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호강 임시제방 도면 없이 부실 축조…오송참사 뒤 증거위조
14명의 사망자를 낸 오송 지하차도 참사의 제1원인으로 지목된 미호강 제방 무단 철거와 임시 제방 부실 축조의 책임이 있는 감리사와 시공사 직원들이 책임 은폐를 위해 조직적으로 증거를 위조한 정황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청주지법 형사5단독(부장 정우혁) 심리로 28일 열린 현장소장 A씨에 대한 속행 공판에서 시공사 공무팀 직원 안모씨와 이모씨, 공사팀 직원 조모씨 등 3명은 증거 위조에 대한 증인신문에서 "현장소장 A씨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고 답했다.
A씨는 미호강 관할 기관인 금강유역환경청(이하 환경청)의 허가를 받지 않고 무단으로 기존 제방을 허문 뒤 부실한 제방을 축조해 인명피해를 유발하고, 수사가 들어올 것에 대비해 사전에 없던 시공계획서와 도면을 만들라고 직원들에게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참사 발생 이튿날인 지난해 7월 16일 안씨는 경찰로부터 임시제방 도면을 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A씨의 지시에 따라 '공사 발주청인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하 행복청)을 통해서만 받을 수 있다'고 답변했다. 또 2022년 설계 도면에서 높이만 바꿔 2023년도 도면을 만들어두라는 감리사 측의 전화를 받고 이를 밤을 새워 만들었다.
시공사 공사팀 직원 조씨는 급조한 도면을 토대로 시공계획서를 위조했다. 그는 "감리단의 요청을 받아 안씨의 도면을 바탕으로 2022년도, 2023년도 시공계획서를 만들어 감리사에 넘겼다"고 말했다.
안씨와 조씨는 모두 현장소장 A씨가 감리단의 요구대로 문서를 만들어주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문서가 수사기관의 수사를 회피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는 사실은 경황이 없어 당시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시공사 공무팀 문서담당관 이씨는 감리단의 지시를 받고 위조된 시공계획서를 현장사무소 문서 수발신 대장 문서철에 비치했다. 이밖에 '곧 조사가 들어올 것 같다'는 A씨의 부탁을 받고 새 휴대전화를 A씨에게 건넸다.
이와 관련해 이씨는 "A씨의 휴대전화가 압수되면 업무상 연락할 방도가 없을까 봐 마련해준 것이지, 증거 인멸 차원에서 도운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사후적으로 만든 시공계획서를 사무실에 둔 것에 대해서는 "A씨 결재를 받은 문서라고 생각해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고 했다.
지난해 7월 15일 오전 8시 40분쯤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는 인근 미호강 제방이 터지면서 유입된 하천수로 시내버스 등 차량 17대가 침수되고 14명이 숨졌다.
검찰은 당시 국무조정실로부터 충북도, 청주시, 행복청 등 7개 기관 36명에 대해 수사 의뢰를 받은 이후 수사본부를 구성해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관계자 200여명을 불러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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