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옥의 컬처 아이] 걱정되는 강릉 솔올미술관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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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지자체에 공립미술관이 다투듯 생겨난다.
기존의 부산, 대구, 광주, 수원에 이어 2021년 광양의 전남도립미술관, 2022년 울산의 울산시립미술관이 개관했다.
얼마 전 강원도 강릉시 교동 솔올미술관 개관전에 다녀왔다.
하지만 현재 강릉시에는 솔올미술관 개관 전담 인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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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지자체에 공립미술관이 다투듯 생겨난다. 기존의 부산, 대구, 광주, 수원에 이어 2021년 광양의 전남도립미술관, 2022년 울산의 울산시립미술관이 개관했다. 2018년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KTX가 개통된 이후 관광객이 증가하는 강릉시에도 연말쯤이면 시립미술관이 태어난다.
반가운 현상이다. 광역시였던 울산만 해도 개관 전 설문조사에서 시민 10명 중 6.7명이 전시 구경을 한 번도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도권에 모든 것이 집중되는 한국사회에서 지역민은 문화적으로 소외될 수밖에 없다. 그들의 문화 향유 기회가 확장된다는 점에서 공공미술관의 개관은 문화 민주화에 단비가 될 수 있다.
얼마 전 강원도 강릉시 교동 솔올미술관 개관전에 다녀왔다. 이 미술관은 건물, 콘텐츠, 운영의 삼박자를 갖춘 것으로 보였다. 건물은 세계적인 건축가 리처드 마이어가 설계했고, 개관전 주인공으로는 이탈리아 현대미술 거장 루치오 폰타나가 선택됐으며, 위탁운영은 화랑업계 간판인 갤러리현대 박명자 회장이 만든 한국근현대미술연구재단(KoRICA·코리카)이 맡았기 때문이다. 개관 기자간담회에는 세 주체를 대표하는 인사들이 함께했다.
하지만 강릉시 관계자는 누구도 오지 않았다. 이건 이상한 일이었다. 솔올미술관은 빠르면 10월, 늦어도 연말이면 기부채납 계약조건에 따라 소유권이 현 교동파크홀딩스에서 강릉시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취재해보니 솔올미술관은 김한근 전 강릉시장 시절에 추진됐다. 시행사인 교동파크홀딩스(시공사 아세아종합건설)에 교동7공원을 개발하고 그 안에 미술관을 짓는 조건으로 아파트 건설 허가를 내준 시 특례사업이었다. 세계 유명 건축가와 유명 작가를 내세운 미술관으로 국내외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비전이 작동한 것으로 짐작이 된다.
2021년 11월에 교동파크홀딩스와 위탁운영 계약을 맺은 코리카 측의 김석모 솔올미술관장은 “예정대로라면 지난해 11월에 문을 열어야 했으나 공사기간이 늦어졌다. 계약 조건에 따라 두 번째 전시인 미국 여성작가 아그네스 마틴의 개인전을 마무리하고 공원 조성이 완공되는 10월쯤에는 시에 미술관이 기부채납된다”고 말했다. 그러니 미래의 확정된 운영주체로서 강릉시는 개관전시부터 관심을 보이는 게 맞다.
이는 현대산업개발이 수원시에 기부채납해 2015년 10월 개관한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현 수원시립미술관)의 사례와 비교하면 답이 나온다. 수원시는 미술관 개관 1년6개월 전에 전문인력을 공무원으로 채용해 개관추진단을 꾸렸고, 개관 6개월 전에는 전시감독(관장)을 채용했다. 하지만 현재 강릉시에는 솔올미술관 개관 전담 인력이 없다. 주무부서도 분명하지 않았다. 김석모 관장은 “개관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대화 상대가 녹지과에서 강릉아트센터 등으로 계속 바뀌었다. 분명한 카운터파트가 강릉시 안에 없어 소통에 애를 먹었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다보니 강릉시가 현재 보이는 무관심이 그 사이 김홍규 현 시장으로 지자체장이 교체된 것에 원인이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전임 시장 시절에 추진된 것이라 현 시장이 애써 모르쇠를 하는 것이라는 의구심 말이다.
강릉을 찾는 내외국인 관광객은 2020년 3100만명에서 지난해 3480만명으로 늘었다. 외국인 관광객이 같은 기간 3만명에서 23만명으로 급증했다. 솔올미술관은 관광 자원으로도 훌륭하다. 하지만 미술관은 세계적 건축가든 누가 짓든 건물만 번듯하다고 굴러가지 않는다. 미술관을 운영하는 사람, 즉 미술 전문 인력이 있어야 콘텐츠가 알차게 채워진다. 솔올미술관을 건물만 번듯한 흉물로 만들 수 없지 않나. 항간에 떠도는 억측이 사실이 아님을 보여주는 현 시장의 결단이 필요하다. 당장 관장 채용 공고부터 내야 할 일이다.
손영옥 문화전문기자 겸 논설위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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