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VESTORS]⑫전화성 한국AC협회장 "AC 산업화의 원년될 것"
스타트업 위탁·보육이 AC 산업 본질
해외 스타트업의 코스닥 상장도 가능
편집자주 - 한국 자본시장은 탐욕과 이기심으로 어느 때보다 혼탁하다. 작전이나 반칙이 판을 친다. 그러나 외환위기부터 닷컴버블,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까지 산전수전을 다 겪으면서도 자신만의 투자 세계를 개척해 개인 투자자들의 모범으로 떠오른 투자가도 많다. 이들과의 만남에서 자본시장의 전쟁 같은 스토리와 그들의 철학, 실패와 성공담으로 돈의 가치를 전달하고자 한다. 가치투자와 행동주의, 글로벌 '큰 손'으로 거듭난 국내 연기금 최고투자책임자부터 사모펀드와 자산운용사를 이끄는 리더, 금융사 최고경영자 등 다양한 분야 고수들의 이야기를 지금부터 시작한다.
"지난해 투자 시장이 한파였지만, 국내 액셀러레이터(AC·창업기획자) 업계는 투자 규모와 건수가 늘었다. 힘든 상황에서도 AC와 개인이 자체 자본을 댔다는 점에서 사회적 가치가 크다."
최근 서울 마포구 프론트원에서 아시아경제와 만난 전화성 신임 한국AC협회장의 말이다. 지난 20일 제4대 AC협회장으로 취임한 그는 ▲글로벌 입지 강화 ▲국내 창업 보육 시장 육성·AC 모태펀드 확대 ▲초기투자기관협회와 통합 등 3대 목표를 제시했다. 올해를 국내 AC 업계 산업화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그에게 구체적인 실행방안과 계획 등을 물었다.
"모태펀드, 개인투자조합 매칭 늘려야‥AC 산업화가 곧 산업 발전"
카이스트 전산학과를 졸업한 전 협회장은 대학원생 시절인 2000년 음성인식 회사를 창업했다. 2003년엔 음식주문 중개 플랫폼으로서 씨엔티테크를 세웠다. 2013년 AC 분야로 씨엔티테크의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2020년부터 매년 70~80건의 투자를 집행했다. 포트폴리오 기업이 380개로 늘어나는 과정에서 만난 사람도 1만여명이 넘는다. 그렇게 ▲티오더 ▲더스윙 ▲더맘마 ▲쿠캣 등을 비롯해 총 32개 스타트업의 투자·회수 작업을 완료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국내에서 AC가 산업으로 자리 잡기 위해 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 "정부가 모태펀드 자금을 통해 AC에 위탁을 외주화하는 방식으로 사업화가 이뤄져야 한다. AC가 매출을 올리고 장기적인 국가 산업으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취지다. AC가 산업으로서 역할을 해야 스타트업 생태계도 장기적으로 견고해질 수 있다는 이유도 들었다.
이를 위해 협회는 정부에 "개인투자조합에 대한 모태펀드 매칭을 강화해달라"고 제안했다. 전 협회장은 "적어도 10억원 이상이 모여야 투자의 기본인 '분산투자'가 가능하다"며 "하지만 올해 모태펀드 관련 정부의 1차 발표안은 VC와 AC가 벤처투자를 놓고 경쟁하도록 하는 구조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큰 AC에 불리한 측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모태펀드의 6%가 AC 업계에 배정됐지만, 회원사 펀드 대부분은 2~3억원 규모의 개인투자조합이 중심"이라며 "개인투자조합의 모태펀드를 매칭하지 않으면, 분산투자가 어렵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짚었다. 이어 "AC 업계는 일반적으로 10개 스타트업에 투자해 1~2개에서 이익이 난다고들 한다"며 "개인투자조합에 대한 모태펀드 매칭을 강화해 최소 10억원 이상이 모여야 원금 보존 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주문했다. 절대적인 투자금 증액이 아닌, 분산투자를 위한 여러 번의 작은 기회를 만들어갈 수 있게 지원해달라는 주장이다.
AC의 첫 상장 사례를 만드는 것도 주요 과제로 꼽았다. 비교적 상장 사례가 많고 투자 유치와 회수도 활성화된 VC 업계처럼, AC 업계에서 '1호 상장'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전 협회장은 "AC의 본질은 아기 같은 스타트업을 키워 VC 투자까지 이끌고 가는 '보육'이고, 이를 산업과 시장으로 바라봐야 한다"며 "이익과 투자가 같이 만들어지는 시장이지만, 대다수 AC는 한 번에 수십억원의 투자를 받기 어렵다. 단계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보육과 투자가 선순환돼야 한다"고 밝혔다. "대출도 적고 현금 흐름도 안정적인 AC는 상장에 따른 사회적 가치가 클 것이고, 이후 다른 상장 사례도 이어질 것이라고 본다"며 "상장 가능한 AC가 5년 내 20여개는 나올 것"이라고도 내다봤다.
"한국초기투자협회와 통합 작업… 글로벌 진출 본격화"
한국초기투자협회와 통합 작업도 순항하고 있다. AC협회는 2017년 국내 창업기획자 자격증이 생기며 함께 출범했는데, 이후 한국초기투자협회가 생겼다. 전 협회장은 "AC 산업 자체가 초기인 만큼, 산업에 대한 한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라도 두 협회의 통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컸다"며 "취임 이후 한 주 동안 양 협회에서 통합 논의가 급진전했다. 이르면 올해 상반기 중 통합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통합 협회장으로서 조직을 안정화한 뒤, 내년 10~11월 차기 협회장 선출을 위한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며 "양 협회에서 태스크포스(TF)를 결성했고, 지난 주말 통합 협회 투표권에 대한 규정의 초안이 나온 상태다. 이후 구체적인 내용은 이사회를 통해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합 이후 AC 라이선스 발급 업무도 정부에서 통합 협회 소관으로 옮겨 올 계획이다. 그는 "업계 전문성을 기반으로 라이선스 발급이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발급 이후 교육과 개선, 펀드 형성 시 조언 등 작업도 협회를 통해 이뤄지는 게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활성화와 AC 간 정보 격차 해소를 위해 '구주매각 플랫폼'도 만들 계획이다. 전 협회장은 "지금은 세컨더리 펀드(벤처펀드 등이 보유한 지분을 인수하는 펀드)가 산발적으로 일어나는 상황인데, 좋은 주식이 어딨는지 몰라서 매매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며 "VC협회에 구주 매각을 위한 플랫폼 구축에 대해 제안할 예정이고, 서로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글로벌 진출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전 협회장은 "AC는 글로벌 진출 및 성공 가능성이 큰 분야"라며 "400개 이상 AC를 보유한 국가는 미국 외에 한국 정도다. AC 서비스도 고도화됐다는 점에서 한국은 강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내 AC가 전 세계 신기술과 트렌드에 투자하고, 그렇게 투자받은 외국 회사가 기업공개(IPO)를 코스닥 등 한국 상장 시장에서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며 "협회 차원에서 중소벤처기업부와 외교부의 지원을 최대한 활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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