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포크록의 전설' 이언 매튜스의 두 번째 앨범 [B메이저 - AZ 록 여행기]
[최우규 기자]
▲ 네이티브 아메리칸이 나온 앨범 표지 3개. 왼쪽부터 독일 밴드 길라(Gila)의 1973년 작품 <베리 마이 하트 앳 운디드 니(Bury My Heart At Wounded Knee)>. 사이키델릭 록 밴드 Crowfoot의 동명 타이틀 앨범(저작권자 Paramount Records), 제시 데이비스의 <¡Jesse Davis!> 앨범(저작권자 Atco Records). |
ⓒ Warner Bros. Records |
앨범 표지, 특히 LP 표지는 독립적인 작품이다. 음악을 들으며 표지를 보고 있노라면, 눈과 귀로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작은 크기의 CD나 표지가 없는 음악 파일에서는 느낄 수 없는 즐거움이다.
개인적으로 매료된 표지가 있다. 네이티브 아메리칸(소위 '인디언')이다. 밴드 길라(Gila)의 1973년 작품 <베리 마이 하트 앳 운디드 니(Bury My Heart At Wounded Knee)>, 스푸키 투스(Spooky Tooth)의 <더 라스트 퍼프(The Last Puff)>, 크로우풋(Crowfoot)의 <크로우풋>, 제시 데이비스(Jesse Davis)의 <제시 데이비스(¡Jesse Davis!)> 재킷에 네이티브 아메리칸이 등장했다.
드러머 키프 하틀리(Keef Hartley)는 이 이미지에 집착했다. 그가 몸담은 밴드들 앨범 <하프브리드(Halfbreed)> <더 타임 이스 니어(The Time Is Near...)> <도그 솔저(Dog Soldier)>에도 나타난다.
모두 최고 뮤지션들이 만든 좋은 앨범이다. 이언 매튜스(Ian Matthews)의 <타이거스 윌 서바이브(Tigers Will Survive)>를 집어 든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런데 이게, 명반이다.
"명반이다" 느낌이 오는 그의 앨범
이언 매튜스는 영국 포크 음악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포크록 밴드 페이포트 콘벤션(Fairport Convention) 창립 멤버인 그의 행보는 독특하다. 영국 록 음악이 미국에 대거 진출하던 브리티시 인베이전(British Invasion) 시절 거꾸로 미국식 포크록, 컨트리 록을 영국 무대에 도입했다.
이언 매튜스 맥도널드(Ian Matthews MacDonald)는 1946년 영국 링컨셔주 바튼-어폰-험버에서 태어났다. 로큰롤과 포크를 좋아하던 그는 16살에 학교를 자퇴했다. 낮에는 칠 업체, 구두가게에서 일했다. 밤과 휴일에는 로컬 밴드 보컬이 돼서 카페와 클럽 무대에 섰다.
1967년 겨울 행운이 그의 문을 두드렸다. 페어포트 컨벤션이 그에게 보컬 자리를 제의했다. 매튜스는 주디 디블(Judy Dyble)과 함께 데뷔 앨범에서 화음을 맞췄다. 두 번째 앨범 <왓 위 디드 온 아워 홀리데이스(What We Did On Our Holidays)>에서는 샌디 데니(Sandy Denny)와 노래했다. 두 여성 가수는 킹 크림슨(King Crimson), 레드 제플린(Led Zeppelin), 스트롭스(The Strawbs) 등 영국 밴드 노래를 찾아듣다 보면 다시 마주친다.
이언 맥도날드를 이언 매튜스로 개명한 게 이때다. 킹 크림슨 멤버 이언 맥도널드와 헷갈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1989년에는 발음은 같고 철자가 다른 Iain으로 개명해 지금껏 쓰고 있다.
1969년 페어포트 콘벤션의 세 번째 앨범 <언하프비리킹(Unhalfbricking)> 녹음 때 문제가 생겼다. 밴드는 영국 포크 색채를 강화하려고 했다. 미국 색채가 강한 매튜스와 방향이 맞지 않았다. 그는 밴드와 상의해서 중간에 탈퇴를 결정했다.
매튜스의 음악적 감성은 이즈음 폭발했다. 1969년부터 1971년까지 만 2년 동안 앨범 6장을 냈다. 특히 두 번째 솔로 앨범 <레이터 댓 세임 이어(Later That Same Year)>에 포크 가수 조니 미첼(Joni Mitchell)의 '우드스탁(Woodstock)' 커버 곡을 실었다. 이는 영국 싱글 1위, 캐나다 5위, 1971년 미국 빌보드 23위에 올랐다.
▲ 이언 매튜스 이언 매튜스(Ian Matthews)의 <타이거스 윌 서바이브(Tigers Will Survive)> 앨범 앞면 |
ⓒ 최우규 |
매튜스는 <타이거스...>에서 미국식 포크록으로 더 다가갔다. 컨트리, 로큰롤, 블루스, 루츠 록(Roots Rock, 1960년대 사이키델릭 음악에 대항해 포크, 컨트리, 로큰롤, 블루스, 재즈 등 록 음악의 근원에 다가가려고 한 음악) 등 다양한 장르에 손을 뻗었다. 수줍은 음악 먹보다. 덕분에 감미롭고 아름다운 가락에 풍부한 화성을 실었다.
어쿠스틱과 일렉트릭 연주가 조화롭게 펼쳐진다. 세션 밴드로 영국 밴드 퀴버(Quiver)를 채용한 덕분이다. 퀴버는 프로그레시브 록에 컨트리 록 요소를 가미한 밴드다. 이로써 포크 앨범에 부족하기 십상인 리듬 파트를 강화했다. 최고 무기는 매튜스 보컬이다. 따뜻하고 감성이 풍부한 테너 풍의 목청은 어떤 악기보다 두드러진다.
A면 첫 번째 곡은 앨범과 이름이 같은 '타이거스 윌 서바이브'다. 어쿠스틱 기타와 피아노가 빠르게 치고 나오고 매튜스의 맑고 고운 보컬이 뒤따른다. 중간에 템포를 느리게 바꾸고 슬라이드 기타가 나오면서 분위기가 몽환적으로 변한다. 이 변화 부분을 들으면서 이렇게 느꼈다. "이거 명반이겠구나."
두 번째 곡은 '미드나이트 온 더 워터(Midnight on the Water)'.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노래다. 어쿠스틱 기타와 피아노로 시작하는 발라드로, 매튜스의 구슬픈 보컬은 살짝 떨린다. 팽팽한 긴장감에 시종일관 아픔이 느껴진다. '라이트 비포 마이 아이스(Right Before My Eyes)'는 이글스(Eagles) 류의 컨트리록이다. '영국인이 하는 미국식 포크락은 어떨까'하고 상상을 현실화한 곡이다.
앨범 절반은 다른 사람 곡으로 채웠다. 듣기만 하면 "아, 이 노래"라고 할 만한 '다 두 란 란(Da Doo Ron Ron)'은 작곡가이자 명 프로듀서인 필 스펙터 곡이다. 여성 그룹 크리스탈스(the Crystals)가 불러 인기를 얻었다. 이 앨범에서는 매튜스 혼자 화음을 쌓아 올려 무반주 합창(아카펠라)으로 녹음했다. 미국 차트 96위까지 올랐다.
▲ 이언 매튜스 이언 매튜스(Ian Matthews)의 <타이거스 윌 서바이브(Tigers Will Survive)> 앨범 뒷면 |
ⓒ 최우규 |
이후 매튜스는 소프트 록, 파워 팝, 신스 팝 등에 손을 댔지만, 늘 밝고 맑은 컨트리 포크로 돌아가곤 했다. 1978년 앨범 <스틸링 홈(Stealin' Home)> 수록곡 '셰이크 잇(Shake It)'은 미국 빌보드 13위까지 올라갔다. 미국을 거쳐 지금은 네덜란드로 건너가 음악을 계속하고 있다.
매튜스는 모두 같은 방향을 바라볼 때 홀로 다르게 보고 그 길을 좇은 뮤지션이다. 그 덕에 같은 음악만 들릴 때 꺼내 듣기 좋은, 다른 앨범을 만들었다. 하수상한 시절에 위로가 되는 앨범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최우규 시민기자의 소셜미디어 등에도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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