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 직전 빵, 못난이 채소...유례없는 고물가에 '실속형 소비' 뜬다
길어지는 고물가 시기에도 생필품 소비를 줄이긴 좀처럼 어렵다. 특히 농산물이 지난해 4분기 15% 오르는 등 식료품과 외식 물가가 치솟으면서 이를 아끼는 방법도 주목받고 있다.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소비 기한’이 임박한 상품을 저렴하게 구매하는 실속형 소비가 인기다. 11번가는 슈팅배송의 ‘소비자 기한 임박’ 상품 구매 고객이 상반기 대비 하반기에 두 배로 늘었고, 결제거래액도 47%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슈팅배송은 소비기한이 최소 2주~최대 6개월까지 남은 가공식품ㆍ간편식ㆍ음료ㆍ생활용품ㆍ반려동물용품 등을 할인 판매하는 서비스다.
박세환 11번가 리테일운영담당은 “유례없는 물가 부담에 가격이 상품 구매를 결정하는 최우선 요소로 작용하면서 ‘실속형 소비’가 대세”라며 “연중 선보이는 소비기한 임박 상품 대부분이 소진될 정도로 인기가 뜨겁다”고 말했다.
점차 물가 부담이 증가하고 있는 일본에서도 최근 ‘자판기 빵’이 화제가 됐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요코하마시는 지역 빵집과 함께 한 지하철역에 당일 팔다 남은 빵을 판매하는 락커(보관함) 형태의 자판기를 설치했다. 만든지 48시간 이내의 제품을 매장보다 3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자 연일 빵이 매진될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못생긴 채소나 과일을 모아 저렴하게 판매하는 플랫폼도 급성장하는 추세다. 친환경 못난이 농산물을 30% 할인 판매하는 ‘어글리어스’는 출시 2년여 만에 누적매출 1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6월 론칭한 마켓컬리의 못난이 채소류 ‘제각각’ 시리즈도 출시 8개월 만에 판매량이 약 2배 늘었다. 모양이 좀 투박할 뿐 맛과 영양에는 전혀 문제가 없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식탁 물가가 치솟은 캐나다에서도 유통기한이 임박한 농산물을 할인 판매하는 온라인 식료품점들이 인기다. 캐나다 4개 대학 연구원이 발표한 식품 산업에 관한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캐나다 가정은 2022년보다 올해 식료품 구입에 평균 1800 달러(약 180만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식료품점 ‘잇임팩트(Eat Impact)’는 모양이 좋지 않거나 유통기한이 부정확한 농산물을 최대 40% 할인된 금액으로 제공한다. 이와 유사한 서비스인 ‘스푸드(Spud)’도 재고의 약 90%가 48시간 이내에 소진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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