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날 투표소 시위하자"…죽은 나발니, 살아있는 푸틴 잡을까

임주리 2024. 2. 28.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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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의 최대 정적’으로 꼽힌 알렉세이 나발니의 옥중 의문사로 인한 파장이 가라앉지 않는 가운데, 나발니 지지자들이 시위를 독려하자 러시아 정부가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대선을 앞두고 나발니를 향한 추모 열기가 반정부 움직임으로 번질까 우려하는 크렘린궁의 탄압 강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꼽혔던 반정부 정치인 알렉세이 나발니. AP=연합뉴스


나발니가 설립한 ‘나발니 본부’의 대표 레오니트 볼코프는 유튜브를 통해 “(시위는) 나발니가 직접 남긴 유언”이라며 “그가 마지막으로 촉구한 행동”이라고 호소하고 나섰다. 또 “이 시위는 나발니를 애도하고 추모하는 일”이라며 “최대한 많은 사람을 설득하자”고 덧붙였다.

볼코프 대표가 시위를 두고 '유언'이라 한 건, 지난 1일 나발니가 텔레그램 등을 통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반대하는 이들은 (대선일) 정오에 투표소에서 줄을 서자”고 제안했기 때문이다. 당시 나발니는 “이것은 완전히 합법적이고 안전한 정치적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보름 뒤인 지난 16일 혹독한 환경으로 악명 높은 시베리아 야말로네네츠 자치구 하르프 제3 교도소에서 의문사했다.

나발니 지지자들 사이에서 시위를 규합하려는 움직임이 일자 러시아 정부는 강력한 경고를 내보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위험한 극단주의자들의 도발적인 요구에 응하는 사람들에게는 법적인 결과가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9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나발니 추모 집회. 로이터=연합뉴스

이뿐 아니다. 러시아 정부는 약 보름 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앞두고 나발니에 대한 추모 열기가 반정부 시위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미리 싹을 자르겠다’는 듯 반체제 인사와 시민들을 더욱 옥죄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러시아 법원은 이날 푸틴 정부를 ’파시즘‘이라 비판한 인권운동가 올레크 오를로프에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오를로프는 지난해 프랑스의 한 온라인 매체에 푸틴 정권을 “파시스트 정권”이라 비난하고 러시아군이 “집단 살인”을 저지르고 있다고 적은 글을 기고해 검찰에 기소됐다.

러시아 정부는 나발니 사망 직후 그를 추모하는 일반 시민들을 마구잡이로 체포하고, 반역죄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나발니의 어머니가 아들의 시신을 인도받을 수 있도록 도운 변호사 바실리 두브코프도 이날 구금됐다 풀려났다. WP는 “러시아의 민주화 운동가들을 겨냥한 억압이 더욱 세지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가운데 나발니 장례식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치러질지에 대해서는 추측이 무성한 상태다. 러시아 정부는 장례식을 비공개로 하라고 나발니 측을 압박 중이다.

키라 야르미시 나발니 대변인은 이번 주말 공개 추모 행사를 열겠다고 밝혔지만 마땅한 장례식장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르미시 대변인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연락한 시설들이) 나발니 이름만 들어도 거부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편 나발니가 ‘푸틴이 아끼는 살인자’로 알려진 바딤 크라시코프와 맞교환 협상으로 석방되기 직전에 사망했다는 나발니 측 주장에 대해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정보가 없다”고 일축했다. 러시아 정보기관 출신 암살 요원 크라시코프는 현재 독일에서 종신형을 받고 수감 중이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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