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소각 13.7%…"밸류업, 갈 길 멀다"[이슈N전략]
"3년 내 자사주 소각 달성하면 코스피 3,600 도달"
올해 자사주 소각나선 상장사 늘었지만…여전히 10%대
[한국경제TV 최민정 기자]
<앵커>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기업의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워진 상황입니다.
작년 자사주를 소각한 상장 대기업도 증가했다고 하는데요. 해당 부분 증권부 최민정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최 기자, 얼마나 증가한 건가요?
<기자> 자사주 소각을 진행하는 대기업들이 일 년 사이 두 배 증가했는데요.
최근 1년간 자사주를 소각했거나 소각 결정을 공시한 기업은 32개 사, 소각 금액은 6조 4천억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일 년 전 소각 규모인 3조 1,738억 원과 비교했을 때 두 배 이상 규모가 증가한 수치입니다.
전날 리더스인덱스가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내 352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자사주를 보유한 기업 66.5%(234개사)중에서 소각에 나선 상장사는 13.7%(32개사)에 그쳤는데요.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긴 하지만 선뜻 소각까지 나서는 기업이 아직 적다는 걸 뜻합니다.
자사주 소각 규모가 가장 컸던 기업은 삼성물산으로 최근 1년간 약 1조 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하거나 소각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 뒤를 이은 건 SK이노베이션이었는데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약 8천억 원어치 자사주 소각을 공시했습니다. 그 뒤로는 금융사들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앵커>
사실 자사주를 단순히 보유하는 것이 아니라 자사주 소각까지 이뤄져야 진정한 주주환원 정책으로 꼽히는 만큼, 더 많은 기업들이 자사주 소각에 나서야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어떤가요?
<기자>
네, 맞습니다. 자사주를 단순히 매입하는 경우에는 이미 사둔 자사주를 언젠가 다시 시장에 매각할 수 있기 때문에 잠재적인 오버행 우려가 있는데요. 아예 자사주를 소각해버리면 주당 가치가 더 높아질 수 있습니다.
증권가에서 정리한 자사주 매입에 따른 효과 발생을 살펴보면, 자사주 소각 공시가 매입 공시 대비 두 배 높은 효과를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업계에서는 상장사의 자사주 소각만 활발히 이뤄져도 코스피는 3,600선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보는데요. 전날 종가와 비교하면 코스피가 무려 30% 가까이 오를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나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상장사들이 자사주를 3년에 걸쳐 소각하면 코스피가 3,620선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강성부 KCGI 대표 역시 비슷한 주장을 하며 자사주 소각을 진행할 시, 코스피는 3,600선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앵커>
그래도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이후에 곳곳에서 자사주 소각 소식이 들리고 있습니다. 어제는 클래시스가 소각 결정을 했죠?
<기자>
네, 맞습니다. 전날 클래시스는 보유 중인 자사주 66만 7,183주 전량을 소각한다고 전했는데요. 이는 약 250억 원 규모에 달하는 수준입니다.
더불어 상장 이후 7년 연속 배당을 실시하며 주주환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올해 2월까지 코스피 종목 중 자사주 소각 결정을 공시한 상장사는 22곳으로 집계됐는데요. 또, 소각 결정 공시 규모도 4조 원을 넘으며 작년에 비해 자사주 소각 규모가 네 배 넘게 증가한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만 누적으로 살펴보면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 가운데 소각을 단 한 번이라도 했던 기업의 비중은 10%대 수준밖에 되지 않는데요.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로 하면서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을 확대하고 있지만 여전히 그 비율이 낮은 겁니다.
지난 26일 발표된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세부안에는 자사주 매입 및 소각 시 법인세 감면 등 구체적인 인센티브 내용이 빠져있었는데요. 확정안에는 해당 부분들이 반영돼야 앞으로 상장사들의 자사주 소각 비율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민정 기자 choimj@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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