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십리서 옥쇄'…반명복문 중심에 선 임종석 [정국 기상대]

정계성 2024. 2. 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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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통해 "컷오프 재고 요청"
"왕십리서 저녁인사"…중성동갑 사수
'이재명 대안론' 핵심으로 부상 효과
李·任 격돌, 與 '86 청산' 수정 불가피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서울 중·성동갑 지역구 공천과 관련해 당 지도부의 재고를 요청하는기자회견을 마친 뒤 소통관을 나가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반(反)이재명 전선의 선두에 섰다. 자신을 컷오프 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 "재고를 요청드린다"며 어조는 완곡했지만, '중·성동갑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며 태도는 완강했다. 구심점이 없다는 지적이 나왔던 '반명' 라인에 임 전 실장이 리더 격으로 부상하는 모양새다.

28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연 임 전 실장은 "통합을 위한 마지막 다리마저 외면하고 홀로 이재명 대표만으로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겠느냐"며 "김대중·노무현·문재인 그리고 이재명을 지지했던 마음을 모두 모아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여느 때처럼 왕십리역 광장에 나가 저녁 인사를 드릴 예정"이라며 "기다리겠다"고 최후통첩을 보냈다.

물론 이재명 대표는 재고 요청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 그는 임 전 실장의 기자회견을 본 뒤에도 "우리 국민 눈높이에 맞는 선수 선발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변화에는 반드시 소리가 날 수밖에 없다"고 기존 입장을 견지했다. 사실상 임 전 실장의 '재고' 요청을 묵살한 대목이다. "입당도 자유, 탈당도 자유"라는 말도 남겼다.

친문 핵심으로 통하는 임 전 실장과 이 대표의 대치는 민주당의 분열로 이어지고, 결국 총선에 악영향이 미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대표를 위시한 '친명'이 지분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친문 등 전통의 민주당 지지층이 돌아설 경우 미세 격차 승부가 나는 서울·수도권에서의 열세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친문 진영의 한 전략통은 "민주당은 유력자들의 연합 정당으로 시작해 지금도 전통이 남아 있다"며 "현재는 친명이 주류라고 해도 오랜 민주당원들과 전통적인 친노·친문 지지층이 12~15%는 되는데 이들을 빼고 서울·수도권 선거를 치를 수 없다"고 했다. "호남 지역 위주로 빠져나갔던 국민의당 때와는 다르다"고도 했다.

다만 임 전 실장 개인으로서는 정치적 입지를 쌓아올릴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이 대표와 대립각을 통해 명실공히 반명·친문의 리더 격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당장 이날 임 전 실장의 저녁인사에 4선 중진 홍영표 의원과 송갑석·윤영찬 의원 등 친문 인사들이 동행했다. 무엇보다 이번 갈등으로 민주당이 총선에서 참패한다고 해도 그 책임은 이 대표와 지도부에 있기 때문에 부담도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임 전 실장도 기자회견을 마치고 취재진과 만나 "이 대표와 최고위가 이번 선거를 끌고 가는 것"이라며 "결과책임도 크다"고 강조했다. "양산 회동에서 굳게 약속한 명문정당과 용광로 통합을 믿었다"며, 신뢰를 저버린 것은 이 대표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종국적으로 탈당을 할 수도, 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적어도 지금 공천 파동 속에 임 전 실장이 비명·친문의 기대를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임 전 실장은 이 국면을 되도록 길게 끌고 가면서 '이재명의 대안' 이미지를 굳힐 것이고, 총선 이후까지 긴 호흡으로 본다면 나쁠 게 없다"고 전망했다.

한편 이 대표와 임 전 실장의 민주당 내 대립구도가 형성되면서 국민의힘의 선거 전략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86 운동권'의 상징인 임 전 실장을 이 대표가 쳐낸 마당에, '86 운동권 청산'이라는 프레임은 힘을 발휘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되려 "세대교체를 하겠다"는 이 대표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당장 중·성동갑에서 임 전 실장을 상대로 판을 짰던 윤희숙 국민의힘 후보의 전략 수정도 불가피해졌다.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국민의힘은 이제 포커싱을 '86 청산'에서 비례정당 문제 등으로 옮겨갈 필요가 있다"며 "과거 괴담세력과 종북세력 등이 진보당을 통해 원내에 진출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하는 동시에 지역별로 확장성을 가져갈 수 있는 정책과 공약에 조금 더 신경을 써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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