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궐같은 집 아무리 좋아도…'엘리움·팰리스' 등 뜻 모를 아파트 이름 그만

전국 최초 아파트 이름 길라잡이 마련
외국어 자제, 고유지명 활용, 적정 글자수 등

'센트럴', '팰리스', '퍼스트', '엘리움' 등 뜻을 알기도, 기억하기도 어려운 아파트 이름에 변화를 주기 위한 가이드라인이 나왔다.

강북에서 본 잠원 한강아파트.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28일 서울시는 한글과 고유 지명을 담아 쉽고 편한 아파트 이름이 자리잡도록 돕기 위해 '새로 쓰는 공동주택 이름 길라잡이-아름답고 부르기 쉬운 이름, 가까워지는 공동주택 아파트' 책자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책자에는 ▲어려운 외국어 사용 자제하기 ▲고유지명 활용하기 ▲애칭(펫네임) 사용 자제하기 ▲적정 글자 수 지키기 ▲주민이 원하는 이름을 위한 제정 절차 이행하기 등 5가지 가이드를 제시하고 있다.

아파트 단지의 입지 특색과 특장점을 강조하기 위해 아파트 브랜드 앞뒤로 붙이는 애칭(펫네임)으로 인해 아파트 명이 복잡해지고 있다. 서울시는 긴 아파트 이름이 오히려 단지를 차별화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90년대엔 평균 4.2자였던 아파트 이름은 2000년대 들어 6.1자, 2019년에는 9.84자까지 늘어났다. 90년대 들어 건설사들이 브랜드를 앞세우기 시작하면서 앞다퉈 외래어를 활용한 브랜드를 작명했다.

서울시는 "이번 책자는 공공성과 자율성이 담긴 아파트 이름 제정을 위한 권고 수준의 길라잡이가 필요하다는 전문가와 업계 의견을 반영해 만들어졌다"며 "2022년 말부터 세 차례에 걸쳐 학계와 재건축·재개발 조합, 건설사의 토론을 거쳐 개선안을 마련해 지자체 최초로 제작 ·보급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3차 토론회에서 서울시와 공공·민간 건설사 11개사는 '아파트 이름 개선 동참 선언식'도 진행했다. 시는 이번 가이드라인을 각 구청과 조합, 건설사에 배포할 계획이다. 서울시 정비사업 정보몽땅 자료실에서도 내려받을 수 있다.

한병용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생소한 외국어, 지나치게 긴 아파트 이름이 시민들의 생활에 불편을 주지 않을까 하는 문제의식에서 토론회와 관계자 논의가 시작되었다"며 "고민과 논의를 거쳐 만들어진 길라잡이를 통해 앞으로 아름답고 부르기 쉬운 아름다운 한글의 아파트 이름이 활발하게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