, 피해자 유족과 합의한 점 등 사정에 비춰보면 이례적인 판결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만약 항소로 이어진다고 하더라도 2심에서 원심이 파기되고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부연했다.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는 "자전거는 차량과 비교해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차도를 주행하게 되면 교통에 방해되는 부분이 있다. 따라서 자전거는 반드시 도로교통법에 따라 가장 우측 도로 가장자리에 붙어 운행을 해야한다"며 "사망자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집행유예 판결이 내려진 것으로 보아 재판부는 자전거 운전자의 과실이 크다고 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해자 유족이 처벌을 원치 않는 점도 집행유예 선고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며 "사망사건에서 합의가 이뤄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만약 유족과 합의가 되지 않았다면 실형이 선고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했다.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는 "해당 사건처럼 비가 내려 노면이 젖은 날에는 도로교통법상 운전자는 감속을 하게 돼 있다. 또한 시야확보도 어려웠던 만큼 트럭 운전자가 더 주의해 운전했어야 한다"며 "다만 피고인의 나이가 70대인 점, 유족과 합의한 점 등이 고려돼 실형은 선고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의 사망으로 이어진 사안인 만큼 집행유예가 가볍게 느껴질 수 있지만, 12대 중과실 교통사고가 아닌 만큼 뺑소니, 무면허 사건 등과는 다르게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 변호사는 또 "자전거 운전자는 갓길 주차 차량을 피해 1차선 도로를 달리다 사고가 발생했다. 피해자 유족은 트럭 운전사뿐만 아니라 갓길에 주차한 차량에 대해서도 문제를 삼을 수 있다"며 "피해자 유족들은 갓길에 주차된 차량이 원인을 제공해 사고가 발생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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