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찬호의 시선] ‘극강 멘털’ 이재명의 아킬레스건
“이재명, 눈 하나 깜짝 안 하대. ‘너는 떠들어. 난 내 길 간다’는 표정이더라. 그 사람 스타일은 듣기 싫은 소리 나오면 눈 감고 의자 깊숙이 파묻혀 있다 나가버리는 거다.”
27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홍영표 의원이 “당 대표가 남의 가죽만 벗기면서 손에 피칠갑을 하고 있다”며 이재명 대표를 맹공했다. 연단 앞에 앉아 있던 이 대표의 반응을 본 한 의원이 ‘극강 멘털’이라며 전해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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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칠갑’에 끄덕 않는 강심장이나
‘임종성 쇼크’로 금배지 갈증 커져
‘찐명’도 치며 폭주 불사하는 이유
」
1년반 전 당권을 쥔 이래 ‘시스템 공천’을 세심하게 준비해 온 이 대표이니, 이 정도 반발은 예상한 수준일 터라 표정에 변화가 없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천하의 이재명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게 있다. 지난 8일 선거법 위반 유죄가 확정돼 의원직을 잃은 임종성 전 민주당 의원의 거취다. 그는 26일 1억원 상당의 금품 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의원직 상실 18일 만에 투옥 위기에 몰린 거다. 의원직을 유지했다면 검찰이 총선을 40여 일 앞두고 체포동의안이 필요한 야당 의원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건 상상하기 힘들 거다. 게다가 임 전 의원은 친명 그룹 ‘7인회’ 출신이다. 방탄용 금배지가 얼마나 소중한지 이 대표는 절감했을 것이다.
이뿐이 아니다.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의 대북 송금 혐의 재판도 골칫거리다. 16개월째 1심이 진행 중인 이 재판은 이화영 측이 변호사 연속 사임과 증인·재판부 기피 신청 등 온갖 수를 동원해 고의로 지연시켜 왔다는 논란에 휘말려 있다. 그러나 재판을 15개월간 맡아 온 신진우 판사가 최근 인사에서 유임되며 27일 공판이 속개돼, 재판 속도가 빨라질 개연성이 커졌다. 쌍방울그룹에서 3억원대 뇌물·정치자금을 받은 혐의 등이 무거워 유죄 가능성이 높다는 게 법조계 관측이다. 그럴 경우 불똥은 이 대표로 튈 공산이 크다. 부지사가 도지사 지시 없이 ‘대북 경협과 도지사 방북’ 같은 빅이슈를 내세워 거액을 수뢰하긴 어렵다고 보는 게 상식적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의 뒷골이 당길 수밖에 없다. 4·10 총선에서 금배지를 다는 게 그에게 최우선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금배지만으로는 불안하니, 대표직도 유지해 방탄조끼를 두 개 차야 안심 된다는 판단 아래 올여름 전당대회에서 재차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도 당 안팎에 무성하다. 민주당 공천심사위원을 지낸 김광삼 변호사는 “이 대표는 시진핑·푸틴처럼 (대표) 영구 집권을 하려는 듯하다”고 했다.
재선과 당권 유지엔 ‘이재명 사당화’가 필수이니, 홍영표 의원 말마따나 비명의 가죽을 벗기는 ‘피칠갑’은 당연한 수순일 수밖에 없다. 눈에 띄는 건 같은 편에게도 피칠갑이 자행되고 있다는 거다. 그만큼 급하고, 여유가 없다는 방증이다. 이재명은 이해찬 전 대표가 ‘공천 배려’를 당부한 임종석 전 의원을 컷오프해버렸다. 이해찬은 이재명의 천군만마였다. 이재명이 문재인 정부 초기 친문들의 비토로 출당 위기에 처했을 때 앞장서 감싸줬고, 대선후보와 당 대표로 선출되는 데도 큰 힘이 돼줬다. 이번 총선 공천도 4년 전 이해찬 대표 시절 공천 방식과 유사해 ‘투이(Two Lee=이재명·이해찬) 공천’이란 말이 돌 정도였다. 그런 이해찬이 힘줘 요구한 ‘임종석 배려’를 이재명은 가차 없이 내친 것이다. 이뿐이 아니다. ‘친명 공천’ 야전사령관인 조정식 사무총장도 불출마를 요구받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조정식은 친명 이전에 이해찬계 핵심이다. 하지만 공천 파동으로 당 지지율이 급락하자 조정식도 ‘이재명의 속죄양’ 신세가 될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이해찬의 마음이 (이재명에게서) 완전히 떠났다”는 말이 당내에 도는 이유다.
‘찐찐명’ 김병기 의원의 운명도 주목된다. 검증위원장에다 공천관리위원회 간사까지 맡아 친명 공천의 핵심 역할을 해왔지만, 불법 자금 수뢰 의혹에다 불투명한 경선 여론조사 업체 선정 개입 논란까지 불거졌다. 김 의원은 “사실무근”이라며 고소로 대응했지만, 낙천이 원인이 된 폭로일지언정 민주당 원외 인사 2명의 자필 진술서를 근거로 현역 의원(이수진)이 제기한 의혹은 검증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여론조사 업체 파동 역시 일파만파다. 당 선관위원장을 지낸 정필모 의원이 의원총회에서 “중앙일보 보도를 보고 물어본 끝에 누군가의 지시로 (업체가) 끼워넣어진 걸 알고 위원장을 사퇴했다”고 폭로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 대표가 김병기 공천을 밀어붙일지, 아니면 컷오프해 희생양으로 삼을지 궁금하다. 확실한 것은 이 대표는 본인의 안위와 ‘이재명 사당’을 위해서라면 찐명·찐찐명도 얼마든지 칠 사람이란 관측이 힘을 얻는 정황이 연일 쌓이고 있다는 것이다.
강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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