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명 나가도 꿈쩍 않는 이재명..."탈당은 자유" 마이웨이 공천
“입당도 자유, 탈당도 자유”
연쇄 탈당 사태로 번지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파동에 대해 이재명 대표가 28일 보인 반응이다. 이 대표는 “투명한 심사 결과로 좋은 후보들이 골라지고 있다”는 평가도 내놨다. '친명횡재, 비명횡사'란 반발이 잇따르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공천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이날 민주당 공관위는 변재일·안민석·홍영표·기동민·이장섭 등 현역 의원 5명의 지역구를 한꺼번에 전략선거구로 지정하면서 추가 ‘컷오프’(공천 배제) 수순에 돌입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은평구의 한 헬스장에서 정책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강물이 흘러서 바다로 가는 것처럼 세대교체도 있어야 하고 새로운 기회도 있어야 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선수 선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헬스장 모니터로 공천이 배제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반발 기자회견을 지켜본 직후였다. 이 대표는 당 공천 잡음에 대해 “변화에는 반드시 소리가 날 수밖에 없다”며 “반발하고 항의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말했다.
의원들의 연쇄 탈당에 대해 이 대표는 “질 것 같으니까 ‘경기 안 하겠다’ 이런 건 국민이 보시기에 아름답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의원총회서 쏟아진 반발엔 “우리는 거대한 나무의 한 부분들이다. 물론 작은 가지들은 서로 부딪힐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선 올해 들어 8명의 의원이 탈당하거나 탈당 수순을 밟고 있다. 1월 초 이원욱·김종민·조응천 의원의 동반 탈당을 시작으로, 이달 19일엔 김영주 국회부의장이 의원평가 하위 20% 통보에 반발해 탈당을 선언했다. 22일엔 이수진 의원(동작을)이 본인 지역구가 전략선거구로 지정되자 반발하며 탈당했고, 의원평가 감산 대상으로 지정된 박영순(27일)·설훈(28일) 의원도 당적을 내려놓았다. 이상헌 의원(울산 북구)도 자신의 지역구를 진보당에 양보하기로 결정한 것에 반발하며 29일 탈당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1985년 김대중 전 대통령 비서로 시작해 40년 가까이 민주당에 몸담은 설 의원은 이날 탈당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지배를 받는 전체주의적 사당(私黨)이 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재명 대표가 연산군처럼 모든 의사결정을 자신의 측근과만 결정하고, 의사결정에 반하는 인물들을 모두 쳐내며 이 대표에게 아부하는 사람들만 곁에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움직임에도 이 대표가 꿈쩍하지 않는 건 지도부가 사실상 친명 단일 체제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비명계 색채가 확고했던 고민정 최고위원이 사퇴한 뒤, 전날 친명계 지도부가 따로 모여 수습책을 논의했으나 ‘이대로 계속 가자’고 결론 내렸다고 한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재명 대표를 손흥민 선수에 빗대 “민주개혁 진보세력 국민은 김대중·노무현‧문재인을 지지하고 지켰고,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꿈을 향해 이재명의 깃발을 지키고자 한다”고 말했다.
물갈이 공천도 이어졌다. 당 공관위는 이날 서울 성북을(기동민), 인천 부평을(홍영표), 경기 오산(안민석), 충북 청주서원(이장섭), 충북 청주청원(변재일) 등 현역 의원 지역구 5곳과 비례대표 권인숙 의원이 뛰는 경기 용인갑까지 6곳을 전략선거구로 의결했다. 임혁백 공관위원장은 “전략 경선을 할 수 있다”고 밝혔으나, 당에선 사실상 ‘컷오프’ 선고로 여기는 분위기다. 복수의 당 관계자에 따르면 특히 용인갑엔 최근 ‘이재명 픽’으로 입당한 이언주 전 의원의 출마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당사자들은 격렬하게 반발했다. 변재일 의원은 “20년간 험지였던 청원을 민주당 옥토로 일구며 당에 헌신한 결과가 이런 것이라 생각하니 모욕감과 분노를 억누를 수 없다”고 했고, 홍영표 의원은 “제겐 도덕성 문제, 사법리스크 그 어떤 것도 없다”고 이 대표를 겨냥했다. 그간 친명계를 자처해 온 안민석 의원은 “친명이라는 이유로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전날 공관위원들이 모인 텔레그램 채팅방엔 공관위원인 이재정 의원이 “부끄럽다. 한계를 느낀다”며 일방적인 결정에 반발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미 컷오프된 임종석 전 실장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서 이 대표와 당 지도부를 향해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도무지 납득이 되질 않는다”며 “의결 사항을 재고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서울 중-성동갑 선거운동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탈당 가능성을 묻는 말에 임 전 실장은 “정치는 생물”이라고 답했다.
한편, 민주당 공관위는 이날 ▶서울 종로(곽상언) ▶송파갑(조재희) ▶경기 구리(윤호중), ▶김포을(박상혁) 등 4곳을 단수 공천했다. ▶전남 목포(김원이·배종호) ▶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김승남·문금주) ▶서울 중-성동을(박성준·정호준) ▶강원 춘천-철원-화천-양구을(유정배·전성) 등은 2인 경선 지역구로 발표했다.
이에 따라 ‘정치 1번지’ 종로에선 감사원장 출신인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 곽상언 변호사, 그리고 검사 출신인 금태섭 개혁신당 최고위원 간 ‘법조 3파전’이 벌어지게 된다. 최 의원과 곽 변호사는 과거 사법연수원에서 교수와 연수생으로 인연을 맺은 사이다.
정용환·강보현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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