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어떻게 생겼길래"…대중의 호기심 위한 신상공개는 위헌 [김대근이 소리내다]

김대근 입력 2024. 2. 28. 00:01 수정 2024. 2. 28.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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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 확대됐지만 효과는 의문
경찰 심의 기준도 일관성 없어
정치적 테러범은 공개했어야
올해 1월 특정중대범죄 피의자 등 신상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지만 신상공개가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픽=김지윤 기자

피의자 신상공개는 우리 시대 뜨거운 감자다. 보복범죄부터 최근 정치적 테러까지 신상공개는 법리적 쟁점을 넘어 정치적 쟁점이 되고 있다. 피의자 신상이 공개된 것은 2010년 연쇄 살인범 검거를 시작으로 한다. 그해 4월 특정강력범죄법을 개정해 피의자 얼굴 등을 공개하도록 했고, 같은 시기에 제정된 성폭력처벌법에서도 피의자 신상공개를 규정했다.

특정강력범죄법에 따른 피의자 신상공개의 요건은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 사건 ▶피의자가 그 죄를 범하였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는 경우 ▶국민의 알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방지 및 범죄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할 것 ▶피의자가 19세 미만의 청소년이 아닐 것 등이다.

나아가 특정중대범죄 피의자 등 신상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올해 1월 25일 시행됐다. 중대범죄신상공개법은 그동안 모호했던 신상공개 대상 범죄를 특정하여 예측 가능성을 조금 더 확보했고, 비교적 최근의 모습을 강제로 촬영(머그샷)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이른바 국민의 알권리를 보다 강화했다. 또한 의견진술 기회와 이의신청 절차 등을 두어 절차적 권리보장을 명확하게 했고, 피의자뿐만 아니라 피고인에 대해서도 신상공개를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여전한 문제는, 피의자는 물론 피고인에 대한 신상공개 자체의 위헌성이다. 더 나아가 머그샷 촬영처럼 이를 강제하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일단, 피의자 및 피고인에 대한 신상공개의 법적 성격이 모호하다. 확정 판결을 받지 않은 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보안처분이 아니기에 형벌과 보안처분을 분리한 우리 법체계와 사뭇 이질적이다. 심지어 강제처분 성격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기본권 침해 논란이 따른다. 국가에 의한 피의자 신상공개가 위헌성 논란을 벗어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피의자 및 피고인에 대한 신상공개가 헌법상 무죄추정 원칙과 정면으로 충돌하기 때문이다.

신상이 노출됨에 따라 수사와 재판에서 피의자 및 피고인의 방어권이 현저하게 위축되고, 여론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각급 경찰청에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가 있지만 신상공개가 일관적이지 못하다는 비판과, 여론의 주목을 받은 사건에서 유독 신상공개가 빈번했다는 지적을 상기해보자. 그뿐인가. 신상공개는 기본적으로 형법상 명예훼손과 피의사실공표의 구성요건을 충족한다. 피의자 가족 등 주변인에게 불필요한 피해가 갈 수 있고,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신상공개 과정에서 일부 강력범죄 피의자들이 카메라를 향해 범죄 피해자를 비난하거나 양형을 의식한 듯 과장된 반성을 연출하는 모습도 지적할 필요가 있다. 자칫 이 제도가 범죄자의 마이크로 전락하거나 가해자 서사(敍事)의 계기로 변질 될 수 있는 것이다. 미디어를 통한 피의자 신상공개는 파급이 크고 돌이킬 수 없다는 점에서, 보다 근본적인 성찰이 요구된다.

이 제도의 요건이면서 추구하는 효과인 국민의 알권리는 도대체 무엇일까. 피의자 신상공개의 기대 효과는 요건으로 이미 규정되어 있다. 국민의 알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방지 및 범죄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주 지적되지만, ‘국민’의 실체가 모호하기에 ‘국민의 알권리’는 막연한 개념이다. 피의자의 재범방지나 범죄예방을 내용으로 하는 ‘공공의 이익’ 또한 그 효과성을 확인하기 어렵다. 실증 연구가 없을뿐더러, 범행 시 ‘형벌’도 고려하지 않는 범죄자들이 ‘신상공개’를 고려해서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 것을 기대하기 힘들다. 피의자의 공개된 신상을 통해, 더러 여죄를 파악하거나 수사의 협조를 얻을 개연성은 있다. 그러나 피의자 신상공개를 유지하는 제도의 추동력은 피의자에 대한 일반의 ‘호기심’이라는 것을 부정하기 힘들다.

실상 그처럼 잔인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어떻게 생겼을까라는 궁금증, 그리고 그가 나와 얼마나 다른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아닐까. 카메라에 노출된 피의자는 하나의 인간이라기보다는 사회로부터 배제되고 격리되어야 하는 대상, 다시 말해 사회적 잉여로 타자화된다.

피의자 신상공개의 위헌성을 비롯한 여러 문제점 때문에 필자는 이 제도에 회의적이고 그 파급을 우려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말의 호기심과 달리 기본권으로서 국민의 알권리는 민주적 법치국가에서 국민주권을 실현하는 핵심기능을 가진다는 점, 더 나아가 공공의 이익을 명분으로 이 제도가 현재 운용되고 지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외면할 수 없다.

그렇다면 야당 대표 등 정치인에 대한 테러는 어떨까. 정치적 테러는 민주주의 이념과 법치국가 근간을 위협한다는 점에서 중대한 범죄로 다루어져야 한다. 여기에 정치적 테러의 목적과 그 배후에 대해 많은 의혹이 따르고 실체적 진실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면, 이를 충족시키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 특히 국민 주권의 실현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바로 이러한 정치적 테러 사건을, 지극히 예외적으로 피의자 신상공개가 제도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알권리 등 공공의 이익을 실현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았어야 하지 않을까. 이 제도의 실효성과 정당성에 한층 회의적인 생각이 든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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