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화학 어쩌다…부채비율 3500%

김경민 매경이코노미 기자(kmkim@mk.co.kr) 2024. 2. 27.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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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그룹에 드리운 먹구름 언제까지

‘애물단지’ 계열사 효성화학이 극심한 경영난을 겪으면서 효성그룹 고민이 커지고 있다. 영업손실이 누적되며 재무 구조가 불안해지자 지주사가 긴급 자금 수혈에 나섰는데 얼마나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자칫 그룹 전반으로 위기가 확산될지 우려하는 시각도 적잖다.

효성화학 신종자본증권 발행

지주사에서 1000억원 긴급 조달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효성화학은 지난 2월 22일 지주사 효성을 대상으로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채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신종자본증권은 주식과 채권의 중간적 성격을 갖는 하이브리드 채권이다. 만기가 정해져 있지만 발행사 결정에 따라 연장할 수 있어 ‘영구채’라는 이름이 붙는다. 이 때문에 회계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분류된다.

효성화학이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조달하는 금액은 1000억원 규모로 만기일은 30년 후인 2054년이다. 최초 이자율은 8.3%로 발행일로부터 2년 후 최초 이자율에 연 3.5%, 5년 이후에는 연 4.5%, 10년 이후에는 연 5.5%가 추가로 가산되는 금리 상향 조건이 붙었다.

효성화학이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는 것은 극심한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앞서 효성화학은 지난해 1월 1200억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에 나섰지만 주문을 단 한 건도 받지 못했다. 지난해 3월 기준 효성화학의 부채총계는 3조2764억원, 부채비율은 무려 9940.57%로 재무 구조가 악화 일로였다. 2022년 말(2631.81%)과 비교했을 때 7308.76%포인트 급증한 수치로, 당시 코스피 상장사 중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차입금 의존도 즉, 외부에서 조달한 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84.4%에 달했다.

급기야 효성화학은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해 지난해 2분기 토지 재평가를 시행, 1500억원의 자본을 확충했다. 3분기에는 KB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을 대상으로 10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고 효성을 대상으로 500억원 규모의 3자 배정 유상증자도 진행했다. 당시 효성은 신주 인수 할인율을 ‘0%’로 정했다. 통상 3자 배정 유상증자는 시가 대비 10% 이상 할인율을 붙인다. ‘0%’라는 수치는 효성화학을 살리려는 그룹의 절실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효성화학 재무 구조는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부채비율은 3474.7%, 차입금 의존도는 78.6% 수준. 부채비율이 많이 개선되기는 했지만 순차입금 규모는 여전히 2조5000억원 수준으로 자기자본(908억원) 대비 한참 높은 규모다. 효성화학은 지난해 3분기까지 금융비용으로 1998억원을 지출하기도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실적도 갈수록 고꾸라지는 모습이다. 효성화학은 지난해 매출 2조7916억원, 영업손실 1888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영업손실 3367억원)에 이어 적자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실적이 부진하다 보니 자연스레 신용등급도 하락했다.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신용평가사들은 효성화학 회사채 신용등급을 ‘A0’에서 ‘A-’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렸다.

효성화학이 경영난에 처한 이유는 뭘까. 베트남법인 자본잠식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효성화학은 2018년 베트남법인을 세우고 LPG저장소, 프로판탈수소화(PDH), 폴리프로필렌(PP) 공장 등을 준공해 대규모 화학단지를 건설했다. 무려 1조원 이상을 투자했지만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다. 2021년 말 완공된 PDH 설비가 정밀 점검, 보수 등의 이유로 수차례 생산 중단 사태를 맞은 데다 글로벌 수요 감소, 원가 부담으로 영업손실폭을 키웠다.

이동욱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효성화학은 지난해 4분기에도 375억원 영업손실을 내 시장 기대치에 못 미쳤다. 중국 폴리프로필렌 공급 과잉 여파로 올해도 효성화학 재무 구조가 급격히 개선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분석했다.

부랴부랴 효성화학은 특수가스사업부를 분할해 지분 최대 49%를 매각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특수가스사업부는 삼불화질소(NF3)를 생산하는 ‘알짜 사업부’다. NF3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제품 제조 공정에서 이물질을 세척하는 데 쓰인다. 대기업 수요가 탄탄하다 보니 지난해 450억원 규모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효성화학은 울산 용연공장 등 연산 8000t 규모의 생산 설비를 보유했다. 세계 1위 NF3 생산 업체인 SK스페셜티(1만3500t), 2위 중국 페릭(9000t)에 이어 3위에 올랐다. 매각 규모는 5000억원 수준으로 거론된다. IMM크레딧앤솔루션(ICS), 글랜우드크레딧 등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재계 관계자는 “특수가스사업부가 효성화학 캐시카우 역할을 해온 만큼 매각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재무 구조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효성화학 재무 구조가 악화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효성화학 울산 공장과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효성 제공)
다른 계열사 분위기는

‘스판덱스’ 효성티앤씨 회복세지만…

그렇다면 효성화학 외에 효성그룹 다른 계열사 사정은 괜찮을까.

‘효성 3형제(효성티앤씨, 효성첨단소재, 효성화학)’ 중 맏형으로 불리는 효성티앤씨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영업이익이 각각 7조5269억원, 213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5.3%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72.7% 증가했다.

효성티앤씨는 스포츠 의류 등에 쓰이는 합성섬유 스판덱스 부문에서 글로벌 시장점유율 30%가량을 차지하는 독보적인 1위 기업이다. 한동안 실적이 날개를 달았지만 2022년 당시 코로나19 여파로 최대 소비국인 중국의 공장 가동률이 50%대까지 떨어지면서 경영난을 겪었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평가다. 전 세계 스판덱스 수요가 다시 늘어나는 덕분이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스판덱스 수요 증가 규모는 10만~11만t에 달하는데 공급 증가 규모는 7만7000t 수준에 그친다. 덕분에 지난해 말부터 효성티앤씨의 스판덱스 가동률도 90%를 넘어섰다.

효성첨단소재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45% 감소한 1724억원에 그쳤다. 효성첨단소재는 타이어용 고강도 섬유 보강재인 타이어코드 분야 세계 1위 업체지만 지난해 글로벌 경기 부진으로 주력 시장인 북미, 유럽 수요가 감소했다.

절치부심한 효성첨단소재는 탄소섬유 설비를 증설해 실적 부진을 만회하겠다는 계획이다. 탄소섬유는 철보다 무게가 4분의 1 정도로 가볍지만 강도는 10배 이상 강해 자동차 부품, 고압용기 등에 주로 쓰인다. 2013년부터 탄소섬유를 생산해오면서 연산 1만1500t 생산능력을 갖췄다. 향후 1조원을 투자해 탄소섬유 생산능력을 2028년 2만4000t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다.

지주사 효성은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944억원으로 2022년 대비 45.4% 증가했다. 다만 매출은 3조4367억원으로 1년 새 7.6% 감소했다. 순손실도 4억4000만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정리해보면 효성티앤씨 분위기는 그나마 괜찮지만 효성화학을 비롯한 다른 계열사 실적은 여전히 불안하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고민도 커질 수밖에 없다. 조 회장은 지난해 효성 임원, 팀장들에게 “자신의 잘못을 솔직하게 드러내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자세가 만연해 있다”고 쓴소리를 하며 ‘책임 경영 강화’를 주문하기도 했다. 그만큼 조 회장이 최근 경영 위기를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효성화학 실적이 악화되면서 지주사까지 발 벗고 나서는 등 효성그룹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 조현준 회장까지 나서서 임직원들을 질타했지만 경영 여건이 녹록지 않은 만큼 분위기 반전을 위한 호재가 절실한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들이 입 모아 들려주는 효성그룹 분위기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8호 (2024.02.28~2024.03.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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