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윤석열 만세' 보냈고 바로 답장이 왔다, '이정섭 만세'" [이병한 선임기자의 이슈와 사람]
[이병한, 선대식, 권우성 기자]
▲ 이정섭 차장검사 탄핵소추안을 촉발시켰던 처남댁 강미정씨와 23일 오후 마주앉았다. 강씨가 공개적인 언론 인터뷰에 응한 건 지난해 11월 이후 약 3개월만이다. 두 시간 넘게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여러 이야기를 쏟아냈다. |
ⓒ 권우성 |
이정섭 차장검사 탄핵소추를 촉발시켰던 이 검사 처남댁 강미정씨와의 인터뷰는 좀더 일찍 잡혀 있었다. 하지만 약속을 며칠 앞두고 강씨는 이런 메시지를 보내왔다.
기자님 조OO(이혼 소송중인 남편-기자 주) 측에서 아이들 데리러 온다고 해서 집 상황이 좋지 않았습니다.. 모친과 아이들 데리고 지금 지방으로 내려가는 길이에요.. 저희 인터뷰 날짜 조금 미뤄주실 수 있을까요..?
강씨는 두 아이의 양육을 둘러싸고 남편과 싸우고 있었다. 처음 잡았던 날짜보다 지체된 23일 오후, 강씨와 마주앉았다.
강씨가 공개적인 언론 인터뷰에 응한 건 지난해 11월 이후 약 3개월만이다. 그 사이 이 검사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해(12월 1일)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이 시작됐고, 강씨는 이 검사의 비위 혐의를 수사중인 검찰(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과 남편이 자신을 고소한 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수서경찰서)에 각각 두번(12월 7일, 14일)과 한번(2월 2일)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그리고 여전히 강씨가 제기했던 가사소송(남편의 마약, 폭행, 이혼 등)이 진행중이다.
- 사적인 사안과 공적인 사안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데, 최대한 공적 영역에서 질문을 하겠다. 이 모든 일은 남편의 마약 혐의로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남편 조씨 측의 고소장을 보면 자신은 전혀 마약을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더 나아가 미정씨가 거짓말로 꾸며냈다고 주장하는데.
"그렇게 썼더라. 그런데 시댁 식구들이 한 명이 아니다. 그쪽 주장은 나 혼자서 여러 증거를 다 만들어서 남편을 제외하고 남편의 누나들, 시아버지, 애들 고모부인 이정섭 검사까지 다 속여서 믿게 만들었다는 거다. 내가 그 정도 능력은 없다."
- 그러면 살면서 남편이 직접 마약을 시인했던 적이 있었나.
"시인을 해서 용서를 받고, 달라지겠다고 하고서는 다시 하고... 그런 연속이었다."
- 마약을 직접 하는 걸 본 적도 있는가.
"(액상 마약이 든 것으로 의심되는) 카트리지를 내가 받을 수 있었던 것도 직접 하는 걸 봤기 때문이다. 그걸 내게 주면서 이게 마지막이고, 너무 미안하고, 다시는 하지 않을거라는 이야기를 했다. 2022년 추석 즈음이다."
- 그 카트리지가 경찰 신고 당시 증거로 냈던 카트리지인가.
"맞다."
▲ "처남의 마약을 이정섭 검사가 몰랐을 리가 없다. 그 증거가 두 사람 휴대전화에 남아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
ⓒ 권우성 |
기자는 지난해 11월 28일 강미정씨와 시누이들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근거로 남편 조씨의 마약 투약 사실을 조씨의 두 누나가 알고 있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관련기사] 이정섭 검사 처남 마약, 누나들은 알고 있었다 https://omn.kr/26kbk). 이에 대해 질문을 하자 강씨는 "(가족들은) 결혼 전부터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첫째 시누이가 내게 이야기를 했다. 남편이 미국에서 유학을 했던 시기가 좀 길다. 그때 남편이 사라져서 누나들이 직접 미국으로 찾으러 간 적이 있다더라. 지하 벙커에 숨어있는 사람을 찾아냈고, 그때 취해 있었다고.
남편이 큰 누나 말은 잘 들으니까, 내가 같이 약을 하는 친구들이랑 좀 어울리지 않게 (시누이가) 해줬으면 좋겠다고 얘기를 했다. 그런데 시누이는, 대마는 크게 위험하지 않아, 나도 해봤고, 이제 합법이 될 거고, 담배보다도 중독성이 낮다고..."
- 큰 시누이, 즉 이정섭 검사의 아내가, 자기도 해봤고, 대마는 별거 아니라고 이야기했다?
"그렇다. 그래서 대마 가지고는 문제 삼을 건 아니고, 술 마시고 운전을 해서 사고가 나면 이제 이 아이는 위험해지니 술 먹고 운전하는 것만 막아줘라. 그래서 오히려 내가 설득이 되기도 했다."
- 그러면 이 검사도 처남이 마약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나.
"알고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몰랐을 리가 없다. 남편이 마약으로 3개월 정도 결혼 이후 가장 길게 가출했던 시기가 있었다. 2022년에. 그때 용인 아버님(계부. 용인CC 회장)이 잡으면 감옥에 넣거나 요양원에 감금시킨다고 엄청 화가 난 모양이다. 왜냐하면 용인CC 직원들이 찍은 영상에 남편이 휘청거리면서 다니는 모습이 찍혔던 거다. 그래서 남편은 무서우니까 매형(이 검사)한테, '형 큰일 났어, 나 전화 좀' 이런 메시지를 주고 받았다.
그리고 매해 겨울이 되면, 코로나 시국을 제외하고는 시댁 식구들이 전부 같이 해외로 여행을 떠났다. 한번은 남편이 아이 가방이나 기저귀 이런 곳에 약을 숨겨서 (국내로) 들여오려고 하는 걸, 나는 말려도 소용이 없으니 큰 시누이한테 대신 뺏어달라고 이야기를 했고, 그때 시누이가 남편인 이정섭 검사한테 이야기를 전하는 것을 봤다."
- 시누이가 이 검사에게 동생 좀 말리라고 했다는 건가.
"내가 시누이한테 이야기 하고, 시누이가 이 검사에게 이야기 하고, 그리고 따로 남편을 데리고 가서 가방 열어서 버리고 오라고 해서, 실제 그걸 버리고 공항 검색대를 통과했던 적이 있다."
- 그게 몇 년인가.
"동남아 여행이었고 큰 아이만 있을 때니까, 2016년일 거다."
- 이 검사가 처남의 마약을 알았다는 물적 증거는 있는가.
"두 사람 휴대전화에 남아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 "2019년 도난 사건 때 큰 시누이가 내게 직접 메시지를 보냈다. (수서경찰서의) 반장님 전화번호를 주면서, '이분이 OO 아빠(이정섭 검사)랑 친하니까 연락이 올거야'. 그 후에 곧바로 연락이 왔다." 강미정씨는 수서경찰서와 이정섭 검사가 밀접한 관계라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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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씨는 남편에 대한 마약수사가 결국 무혐의로 나온 건 이 검사의 개입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2022년 12월 13일 강씨의 친정어머니가 남편 조씨의 폭행을 112에 신고했고, 몇개월 후인 2023년 2월 7일 강씨가 직접 마약 투약 및 소지 혐의 등으로 수서경찰서에 고발했다. 강씨는 조씨의 휴대폰과 머리카락, 카트리지 등을 증거로 제출했지만 경찰은 임의성 등을 이유로 배제했고, 석달이 지나서야 경찰은 조씨로부터 직접 머리카락과 소변 등을 제출받아 검사했으며, 그해 6월 21일 증거불충분으로 혐의없음 결정했다. 그 사이 담당 수사관이 여섯 번이나 바뀌는 등 이상한 점이 많았다는 것이 강씨의 주장이다.
- 남편 마약 수사가 제대로 되지 않은 건 이정섭 검사의 영향력 때문이라는 의심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는가.
"변함 없다. 왜냐하면 그 전부터 집에 크고 작은 일들이 있을 때마다 수서경찰서의 도움을 받았다."
- 구체적으로 말하면?
"2019년 둘째 돌잔치 즈음 우리 집 금고에 있던 금들이 사라지는 도난 사건이 있었다. 나는 제일 먼저 남편에게 연락을 했고, 내가 경찰에 신고를 하지 않았는데도 수서경찰서에서 경찰이 내게 역으로 연락을 줬다."
- 남편이 신고했을 수도 있지 않은가.
"아니다. 남편은 출근한 상태였기 때문에 직접 신고하지 않았다. 누나 또는 매형에게 연락을 한 거다. 큰 시누이가 내게 직접 메시지를 보냈다. (수서경찰서의) 반장님 전화번호를 주면서, '이분이 OO 아빠(이정섭 검사)랑 친하니까 연락이 올거야'. 그 후에 곧바로 연락이 왔다. 우리 집에 CSI도 보내줬다."
- CSI? 과학수사대?
"그렇다. 전신 방호복을 입은 사람들이 가방을 들고 와서 나와 딸의 입에서 상피세포를 채취하고, 금고에서 지문을 채취해가고 그랬다. 그때 나는 보통 다 이렇게 수사가 진행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내가 직접 고소고발을 하러 가보니, 절대 이런 수사 과정은 있을 수가 없더라. 민원실에 가서 접수하고, 강력계인지 여청계인지 배당을 해주고, 그러면 가서 진술을 하고..."
- 이번에 남편을 마약 등으로 고발했을 때에는 하세월이었는데, 2019년 도난 사건 때 수사는 일사천리였다?
"전광석화처럼 해줬다."
- 그런 경험들에 비추어 봤을 때 이 검사와 수서경찰서가 굉장히 밀접한 관계라고 생각한다는 뜻인가.
"그렇다."
▲ "2020년 12월 강촌 엘리시안에서 고모부가 '윤석열 만세' 메시지를 보내자 바로 답장이 왔다. '이정섭 만세'. 나에게 보여줬다. 되게 좋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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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검사에게 제기된 의혹은 ▲위장전입 ▲일반인의 전과 기록 무단 열람 ▲검사들의 골프장 부당 예약 ▲처남 마약 사건 무마 ▲기업인으로부터 접대 등이다. 이중 지난해 10월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폭로하면서 처음 수면 위로 올라온 A그룹 임원 B씨의 접대 상황에 대해 강씨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했다.
- 강촌 엘리시안 상황이 코로나 시국이었던 2020년 12월 크리스마스 때로 알고 있다. 당시 그곳에서 기억에 남는 특별한 일이 있었는가.
"그때 고모부(강씨는 시매부인 이 검사를 호칭할 때 이정섭 검사, 아이들의 고모부, OO 아빠 등 용어를 혼용해서 사용했다 - 기자 주)가 나에게 '임팩트 있게 형님한테 뭐라고 인사를 드리면 될까?'라고 물어봤다."
- 형님?
"윤석열 대통령. 당시 검찰총장. 그러니까 저녁에 고모부 옆에 내가 앉아 있었고, 시누이 그러니까 이정섭 검사 와이프, 시누이의 친구, 이렇게 앉아서, 외부에서 닭갈비를 사왔나 해서 먹고 있던 중이었다. 뭐라고 보내면 좋을지 묻길래, '짧고 굵게 임팩트 있게 보내시면 어떨까요'라고 말했다."
- 뭘 보낸다는?
"메시지를. 연말이었으니까. 그래서 그때 다 같이 앉아 있는 중에 '윤석열 만세'라고 보내자가 됐고, 그렇게 보냈다. 바로 답장이 왔다."
- 이정섭 검사가 '윤석열 만세'라고 윤 총장한테 보냈고, 바로 답장이 왔다?
"그렇다."
- 뭐라고 왔는가.
"'이정섭 만세'. 나에게 보여줬다. 답이 왔다고. 되게 좋아했다."
- '윤석열 만세'가 무슨 의미인가. 그냥 상투적인 연말 인사?
"올 한 해도 이끌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해피 크리스마스, 이런 것도 아니고, '윤석열 만세'는 응원의 메시지인 거다. 어떤 사안이 진행되고 있었는지 모르지만. 잘 싸우라는 얘기일 수도 있고, 아니면 같이 잘 하겠다는 얘기일 수도 있고. 그런데 똑같이 답장이 왔다. '이정섭 만세'라고. 그러면 그 시그널은 지금 맡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해라, 라는 의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당시는 검찰총장 징계처분 효력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이 인용하면서 윤석열 총장이 업무에 복귀할 즈음이었다(2020년 12월 24일). 당시 이정섭 검사는 수원지검 형사3부장이었다. 시야를 좀더 확장하면, 얼마 후인 2021년 1월 13일 대검은 수원지검 안양지청에서 맡고 있던 소위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을 이 검사가 책임자였던 수원지검 형사3부로 콕 집어 재배당했고, 결국 수사팀은 그해 7월까지 윤 총장과 대립하고 있던 이성윤 검사장을 비롯해 차규근, 이규원, 이광철을 줄줄이 기소했다. 이 사건은 현재까지 1심 또는 2심에서 무죄가 났다.
- 그런 일이 있었기 때문에 강촌 엘리시안의 상황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고모부는 정의의 심판을 하는 검사라고 생각했다. 이성윤 검사장 사건도 김학의 출국 금지를 못하게 압력을 넣어서 기소했다고 설명을 들었다. 아무리 검사장이지만, 하면 안되는 일을 하는 선배는 법의 심판을 받게 하는 검사, 그렇게 알고 응원하고 주변에도 자랑을 엄청 했다."
그런데 이성윤 검사장 사건에 대한 강씨의 발언은 거꾸로였다. 당시 수원지검 수사팀이 관련자들을 기소했던 건, 김학의 출국 금지를 못하게 압력을 넣었다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김학의 출국 금지를 했는데 그게 불법이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 사건을 거꾸로 알고 있다.
"그러니까 말이다. 한참 나중에 거꾸로인 걸 알고 너무 창피했다."
▲ "나는 고모부는 정의의 심판을 하는 검사라고 생각했다. 이성윤 검사장 사건도 주변에 자랑을 엄청 했다." 하지만 강미정씨는 그 사건의 사실관계에 대해 거꾸로 알고 있었다. 그는 나중에 거꾸로인 걸 알고 "너무 창피했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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