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한한 게 나왔다…‘한국형 오컬트’ 성장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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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관객 발길이 끊겼던 극장가에 모처럼 굿판이 벌어졌다.
무속신앙과 결합한 한국형 오컬트의 진화 가능성이 엿보인다.
그는 "'파묘'는 각기 다른 개성과 능력을 지닌 등장인물들이 뭉쳐 미션을 해결하는 구조라 관객이 편하게 볼 수 있다. 또 다른 흥행작 '손 더 게스트'는 현실에서 볼 법한 강력범죄와 초자연적인 현상을 결합해 시청자의 공감을 얻어내고 상상력도 자극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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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관객 발길이 끊겼던 극장가에 모처럼 굿판이 벌어졌다. 지난 22일 개봉한 ‘파묘’(감독 장재현) 덕분이다. 한반도 허리에 박힌 ‘험한 것’을 뽑아내려는 ‘묘벤저스’의 주술이 300만명 가까운 관객을 극장에 불러들였다. 작년 최고 흥행작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보다 관객 모으는 속도가 빠르다. 호불호가 극명한 오컬트(초자연적 현상) 영화로는 이례적인 흥행이다. 무속신앙과 결합한 한국형 오컬트의 진화 가능성이 엿보인다.
“뭣이 중헌디” 황정민 이어…‘MZ 무당’ 김고은 인기
영화에서 각각 화림과 봉길을 연기한 배우 김고은과 배우 이도현은 요즘 온라인에서 ‘MZ 무당’으로 불린다. 컨버스 운동화를 신은 채 굿을 하거나 경문을 문신으로 새긴 모습이 젊은 관객에게 ‘힙’하게 다가가면서다. “그놈은 미끼를 던진 것이여”라며 살을 날리던 영화 ‘곡성’(감독 나홍진) 속 일광(황정민)에 이은 ‘스타 무당’이 탄생한 셈. 영화가 처음 공개된 베를린영화제에선 “샤머니즘 문화의 흥미진진한 장면”과 “한국적 DNA”를 담았다는 호평이 나왔다. “무속 요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스타일리시한 느낌을 주고, 케이퍼 무비(범죄 영화) 형태로 캐릭터를 조합”(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해 대중성도 획득했다.
예고편을 통해 일부 미리 공개된 대살굿(타살굿) 장면이 특히 볼거리다. 정 평론가는 “원초적인 느낌을 주는 음악과 무용처럼 보이는 무당의 움직임, 얼굴에 재를 묻히고 돼지들을 쌓아놓는 강렬한 이미지가 결합해 감각적인 에너지를 준다”고 평가했다. 장편 데뷔작 ‘검은 사제들’에서 천주교 퇴마 의식을 박진감 넘치는 퍼포먼스로 연출한 장재현 감독이 2년여간 자료 조사와 시나리오 집필을 병행한 결과. 김고은은 영화를 위해 만신 고춘자씨 며느리로부터 굿하는 과정과 방법 등을 배웠다. 공연평론가인 지혜원 경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는 “무당 등 종교의식은 무대·관객·배우가 있는 태초의 공연 형태”라며 “공연계에선 살풀이춤 등 종교와 예술의 경계에 있는 작품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무속문화, 글로벌 콘텐츠로 진화 가능성 충분”
‘파묘’가 흥행하면서 무속인이나 무속학을 다룬 영화나 드라마를 향한 관심도 높아졌다. 온라인에선 다큐멘터리 영화 ‘사이에서’(감독 이창재)나 ‘만신’(감독 박찬경) 등이 자주 거론된다. 무속세계는 웹툰과 웹소설에서도 인기다. 한국 무속신화인 바리공주 설화를 각색한 카카오웹툰 ‘바리공주’는 누적 조회수 1억뷰를 진작 돌파했고, 한국 무속신앙을 오컬트로 소화한 네이버웹툰 ‘미래의 골동품가게’는 2022년 한국만화대상을 받았다. TV 드라마 중에선 천주교 신부와 영매, 형사가 공조해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OCN ‘손 더 게스트’가 방영 당시 시청률 4%를 넘기며 입소문을 탔다. “뭣이 중헌디”란 유행어를 남긴 ‘곡성’은 700만명 가까운 관객을 불러모으며 오컬트 영화로는 눈에 띄는 성적을 냈다.
업계에선 “장르적 재미를 살려 감각적이고 대중적인 형태로 나온 오컬트물이 인기”라는 진단이 나온다. 정 평론가의 말이다. 그는 “‘파묘’는 각기 다른 개성과 능력을 지닌 등장인물들이 뭉쳐 미션을 해결하는 구조라 관객이 편하게 볼 수 있다. 또 다른 흥행작 ‘손 더 게스트’는 현실에서 볼 법한 강력범죄와 초자연적인 현상을 결합해 시청자의 공감을 얻어내고 상상력도 자극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무속문화가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발휘할 영향력도 관심사다. ‘곡성’은 칸 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돼 미국 등 97개국에서 개봉했다. ‘파묘’도 베를린 영화제에서 처음 선을 보였다. 지 교수는 “신을 부르는 행위는 형태만 다를 뿐 다양한 문화권에서 존재하는 의식”이라며 “한국의 샤머니즘은 이런 보편적인 공감대를 토대로 하되 지역적 색채가 강해 글로벌 콘텐츠로 진화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짚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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