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확대법’ 통과…드디어 리츠에 볕 드나

정다운 매경이코노미 기자(jeongdw@mk.co.kr) 2024. 2. 28.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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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10지수·인프라지수 회복세로
한동안 가격이 내리는 등 지지부진했던 리츠 시장에서 이른바 ‘배당확대법’이 통과되는 등 훈풍이 불고 있다. (매경DB)
국내외 부동산 위기에 함께 지지부진했던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시장에 화색이 돌고 있다. 부동산 자산의 평가손실을 배당 한도 계산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이른바 ‘리츠 배당확대법’이 통과되면서다. 곤두박질쳤던 상장 리츠 주가도 올해 들어 조금씩 회복하는 모습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 상장된 리츠 중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으로 구성된 ‘KRX리츠TOP10지수’는 2월 21일 기준 777.35로 지난해 10월 23일 732.21과 비교해 45.14포인트 올랐다. 리츠주와 함께 인프라 종목 10개로 구성된 ‘KRX부동산리츠인프라지수’도 올 1월 19일 761.61을 기록한 이후 2월 21일 기준 777.35까지 올라 있다. 두 지수 모두 지난해 10월까지 꾸준히 하락한 것과 대조적으로 회복세로 접어든 모습이다.

리츠는 여러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집한 뒤 부동산에 투자해 발생하는 임대 수입, 매각 차익을 배당하는 부동산 간접 투자 상품이다. 자산운용사가 투자 자금으로 국내외 상가나 오피스 건물을 매입·매각하거나 임대해주고 그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분하는 식이다. 개인이 사고팔기 어려운 고가의 건물이나 해외 부동산을 직접 사고팔지 않더라도 부동산에 투자한 효과를 보는 셈이다.

소액으로 부동산 간접 투자 효과를 누릴 수 있고 시중금리나 웬만한 주식보다 높은 배당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보니 초반에는 개인 투자자 관심을 꽤 끌었다. 실물 자산을 보유한 데다 연간 배당수익률이 5% 이상으로 높아 안전자산으로 꼽혀왔다. 여기에 주식 시장에 상장한 공모 리츠의 경우 주식처럼 쉽게 사고팔 수 있는 데다 시세 차익도 기대할 수 있어 상장할 때마다 수십, 수백 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고는 했다.

일례로 2022년 3월 상장한 코람코더원리츠의 경우 일반청약 경쟁률은 451 대 1을 기록하며 당시 리츠 역사상 네 번째로 높았다. 같은 해 5월 상장한 마스턴프리미어리츠도 청약 경쟁률이 669 대 1에 달했다. 여기에 당시 몇 년간 전 세계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자 개인 투자자 자금으로 부동산에 투자하려는 리츠 상장이 줄을 잇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국내에 상장된 리츠 운용자산(AUM) 규모는 급속도로 불어나기 시작했다. 한국리츠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리츠 AUM은 93조9000억원으로 10년 전인 2013년 11조원을 돌파한 이후 급성장했다. 2001년 제도 도입 후 꾸준히 성장해 리츠 전체 운용자산은 100조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

운용 규모는 계속 커졌지만 예상보다 높은 인플레이션에 금리 인상까지 이어지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커지며 리츠 투자 심리도 급격히 얼어붙었다. 2022년부터 예상보다 높은 금리와 함께 부동산 PF 부실 우려, 해외 부동산 손실 등 악재가 이어지면서다. 이는 상장 리츠 주가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KRX리츠TOP10지수는 지난해 초 한때 900선을 넘었지만 그해 말 770선까지 고꾸라졌다.

그러다 최근 정부가 주택 공급 확대의 주요 키워드로 리츠를 제시하는가 하면 배당 확대 등 리츠 투자에 유리한 정책을 쏟아내면서 리츠가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익 배당 기준을 개선하는 ‘부동산투자회사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한 것이다.

배당확대법이 중요한 이유는 이렇다. 현행 법인세법상 리츠는 이익의 90% 이상을 배당할 경우 법인세를 면제받을 수 있다. 그런데 리츠 수익이 줄지 않더라도 자산 평가액이 하락하면 그에 따른 미실현 손실분을 빼고 배당해야 했다. 이 때문에 투자자에 대한 배당을 하지 못하고 법인세 면제 혜택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리츠가 보유한 부동산 자산에서 평가손실이 발생해도 이를 이익 배당 한도에서 제외해 법인세를 감면하고 배당을 늘릴 수 있게 됐다. 부동산 수익을 온전히 투자자에게 나눠 줄 수 있게 된 셈이다. 개정안은 올 8~9월 중 시행 예정이다.

한편, 개정안에서는 리츠와 관련된 불필요한 규제도 대폭 완화됐다.

우선 리츠 자산을 운용하는 자산관리회사(AMC) 예비인가 제도를 폐지해 AMC 설립 기간을 단축했다. 이제까지 AMC 설립은 예비인가 이후 본인가까지 2단계로 절차가 중복돼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 이에 따라 그사이 금리가 변동되는 등 자산 매입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인가 절차가 간소화되면서 AMC 설립 기간도 단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정부는 3기 신도시 등을 대상으로 한 대토 리츠 설립 시기 단축을 유도하기 위해, 주식 거래 시기도 현물출자 이후 1년이 경과하면 가능하도록 개선한다. 대토 리츠란 토지주들이 토지를 보상받는 권리를 리츠에 출자하고 리츠가 토지를 개발한 후 이익을 배분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국토부는 리츠를 활용해 3기 신도시의 토지 보상 속도를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우선 10조원 규모의 토지 보상이 예상되는 광명시흥 3기 신도시에 먼저 적용한 뒤 다른 지구로의 확대를 모색할 계획이다.

지난해 배당률 年 6.4%

손실 반영 안 하면 배당 더 커질까?

리츠 투자에 유리한 정책이 속속 도입되며 시장에서는 한동안 찬밥 신세였던 리츠 투자 매력이 다시 높아졌다고 평가한다. 한국리츠협회에 따르면 2022년 상장한 리츠의 배당수익률은 연 7.8%에 달했다. 지난해 상장한 리츠 배당수익률도 연 6.4%로 집계됐다. 부동산투자회사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리츠 투자로 기대해볼 수 있는 배당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국발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아지는 것도 호재다. 금리가 내리면 부동산 대출 이자인 조달 비용이 줄고 리츠 수익성이 개선된다. 배당 매력이 커지는 등 리츠 영업 환경이 개선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선 법안 개정의 수혜를 볼 국내 상장 리츠로 ▲KB스타리츠 ▲마스턴프리미어리츠 ▲미래에셋글로벌리츠 ▲제이알글로벌리츠 ▲이지스밸류리츠 등을 꼽는다. 해외 자산을 기초로 한 상품들이다. 예컨대 KB스타리츠는 벨기에 브뤼셀과 영국 런던에 소재한 오피스를 기초자산으로 담고 있다. 각각 벨기에 재무부와 삼성전자 유럽 본사가 100% 임대 중이며 잔존 임대 기간도 길어 공실 위험이 적다.

다만 아직까지는 리츠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PF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고 해외 부동산 투자 손실도 수면 위로 올라오는 등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서다. 리츠에 따라서는 배당 확대를 체감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금리 상승으로 금융비용이 크게 올라 배당금을 유지하는 수준에 그칠 수 있어서다.

이경자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보유 중인 부동산 자산 가격 하락이 큰 리츠와 높은 차입 부담으로 할인율이 높아진 대형 리츠들이 턴어라운드(실적 개선)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저 싼 리츠보다는 성장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소형 리츠, 이해 상충 가능성이 큰 리츠, 전략이 모호한 리츠는 배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세라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물류센터의 경우 아직 공급 과잉 이슈가 남아 있어 2025년은 돼야 점진적으로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데이터센터와 오피스 자산을 관심 리스트에 넣어두고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8호 (2024.02.28~2024.03.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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